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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조인후 Jan 19. 2022

중세 영문학에 빠졌던 그녀, 브랜드 전략을 새로 쓰다

구글과 야놀자를 거쳐 뤼이드에서 브랜드 전략을 총괄하는 조세원의 이야기

어느 날 낯이 익으면서 동시에 낯선 분에게서 쪽지를 받았다.

 

"안녕하세요, Jimmy님, 저는 Riiid에서 글로벌 브랜드 전략을 총괄하고 있는 조세원이라고 합니다. LinkedIn 1촌이 된 이후로 Jimmy님의 포스팅을 가끔 보고 있었는데요, 한번 캐주얼한 커피챗을 신청해 보고 싶어서 메시지 드립니다. 뤼이드의 다양한 브랜드 포지션을 염두에 두고 말씀 나눠도 좋고, 브랜드 마케팅에 대해 이런저런 논의를 해 보는 것도 즐거울 것 같아서요. 편하게 의견 부탁드립니다. 감사합니다."

 

예상하지 못한 초대였지만 이미 답은 정해져 있었다. Riiid가 소프트뱅크의 비전 펀드를 통해 2000억 원 대규모 투자를 유치한 혁신적인 스타트업이라는 것도 매력적이었지만 구글, 야놀자 등 굴지의 기업에서 마케팅을 담당하고 심지어 CMO까지 하셨던 분의 제안을 거절할 이유가 없었다.

 

"안녕하세요. 우선 이렇게 메시지를 보내주셔서 감사합니다. 지금은 다양한 스타트업을 만나 창업기 및 브랜드에 대한 콘텐츠를 제작하는 스토리텔러로 일하고 있습니다. 제가 초면에 오히려 더 많은 질문을 드릴 수 있으니 미리 양해 부탁드립니다."

 

그리고 약 3주 후 코엑스의 한 식당에서 그를 만났다. 사회적 거리두기로 인해 악수가 빠진 어색한 첫인사를 마치고 주문과 함께 조세원 님은 나에게 예상보다 많은 질문을 해주었다. 외국계 회계팀에서 브랜드로 옮기게 된 사연부터 스타트업으로 이직하고 이후 홀로서기를 한 과정을 일목요연하게 설명해 드렸다. 이제 대화를 이끌 차례는 나에게 넘어왔고 숨겨두었던 계획을 꺼냈다.

 

"이전에 미팅 제안 주실 때 제가 오히려 더 많은 질문하게 될 거라고 말씀드린 거 기억하시죠? 사실 세원님이 평소 쉽게 뵐 수 있는 분이 아니어서 제가 질문을 많이 준비해서 왔어요. 20개 조금 안 되는데 시작할까요?"

 

"네? 질문이 상당히 많네요? 저는 사실 같이 일할 기회를 보고자 뵙자고 했는데 제가 외려 인터뷰를 하게 되네요?"

 

"미리 자세하게 말씀드리면 생각이 많아지실 것 같아 이렇게 서프라이즈로 준비하였습니다. 그럼 바로 시작하겠습니다."

 

아무리 구글과 야놀자를 포함하여 숱한 직장 경험을 하였다고 해도 돌발상황에는 당황하기 마련인데 예상했던 것보다 여유 있는 그녀의 모습에 놀랐다. 더 이상 지체하면 정리된 모범답안이 나올 수 있기에 #노필터 답을 얻고자 질문 폭격을 시작하였다.

 

Q. 간단하게 200자 이내로 본인 소개 부탁드려요.

 

A. 200자가 어렵지만 최대한 짧게 정리를 해볼게요. 업종은 다양했지만, 저는 브랜드 스토리텔러라고 스스로를 정의하고 있어요. 기존 사업의 영역을 뛰어넘어 폭발적이고 다각적으로 사업이 성장하기 시작하는 시점에서 현재의 비즈니스와 미래의 지향점 사이를 촘촘하게 연결하고, 미래를 상상하게 할 수 있도록 조직 내외부의 인식 전환을 만들어 내기 위해서는 굳건한 브랜드 스토리가 필요하다고 생각해요. 

                                                 

출처=Pixabay

 

비유한다면 브랜드는 하나의 책으로 볼 수 있어요. 창업가는 표지와 결론을 안다고 생각해요. 저는 표지 뒤에 나오는 그 책을 이루는 챕터의 소제목들을 만들어 창업가가 지향하는 결론으로 자연스럽게 인도하는 것이 제 역할이라고 보고 있어요. 물론 독자가 흥미를 잃지 않도록 예상하지 못한 트위스트(반전) 또한 포함해야 시간 가는 줄 모르고 완독하는 책이 되는 거죠.

