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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조인후 Jan 25. 2022

삼성 글로벌 마케팅 출신, 크리에이터 이코노미에 빠지다

팬덤 비즈니스에 푹 빠진 삼성전자 MX사업부 출신 박한나의 이야기

12월 2일 새벽 12시 20분 메시지가 하나 도착했다. 당연히 시차가 큰 지구 반대편에서 컨설팅을 요청하는 건이라고 생각했다. 그런데 발신지가 서울이었고 심지어 한국어로 된 메시지였다.


“안녕하세요, 처음 인사드립니다. 글로벌 팬덤 비즈니스 전문기업 비마이프렌즈에서 CMO를 맡고 있는 박한나라고 합니다.


신규 서비스 글로벌 브랜드 아이덴티티를 해외 에이전시와 작업하고 있는데 전체적인 글로벌 브랜드 방향을 이해하고 국내 현지화를 할 수 있는 전문가를 찾고 있어요.


다양한 경험을 하셔서 큰 그림 보고 접근하시는 안목이 다를 것 같아서 조심스레 연락드려봅니다.”


지난해 하이브의 위버스가 급부상하며 팬덤 플랫폼에 관심이 생겨 콘텐츠 수주는 둘째치고 이런 일은 하는 분은 어떤 분일까 궁금했다.


“안녕하세요, 박한나 님.


저는 유연하게 프로젝트를 접근하고 거침없이 진행하는 것을 선호합니다. 비마이프렌즈에서 진행하시는 프로젝트에 제가 기여할 수 있는 부분이 있다면 기쁜 마음으로 참여하고 싶습니다.


그리고 박한나 님 역시 상당히 흥미로운 커리어를 갖고 계신데 언젠가 기회가 되면 박한나 님도 취재를 해보고 싶은 욕심이 생기네요. ”


이렇게 나는 콘텐츠 요청 관련 대화에 사이드메뉴로 미래의 인터뷰를 위한 씨앗을 심어 보냈다. 세상 쿨한 그녀는 인터뷰에 대해서도 흔쾌히 수락했다. 그렇다. 나는 가정의 생계를 위한 경제활동은 제쳐두고 순전히 개인의 궁금증 해소에 주력하고 있었다. 결국 그녀와 인터뷰 미팅을 잡았다.


어색한 첫인사와 간략한 근황 공유 후 그녀가 편안한 웃음을 지었다. 바로 지금이다. 나는 부랴부랴 가방 속에서 예측 가능하면서도 자연스럽게 그리고 조금은 뻔뻔하게 질문 리스트를 뺐다.


“새벽에 저한테 메시지를 주실 정도로 워낙 시간이 없으시니 바로 시작하겠습니다.”



Q. 간단하게 200자 이내로 본인 소개 부탁드려요.


A. 약 15년 동안 미국과 한국에서 마케팅 커뮤니케이션을 주로 담당하며 글로벌 브랜드를 성장시키는 일을 해왔습니다. 삼성전글로벌 마케팅 전략 커뮤니케이션실에서 8년 정도 근무하였고 현재는 팬덤 비즈니스 전문 스타트업 비마이프렌즈에서 CMO를 맡고 있어요.


박한나 비마이프렌즈 CMO / 사진=비마이프렌즈


Q. 학창 시절에 지인들에게서 가장 많이 들었던 말은 무엇인가요?


A. 사실 튀는 성격이 아니어서 되게 조용한 학창 시절을 보냈어요. 많은 분들이 마케팅을 담당하는 사람들이 외향적일 것으로 생각하시는데 저는 원래 내성적인 성격이었어요. 그래서 제가 마케팅이란 업무를 이렇게 전문적으로 하게 될 거라고 저를 포함한 지인들은 아무도 예상하지 못했어요. 조금 후 자세하게 말씀드리겠지만 특별한 사건을 계기로 마케팅 커뮤니케이션을 제 커리어로 삼으며 자연스럽게 외향적으로 바뀌며 지금의 적극적인 성격이 되었어요. (내가 본 그녀는 양향성격자에 가까웠다. 월스트리트저널에서 성격을 외향성과 내향성으로만 분리하는 통념과 달리 두 가지 특성을 모두 가진 사람들을 양향성격자라고 소개한 적이 있다. 양향성의 소유자들은 내향성과 양향성의 모든 특성을 가지지만, 어느 한쪽이 더 지배적이지 않다. 이들은 미묘하면서도 개성적인 성격을 가짐과 동시에 균형 잡힌 사고를 하는 특성이 있다고 한다.)


