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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조인후 Nov 08. 2021

미술작품을 공동구매한다고?

회계사가 미술관으로 출근하면 생기는 일 ft. TIPS


열매컴퍼니는 2016년 11월 설립되었으며, 미술 문화의 대중화와 시장 활성화를 위해 온라인 거래 플랫폼 아트앤가이드와 오프라인 아트라운지 '취화담'을 운영중이다. 아트앤가이드는 온라인 미술품 공동구매 서비스로 그동안 부자들의 전유물로 인식되고 진입장벽이 높았던 국내외 최고의 작가들의 작품을 1만 원, 10만 원, 100만 원 단위로 분할하여 일반 대중들도 미술품 투자가 가능하도록 하여 대중화를 이끌고 있다. 오랜 지인의 소개 덕에 열매컴퍼니의 대표님을 뵐 기회가 있어서 그와 대화를 나눌 수 있었다.



Q1. 안녕하세요. 간단히 본인 소개 부탁드려요.

출처=아트앤가이드


저는 서울대학교 경영학과를 졸업한 회계사로 삼정회계법인에서 근무하였습니다. 회계법인에서는 미술품 관련 대체투자 업무를 하였는데 사실 고1 때까지 그림을 그릴 정도로 미술에 관심이 많았습니다. 그래서 사실 향유만 하던 미술을 어느 시점부터 대체투자 자산으로 인식하기 시작했습니다. 곧, 미술보다 더 나은 대체투자 자산은 없다는 생각이 들어 개인적으로 미술품들을 수집을 하게 되었습니다. 머지않아 이러한 관심은 회계법인을 떠나 직접 아트펀드를 조성하는 사모펀드로 자리를 옮기는 큰 계기가 되었습니다.


출처=아트앤가이드


이후 미술품을 보는 눈을 더 키우고 싶은 욕심에 국내 최고의 사립미술관으로 뽑히는 간송미술관에서 3년을 근무하였습니다. 간송미술관에서 근무한 덕분에 미술품을 보는 안목을 기르고 미술품 거래에 대한 지식을 쌓을 수 있었습니다. 그곳에서 작가님들은 물론이고 미술업계의 오랜 종사자분들과 관계를 형성하는 계기가 되었죠. 그 기간 동안 제 머릿속에 가장 많이 들었던 생각은 딱 하나였어요.


우수한 작품들이 이렇게 많은데 국내 아트펀드는 왜 그토록 침체되어 있는 것일까?

돌이켜보면 아트펀드를 만들고 운영하는 대부분의 담당자들이 정작 미술품에 대한 이해가 깊지 않을뿐더러 미술품을 사본 적도 없는 경우가 많아요. 그렇다 보니 갤러리에 의존할 수밖에 없고 미술품 구매를 하는 과정에서 상품성이 낮은 미술품이 아트펀드에 포함되어 운영하게 되니 결과가 좋을 리 만무하죠.



Q2. 상당히 독특한 이력을 갖고 계신데 누구나 선망하는 회계사 자격 증을 가진 펀드매니저를 그만두고 창업에 뛰어든 계기가 무엇인가요?


출처=아트앤가이드


미술관에서 근무를 하며 방문하시는 분들을 유심히 살펴보니 엄마와 아이, 중 고등생, 나이가 지긋하신 시니어 등 다양하다는 것을 알게 되었어요. 문득 미술이 특정 층의 전유물이 아닌 미술에 관심 있고 미술을 사랑하는 사람들은 모두가 향유할 수 있다면 너무 좋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들더군요. 그러던 찰나 한 가지 생각이 제 뇌리를 스쳤어요.


주식시장을 보면 그 어느 기업도 주주 한 명이 주식을 전부 소유한 경우가 없고 그 기업의 미래가치에 대한 확신을 가진 다수의 주주가 기업의 주식을 보유하는데 미술품도 동일하게 적용할 수 있지 않을까? 그게 진정 대중을 위한 아트펀드가 아닐까?