Q. 고등학교 이후 미국에서 학업을 이어간 이유는 무엇인가요?


A. 어려서부터 영어를 무척 좋아했어요. 친구들은 의무감에 학원도 다니며 영어와 친해졌는데 저는 영어라는 언어 자체가 좋았어요. 영어에 대한 저의 관심은 자연스럽게 외국어고등학교 입학으로 이어졌어요. 하지만 외국어고등학교를 다니다 보니 기대했던 것과 너무 달랐어요. 영어로 수업하고 생각도 영어로 하게 될 것으로 기대했는데 교과서만 외우고 사지선다 문제만 푸는 현실이 생각만큼 즐겁지 않았어요. 그래서 부모님을 간곡하게 설득한 끝에 고등학교 1학년을 마치고 미국으로 유학을 갈 수 있었죠.


박한나 CMO가 다녔던 기숙학교 / 사진=Lawrence Academy


Q. 대학교 재학 시절, 다양한 곳에서 인턴으로 근무하였는데 가장 기억에 남는 업무는 무엇이었나요?


A. 미국에 거주하면서 한국말과 영어가 자연스럽게 호환이 가능해서 그런지 미국과 한국 사이에 교류를 담당하는 업무를 상당히 많이 담당하였어요. 가장 기억에 남는 인턴 경험은 조지 워싱턴 대학에서였어요. 그곳에 그린커(Dr. Roy Richard Grinker)라는 인류학자이자 교수님이 계셨는데 배우자가 재미동포였는데 딸이 자폐아였어요. 그래서 그분이 자폐아에 관한 관심이 컸어요. 저는 그분이 주도하는 연구의 인턴으로 자폐아가 어떤 문화와 환경에서 발생하는지 조사를 하고 의사들을 만나 치료방법과 자폐아들을 둘러싼 문화와 환경에 대해 분석하는 리서치 보조를 담당하였어요. 인류학의 연구 과정에 참여하면서 목격하였던 당시의 경험이 상당히 인상적이었어요.


그린커 교수(좌)의 'Unstrange Minds' 영어 원서와 국문번역본(우) / 출처=royrichardgrinker.com


Q. 졸업 후 많은 선택지를 앞두고 광고대행사를 첫 직장으로 선택한 이유는 무엇인가요?


A. 제가 재학 중일 때 교내 친구가 휴대폰을 새로 장만했다며 저에게 자랑하는 거예요. 봤더니 LG폰이어서 바로 자랑스럽게 알려줬죠.


"어? 이 휴대폰 Made in Korea야!"


추억의 LG 휴대폰 / 출처=LG.com


그 말을 들은 친구는 당황한 기색을 감추지 못하더라고요. 


"뭐라고? 그럴 리 없어. 분명히 Made in Japan이야."


다시 차분하게 설명을 했더니 수긍을 하는 것 같았어요. 그런데 정작 그다음 날 그 친구가 휴대폰을 Sanyo전자 제품으로 바꾼 것을 알 수 있었어요. 확인하지 않을 수 없었어요.


"혹시 휴대폰 바꾼 거야?" 


너무나도 태연하게 대답을 했어요.


응. 나는 한국 제품은 글쎄 잘 모르겠어


한국인을 앞에 두고 한국 제품을 신뢰하기 어렵다는 그의 말이 꽤 큰 충격으로 다가왔어요.


'한국 제품이 신뢰할 수 없는 제품이라고? 저렇게 바로 바꾸고 싶을 만큼 싫은 건가?'


그 친구 덕분에 해외에서 저평가된 대한민국의 브랜드의 현실을 피부로 느끼게 되었어요. 한편으로는 상당히 분했어요. 한국에서 부모님이 보내준 돈으로 유학을 하고 있는데 저와 제 부모님의 모국인 대한민국이 그런 취급을 받는 상황이 무척 화가 났어요.


그래서 이때 이와 관련한 무엇이라도 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죠. 사실 전 국제 관계를 전공한 터라 브랜드나 마케팅 홍보에 대해서는 아무것도 몰랐지만, 그때 광고회사가 눈에 들어왔어요. 생각해 보니 대한민국 기업들이 해외에 진출하는 데 굉장히 많은 도움이 필요하더라고요. 그래서 미국과 대한민국 양쪽 문화를 잘 이해하는 사람으로서 제가 도움이 될 수 있는 역할이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그렇게 광고대행사에 입사하게 되었죠.


Q. 인베스트 코리아는 외국기업의 국내 진출을 지원하기 위하여 KOTRA 내에 설립된 국가투자유치기관으로 아는데 이곳에 합류하게 된 계기는 무엇인가요?


A. 광고회사에서 광고주들을 담당하는 역할을 하다 보니 다양한 기업들을 만날 수 있었어요. 대기업들을 충분한 예산을 갖고 현지 진출을 위해 다양한 프로모션을 진행해요. 반면, 중소기업들은 비교적 빠듯한 예산으로 최선의 해외 진출 결과를 얻을 수 있도록 코트라가 많은 도움을 주죠. 이곳이라면 제가 더욱 긴밀하게 국내 기업들을 지원할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그곳에서 제가 두 국가의 중간다리 역할을 하면서 어떤 경우에 투자가 이뤄지고 반대로 어떤 경우에 투자를 주저하게 되는지 직접 목격하면서 배울 수 있었어요.


출처=인베스트 코리아


Q. 이때 대학원 과정도 병행하셨는데 대학원 지원동기와 과정이 궁금합니다.


A. 제가 국제 관계를 전공하였고 영어를 편하게 구사할 수 있었지만, 저 스스로의 기준에서는 기업의 전문적인 메시지를 전달하기에는 다소 미흡하다고 생각되었어요. 같은 메시지라도 간결하고 명확하게 전달하는 게 중요하다고 생각하였어요. 그래서 조금 더 깊게 공부해볼 생각으로 전략홍보학과 대학원 과정에 지원하였어요.


사진=조지 워싱턴 대학교


단순히 알린다는 의미의 PR을 넘어 기업의 브랜드 이미지 구축, 비전 스토리텔링, 위기관리, 사회적 책임, 효과적인 메시지 구축과 미디어 관리 등 기업이 오래 사랑받기 위해 필요한 경영전략의 한 부분이라는 것을 배우고 체계적으로 접할 수 있었죠. 마침 인베스트 코리아에 근무할 기회가 생겨서 학업을 실질적인 업무에 많이 반영할 수 있었던 것 같아요.


Q. 대학원을 졸업 후 외국계가 아닌 국내 기업을 고려하신 이유는 무엇인가요?


A. 저는 지금도 그렇지만 항상 대한민국 기업이 세계 최고의 기업이 되었으면 하는 소망이 있어요. 외국계 기업에 합류할 기회가 많았지만 이런 이유로 국내 기업을 고집했어요. 마침 대학원이 끝나자마자 삼성전자에서 제안이 와서 너무 기뻤죠. 주위에서 오히려 걱정을 많이 했어요. 외국에서 오랜 기간 지내며 서구식 사고방식에 익숙해졌는데 국내 기업, 특히 삼성을 가면 정말 적응하기 힘들 거라는 조언을 많이 들었죠.


저는 무모하더라도 도전하고 싶었어요. 제가 미국에서 공부하고 일하며 배운 지식과 경험들을 외국계 기업에서 활용하는 것보다 국내 기업에서 활용하는 게 개인적으로 훨씬 가치 있게 느껴졌어요. 심지어 삼성전자는 대한민국에서 가장 큰 기업인만큼 제가 배울 수 있는 부분이 분명 있을 것이고 저 역시 기여할 수 있는 부분이 있을 거라고 확신했어요.