이러한 고민은 아트펀드를 사업으로 하는 회사를 설립하게 된 모태가 되었습니다.



Q3. 고민을 거듭한 끝에 설립한 열매컴퍼니는 어떤 기업인가요? 


출처=아트앤가이드


대중들이 미술품에 투자할 수 있는 기회를 열어주는 곳입니다. 기존의 미술품 투자는 대부분 부유층에 국한된 시장이었는데 일반인들도 접근이 가능하도록 길을 열어주고 싶었어요. 현명한 투자란 다양한 자산에 투자하여 잘 분산된 포트폴리오를 구축하는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그런 측면에서 미술품 거래에 대한 접근성이 특정층으로 제한된다면 미술품을 사랑하는 사람으로서 그건 상당히 불공평하다고 봅니다. 그리고 무엇보다 대중들의 자금이 미술품 시장에 유입되지 않는다면 미술품 시장 자체가 성장하지 못하고 앞으로도 폐쇄적인 ‘그들만의 리그’로 도태될 가능성이 크다고 생각해요. 미술품 시장에 대중들의 새로운 수요와 자금을 공급하고 대중들에게는 새로운 투자기회를 제공하는 것이 열매컴퍼니와 구성원들의 역할이라고 생각합니다.



Q4. 미술품으로 하는 ‘아트테크’가 새로운 재테크 수단으로 부상하는 이유는 무엇인가요?


출처=아트앤가이드


우선 과거에는 대중들이 미술품을 구매할 수 있는 기회가 거의 없었다고 보시는 것이 맞아요. 시간을 내어 미술품 경매에 참여하더라도 미술품의 가격이 대중들이 구매하기에는 큰 부담이 되었죠. 그런데 공동구매 혹은 소액 구매가 가능해지면서 대중들이 미술품 시장에 관심을 갖게 되었습니다. 그리고 재테크 혹은 투자에 많은 분들이 관심을 갖게 되면서 미술품이 대체투자로서 상당히 매력적인 시장이라는 것이 알려지며 빠르게 확산되었어요.


출처=아트앤가이드


우선 세제혜택도 있지만 미술품이 가지고 있는 희소성으로 인해 미술품의 가치는 시간이 지남에 따라 우상향으로 오를 수밖에 없습니다. 일반적인 유형자산은 시간이 지남에 따라 감가상각을 피할 수 없는데 되려 시간이 지나며 가치가 상승하는 상품은 미술품 외에는 찾기가 어렵습니다. 이렇게 매력적인 대체투자자산이 공동구매를 통해 이제야 비로소 대중들에게 그 가치를 인정받게 되었다고 볼 수 있습니다.



Q5. ‘아트앤가이드’의 주 이용객들은 누구인가요?


연령은 주로 20대의 젊은 직장인부터 은퇴를 앞둔 60대의 직장인까지 상당히 폭이 넓습니다. 1억 원 이상의 미술품의 경우, 1백만 원 단위로 공동구매를 하고 2천만 원에서 1억 원 사이의 미술품은 10만 원 단위로 공동구매를 진행하고 있습니다. 그리고 2천만 원 이하의 작품은 1만 원 단위로 공동구매를 하고 있습니다.


출처=아트앤가이드


흥미롭게도 작품의 가격과 구매자들의 연령이 매우 높은 상관관계를 갖고 있습니다. 1만 원 단위의 공동구매는 주로 20대 분들이 많이 참여를 하십니다. 10만 원 단위의 공동구매는 20대 후반부터 30대가 주를 이루고 1백만 원 단위의 공동구매는 주 구매자들의 연령은 40대와 60 대 사이로 볼 수 있습니다. 젊은 연령대의 구매자들은 해외 작가분들의 작품 또는 모던하거나 팝아트스러운 작품들을 선호합니다. 반면, 나이가 있는 분들은 국내 작가분들의 작품을 선호하는 경향이 있습니다.