갤럭시 언팩 이벤트 / 출처=삼성 뉴스룸


Q. 삼성전자에서 8년 이상 근무하며 가장 즐거웠던 기억과 힘들었던 기억은 무엇인가요?


A. 제가 삼성전자 무선사업부에서 갤럭시 제품 라인의 글로벌 홍보 커뮤니케이션 담당을 맡았어요. 그러다 보니 전 세계의 삼성전자 해외법인들과 소통할 기회가 많았어요. 갤럭시의 단일화된 메시지를 전 세계에 전달하기 위해 여러 나라의 이해관계자들과 끊임없이 소통하고 조율하며 메시지를 통일되면서도 각 나라에 맞게 적절하게 현지화시키는 과정을 거쳤죠. 힘은 많이 들지만 막상 완료하고 최종 결과물을 보면 그때만큼 뿌듯한 경험은 없는 것 같아요.


2015 삼성전자 룩북 / 출처=issuu


가장 힘들었던 기억은 아마도 삼성 갤럭시 노트7이 발화되며 전 세계의 이목을 끌었던 시기예요. 심지어 제 결혼식 날 두 번째 발화가 발생하여 신혼여행을 가서도 불안한 마음에 계속 뉴스를 주시하였어요. 인생에서 가장 즐거워야 할 신혼여행이 회사 생각으로 가득했죠. 그리고 실질적인 발화와 관련이 없는 가짜 뉴스가 생산되기도 하여 당시 고동진 사업부장님과 이영희 부사장님 등 리더십 분들과  밤늦게까지 회의하고 보도자료를 작성하며 대응을 하였어요. 그때는 무척 힘들었지만 덕분에 마케팅 커뮤니케이션에서 리스크 컨트롤(위험관리)이 얼마나 중요한지 경험하고 체득하게 되었어요.


갤럭시 노트7 발화 / 출처=Raymond Wong/Mashable


Q. 삼성전자에서 근무하는 동안 이직할 기회가 많았을 것 같은데 가장 이직에 근접했던 적은 언제였고 사유가 무엇이었나요?


A. 이직할 기회는 많았던 것 같아요. 그런데 이직을 하지 않았던 것은 아직 삼성전자에서 배울 수 있는 부분이 크다고 생각했어요. 매해 신제품이나 서비스가 하나 출시될 때마다 모든 브랜드 메세징을 새롭게 해요. 그래서 지루할 틈이 없었어요. 돌이켜보면 스타트업에 합류하기 전 삼성전자에서 근무할 때가 제 인생 통틀어서 가장 일에 푹 빠져 살았던 시기였던 것 같아요.


매번 출시 때마다 기능과 트렌드를 반영한 태그라인 선정 / 출처=삼성 뉴스룸


Q. 2020년 돌연 비트센싱이라는 스타트업으로 자리를 옮기셨는데 이유가 무엇인가요?


A. 삼성전자에서 8년을 포함하여 제 연차가 10년을 가볍게 넘기면서 직급도 자연스럽게 올라간 시기였어요. 이제는 앞으로의 커리어를 결정해야 할 시기가 왔다고 생각했어요. 삼성전자라는 제가 익숙하고 편한 울타리 안에서 제 커리어를 마치든지 아니면 정든 삼성을 떠나 새로운 도전을 직면해야 하는 순간이었죠. 그래서 스타트업에서 근무할 기회가 왔을 때 용기를 내었어요. 더구나 제가 삼성전자에서 근무할 당시 평소 관심이 많았던 자율주행 분야의 스타트업이어서 더욱 매력을 느꼈어요. 그래서 조금 더 쉽게 결심을 굳힐 수 있었어요.


출처=비트센싱


Q. 이전 기업에서는 상당히 긴 시간을 근무했지만 비트센싱에서는 1년을 채우지 않고 다시 이직하셨는데 사유가 있나요?


A. 비트센싱에 합류하고 나서 초반에 정말 정신없이 보냈어요. 비트센싱은 우수한 기술력과 가성비를 내세워 경쟁자들과 차별화를 이루고자 했는데 저는 기술력에 더해 체계적인 브랜딩을 심어주고 싶었어요. 그래서 합류 후 기업의 철학을 보여주는 메시지를 명확하고 간결하게 만드는 작업을 집중적으로 하였죠. 그래서 기업 웹사이트도 다시 구축하고 기업 태그라인도 다시 제작하였어요.


출처=비트센싱


그렇게 만반의 준비를 하고 승부를 걸 최적의 파도를 기다리는데 이런 생각이 들었어요.

 

'혹시 지금 나의 속도가 매해 새로운 제품이 나오는 삼성전자 갤럭시에 최적화되어 있는 것은 아닐까? 내가 과연 기술기반 B2B 기업에 최적화된 인재일까?'


사실 자율주행은 탑승자의 안전과 직결된 만큼 분야인 만큼 많은 시간이 걸릴 수밖에 없어요. 그래서 자율주행이 상용화되고 본격적인 경쟁이 시작하기 전까지는 제가 회사에 부담이 될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그래서 기본적인 틀은 모두 만들어졌으니 이제는 다른 분이 오셔도 충분히 잘 이어갈 수 있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죠.


Q. '비마이프렌즈'라는 또 다른 스타트업에 합류하게 된 결정적인 이유는 무엇인가요?


A. 제가 삼성전자에서 근무할 당시 인플루언서 마케팅, 크리에이터 마케팅을 경험하면서 유튜버들과 틱톡 크리에이터들이 대중의 사랑과 관심을 받는 것은 인지하고 있었는데 그 파급력이 셀럽에 필적하는 수준이라는 것은 몰랐어요. 이제는 크리에이터 전성시대를 지나 ‘크리에이터 이코노미(창작자 경제)’가 형성되고 있어요. 단순히 누구나 손쉽게 온라인이나 모바일 플랫폼에 자신의 창작물을 노출하며 주목받는 크리에이터가 될 수 있는 시대를 지나, 창작물을 통해 직접 수익을 올릴 수 있는 시대가 열리고 있는 것이죠. 지난해 8월 포브스 기사에 따르면 크리에이터들이 만드는 경제의 규모가 1천 억 달러 규모로 한화로 약 120조 원에 가깝다고 해요.


크리에이터 / 출처=비스테이지


그런 시대의 흐름에 맞춰 비마이프렌즈가 준비하는 크리에이터 플랫폼 서비스 '비스테이지'가 '크리에이터 이코노미'의 마중물이 될 것으로 봤어요. '비스테이지'는 크리에이터나 팬을 이끌고 있는 아이코닉 브랜드들이 팬과 직접 소통할 수 있는 플랫폼으로 디지털 콘텐츠 판매, 크로스보더 이커머스, 스마트데이터 기반 서비스 설계 등 개인 맞춤형 서비스를 구축하도록 지원해요. 이게 성공하면 국내 기업이 글로벌 크리에이터 이코노미를 선도할 수 있겠다는 기대감이 컸어요.


출처=비마이프렌즈


Q. 비마이프렌즈에 CMO(최고마케팅책임자)로 합류하였는데 직접 경험해보니 어떠신가요?


A. 전혀 부담이 없다면 거짓말이겠죠. 비마이프렌즈의 창업자들은 사실 전 세계적으로 흥행한 위버스로 엄청난 성공을 거두셨던 분들이에요. 그런데 그분들이 오랜 기간 준비한 크리에이터 플랫폼 서비스에 제가 크게 기여할 수 있다고 생각하셔서 리더십으로 초대를 해주셨다는 게 감사했어요. 사실 CMO 직책을 제안받지 않았더라도 저는 합류를 했을 거예요. 비마이프렌즈가 글로벌로 진출하는데 참여하고 기여해서 영광의 순간에 함께 하고 싶다는 욕심이 커요.