Q6. 아트앤가이드에서 판매된 작품 중 가장 인기가 높았던 작품은 무엇인가요?


출처=아트앤가이드


요즘 워낙 미술품 공동구매에 관심이 많아서 대부분 수십 분 내 공동구매가 종료됩니다. 최근 박서보 화백의 묘법 No.18041은 3억 5천만 원에 공동구매를 시작하고 최소 투자 가능 금액이 1백만 원 그리고 1인 최대 구매 가능 수량이 1천만 원이었는데도 불구하고 시작한 지 25초 만에 완판이 되었습니다. 그리고 약 2개월 후 5억 원에 매각하여 수익 배분까지 모두 마쳤습니다.



Q7. 초기 스타트업 혹은 창업가들 사이에서 TIPS(민간 투자 주도형 기술 창업 지원)프로그램에 대한 관심이 뜨겁습니다. TIPS는 어떻게 지원하게 되었고 어떤 점에서 선정되었다고 생각하시나요?


출처=브런치 이노베이션랩


저희는 인공지능·빅데이터 부문으로 TIPS에 지원하였습니다. 인공지능으로 미술품을 인식하는 기술과 미술품의 과거 거래 데이터를 기반으로 가격 범위를 산정하는 프로그램을 개발하는 빅데이터 기술 개발 분야라고 보시면 됩니다.


인공지능이 미술품을 인식한 결과가 가격산정에 영향을 미칠 수 있기 때문에 두 개의 기술이 별개가 아닌 연결되어 있다고 말씀드릴 수 있습니다. 작품의 크기, 소재 및 작가의 서명 유무가 가격에 영향을 주기도 하지만 미술품의 이미지나 색감에 따라서도 가격이 달라질 수 있습니다. 인공지능을 통해 미술품의 주제, 이미지, 색감을 구분할 수 있다면 조금 더 정확한 가격산정이 가능합니다. 현재 이미지 인식 기술은 계속 개발 중에 있고 빅데이터를 활용한 가격 범위 산정 프로그램은 완전하게 상용화하였습니다.



Q8. TIPS프로그램이 열매컴퍼니의 성장에 어떤 영향을 미쳤나요?


TIPS 프로그램이 회사에 미친 영향은 말로 형용하기 어려울 정도로 큽니다.


미술품의 과거 거래 데이터를 15만 건 정도 확보하고 있는데 그 데이터에 기반하여 구매가와 판매가를 산정합니다. 그리고 해당 데이터를 분석할 수 있는 미술품 가격산정 프로그램을 TIPS를 통해서 개발 완료하여 현재 특허등록까지 완료한 상태입니다. 많은 분들이 기술 상용화를 못하는 경우가 많은데 저희는 실제로 이 프로그램을 통해서 작품 가격분석을 하고 작품을 구매하는데 활용하고 있습니다. 이 프로그램 덕분에 객관적이고 체계적인 미술품 거래가 가능하여 지금까지 꾸준하게 참여자들에게 안정적인 수익을 안겨드릴 수 있었습니다.



Q9. TIPS에 선정되었던 경험을 바탕으로 TIPS지원을 고민하는 초기 창업자분들을 위해 TIPS 출신 선배 창업자로서 팁을 주실 수 있으실까요? 


세상에 도움이 되는 기술을 만들면 TIPS 프로그램에 선정될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단순히 돈을 버는 기술도 중요하지만 산업이 해당 기술을 통해 한 걸음 더 미래로 나아갈 수 있는 기반이 되는 실효성 있는 기술을 목표로 하시라고 말씀드리고 싶습니다. 그게 아마 TIPS 프로그램의 운영 취지와 부합하지 않나 생각합니다.






*본 콘텐츠는 창업진흥원 창업소리 기자단이 기획·제작한 콘텐츠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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