실제로 합류 후 마케팅이 단독으로만 진행되지 않고 전체적인 사업전략은 물론 기업의 비전과 모두 일맥상통(一脈相通)할 수 있도록 계속 맞춰가는 작업을 하고 있어요. 회사에서 그런 부분을 긍정적으로 평가하고 더욱 적극적으로 글로벌 진출을 계획할 수 있도록 지원을 해줘서 현재 너무 만족스럽게 근무하고 있습니다.


Q. 직장생활 중 롤모델이 있었나요?


A. 저의 영원한 롤모델이자 영감의 원천지는 삼성전자에서 제가 모셨던 이영희 부사장님이에요. 저의 사수이기도 했고 저를 채용해주신 분이기도 하죠. 현재 삼성전자 글로벌 마케팅 센터장을 맡고 계시는데 그분 덕분에 삼성전자에서 8년이라는 시간을 알차게 보낼 수 있었어요. 삼성전자가 워낙 오랜 역사의 제조회사이다 보니 보수적인 성향이 있을 수밖에 없어요. 그런데 그곳에서 기술자도 아닐뿐더러 제조 업계도 아닌 뷰티 업계에서 오셔서 비교적 보수적인 성향을 가진 제조업의 보수적인 임직원들을 인내심을 갖고 설득하며 지금의 갤럭시라는 브랜드를 구축하셨어요. 그분의 항상 자신감 넘치고 리더십 있는 모습을 보면서 저 또한 그분처럼 되고 싶다는 생각을 정말 많이 했어요.


이영희 글로벌마케팅센터장 부사장 / 사진=삼성전자


Q. 요즘 사회적으로 많이 언급되는 워크라이프밸런스에 대해서는 어떻게 생각하시나요?


A. 저는 워크라이프밸런스(이하 워라밸)가 무척 중요하다고 생각해요. 그런데 본인의 책임을 다하지 않으면서 워라밸만 찾는 것은 모순이라고 생각해요. 제가 생각하는 워라밸이란 본인의 주도하에 본인에게 주어진 일을 능동적으로 조율하는 거예요. 예로, 병원에 가야 하거나 집에 돌봐야 하는 사람이 있다면 본인이 업무 시간을 조정할 수 있는 거죠.

 

주어진 책임이 있는데 워크라이프밸런스를 앞세워 근무시간에는 업무에 집중하지 않다가 퇴근 시간만 지키는 것은 잘못되었다고 생각해요. 분명 그전에 일정을 조정하거나 집중해서 주어진 책임을 완수할 기회가 있었을 거로 생각해요. 저 또한 새벽까지 일하는 경우가 있지만 중요한 개인적인 용무가 있으면 챙겨요. 그래서 필요하면 낮에 병원도 다녀오고 피로로 인해 집중하기 어려우면 한숨 자고 다시 업무에 집중하죠.


Vlada Karpovich 님의 사진, 출처: Pexels


반대로 업무시간에 딱히 할 일이 없으면 차라리 일찍 퇴근해서 집에서 쉬는 게 낫다고 생각해요. 근무시간이라는 틀에 갇혀 그저 자리만 지킨다면 너무 불행할 것 같아요. 차라리 그 시간에 자신의 스트레스를 해소하고 즐거울 수 있는 여행을 가거나 쇼핑을 하는 게 정신 건강에 더 이로워요. 그래서 저는 이전부터 팀원들을 관리하면서 시간 관리 외 다른 부분은 크게 관여하지 않아요. 그래서 정해진 업무 데드라인을 지키지 않는 것은 용납하기 어려워요. 물론, 사전에 조율할 기회와 상황이 있다는 전제 하에요.


Q. 스타트업으로 이직을 고민하는 분들에게 조언한다면?


A. 저는 대기업에서 스타트업으로 이직을 하는 것이 대기업에서 대기업으로 옮기거나 스타트업에서 스타트업으로 옮기는 것과 별반 다르지 않다고 생각해요. 왜냐면 대기업마다 문화나 분위기가 다르고 스타트업 역시 스타트업마다 비전, 문화 그리고 규모가 달라요. 결국, 가장 중요한 것은 이직을 희망하는 곳에 어떤 목표의식을 갖고 합류하는지가 중요할 것 같아요. 흔히 스타트업에 가면 스톡옵션을 받고 직급을 올리는 것에만 이목이 쏠리는데 기업이 지향하는 미래를 비슷한 눈높이에서 보고 공감하는 과정이 필요해요. 그래서 스타트업으로 이직 혹은 대기업으로 이직 이런 이동 자체가 중요한 것이 아니라 본인이 결국 그곳에서 자신의 커리어 마일스톤을 위해 어떻게 기여할지 고민하는 것이 더 적합하다고 생각해요.


출처=Pixabay


물론 대기업과 다르게 스타트업에 대한 정보는 제한적인 경우가 많아요. 그래서 인터뷰를 할 때 자신만의 기준을 가지고 최대한 자기 생각을 충분히 이야기하고 궁금한 것들은 인터뷰 기회를 활용하여 최대한 해소하고 더 나아가 회사의 전반적인 가치관을 확인해야 해요. 인터뷰라는 것이 꼭 한 방향일 필요는 없다고 생각해요. 그래서 흔히들 인터뷰에서 컬쳐핏을 맞춰 본다는 것이 회사와 지원자가 각자 가지고 있는 방향성과 가치관이 잘 맞는지 확인하기 위함이죠.


Q. 마케팅 관련 직무에 지원하는 분들의 이력서 혹은 지원서에서 가장 중요하게 생각하는 것은 무엇인가요?


A. 저는 자유 이력서를 선호하는데 이력서에는 정해진 양식도 없고 모범답안도 없어요. 단순히 담당했던 업무와 이력을 나열하는 분들도 있고 본인이 담당했던 업무로 인해 어떠한 결과로 이어졌는지 구체적으로 쓰시는 분도 계시죠. 그런데 분량이나 깊이와 무관하게 호기심을 자극하는 사람들이 있어요. 저는 마케팅 관련한 지원자들의 이력서를 볼 때 지원자의 성향을 되도록 파악하고 그분의 센스가 얼마나 이력서에 묻어나는지 보려고 해요. 그러다 보니 단어 선택을 중요하게 봐요. 그 과정에서 우리 기업 문화와 얼마나 잘 융화될 수 있는지 힌트를 얻기도 하죠.


cottonbro 님의 사진, 출처: Pexels


Q. 앞으로의 계획은 어떻게 되시나요?


A. 우선 비마이프렌즈를 글로벌 기업으로 성장하는데 많은 기여를 하고 싶어요. 대한민국에서 성장한 토종 스타트업이 글로벌 스타트업이 될 수 있다는 것을 증명하고 싶어요. 비마이프렌즈가 자유로운 조직문화를 지향하는 배경에는 어차피 회사는 사람이 이끌고 일도 사람이 하는 것이기에 성공 여부도 사람이 결정짓는다고 생각해요. 그래서 이제 스타트업이 태동하는 시기에 최대한 좋은 분들을 많이 모셔서 같이 비전을 실현하였으면 하는 게 저의 바람이에요.


Miguel Á. Padriñán 님의 사진, 출처: Pexels


회사의 성장과 사업의 고도화에 따라 저 역시 팬덤비즈니스에 대해 조금 더 전문적인 지식과 심도 있는 이해를 위해 이화여대에서 박사과정을 이수할 예정이에요. 한 가지 바라는 점이 있다면 앞으로 글로벌 시장을 목표로 하는 스타트업들이 꾸준히 등장해서 국내 제품이나 서비스를 전 세계인의 일상에서 더욱 자주 볼 수 있었으면 해요. 저 역시 국내 기업들이 글로벌로 진출하는 데 많은 도움을 드릴 수 있도록 노력할 거예요. 그러다 보면 앞으로 저와 같은 여성리더들이 더욱더 다양한 분야에서 기업의 성장을 이끄는 미래가 앞당겨지지 않을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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