 

Q. 서울대 영문학과를 가려면 학창 시절에 공부만 했을 것 같은데 어땠나요?

 

A. 최근 넷플릭스의 '오징어 게임'에서 '무궁화 꽃이 피었습니다'가 나오면서 화제가 되었는데 저는 학창 시절에 친구들과 무궁화파라고 불릴 정도로 '무궁화 꽃이 피었습니다'에 심취해 있었어요. 점심시간에 나가서 여중생들이 아주 과격하게 '무궁화 꽃이 피었습니다'를 했는데 상상이 쉽지 않을 거예요. 

   

Abby Chung 님의 사진, 출처: Pexels

 

사실 전교 1등을 해본 적이 없어서 그렇게 두드러지는 학생은 아니었어요. 더군다나 저희 반에 전국에서 1등 하는 친구가 있어서 덕분에 저는 묻어갈 수 있었습니다. 친한 지인들에게는 허물없이 저의 엉뚱한 면도 여과 없이 보여줘요. 물론 저는 활발하고 재밌는 사람이라고 생각하는데 남들 눈엔 범생이과에 속했을 수 있어요.

 

Q. 졸업 후 많은 선택지를 앞두고 광고대행사를 첫 직장으로 선택한 이유는 무엇인가요?

 

A. 사실 영문학을 조금 더 공부해볼 생각이었어요. 중세 영문학에 관심이 많았어요. 수사학(修辭學)’은 말과 글을 통해 남을 설득하는 기술이에요. 그리스에서 시작돼 로마시대에 꽃을 피웠고, 중세에는 문법·논리학과 함께 ‘삼학(3)’으로 꼽히며 주로 연설의 기술로 활용되었죠.


캔터베리 이야기/출처=Library of Congress

 

14세기 문학 중 '캔터베리 이야기'라는 제프리 초서의 설화집이 있어요. 배경은 총 30명 내외의 사람들이 런던의 어느 여관에 모여, 순교자 토머스 베켓을 모시는 캔터베리의 유명한 사원으로 순례를 떠나는데 순례길이 지루하지 않도록 한 사람씩 돌아가며 두 가지씩 이야기를 하는 내용이에요. 제가 학교에서 배울 때는 상당히 심오하다고 생각하였는데 막상 현지인들은 자유롭게 해석하는 것을 보았어요. '책이 쓰였던 대의 배경에서 벗어나 새로운 시각으로 관찰하고 접근한다면 어떨까'하는 생각이 들었어요. 돌이켜보면 이때 제가 그간 가지고 있던 가치관이 급격하게 전환하였던 순간이었던 것 같아요. 

 

그리고 21세기의 수사학은 무엇일지 곰곰이 생각해봤는데 한 가지가 떠올랐어요. 바로 광고였어요. 그래서 광고인의 꿈을 꾸던 중에, 대홍기획 대학생 광고제에서 대상을 받기도 했고요. 원래는 입상자들에게 대홍기획 공채 입사 특전이 있었는데 그 때는 IMF 여파로 공채가 취소된 상황이었어요. 결국 JWT라고 하는 외국계 에이젼시를 입사하게 되었어요. 

 

J. Water Thompson 마케팅 커뮤니케이션 전문기업/출처=Wikimedia

 

JWT는 글로벌 지주회사 WPP 내 마케팅 커뮤니케이션 회사로 주요 고객사로는 100년 이상 함께 한 유니레버를 비롯하여 크래프트 푸드, 킴벌리클락, 켈로그, 포드자동차 등 다양한 글로벌 기업들이 포진해 있어요. 잘 알려진 캠페인 중 하나를 들자면 다이아몬드 사업으로 유명한 De Beers의 "A Diamond is Forever"가 있어요.

 

Q. 미국 터크경영대학원에서 MBA 과정을 마치셨는데 MBA 지원동기가 궁금합니다. (미국 터크경영대학원은 2021년 블룸버그에서 선정한 최고의 경영대학원에서 스탠포드에 이어 2위를 차지했다.)

 

A. 사실 미국 MBA 과정은 예정에 없었어요. 당시 이노션에서 자리를 잡아 한창 즐겁게 현대차 글로벌 캠페인을 담당할 시기였는데 업무에 대한 만족도가 상당히 높았어요. 그런데 그때 광고 생태계가 새로운 국면을 맞이하고 있다는 걸 느꼈어요. 구글이 이제 막 광고사업을 시작하였고 페이스북이라는 서비스도 조금씩 주목을 받던 시기였거든요. 그동안 광고대행사가 광고주의 크리에이티브 파트너로서 상당히 비중 있는 역할을 하였는데 매체가 고도화되고 광고주가 직접 온라인 광고를 제어할 수 있는 시기가 오면 광고대행사의 역할이 상당 부분 축소될 수밖에 없다고 생각이 들었어요. 그래서 MBA 과정을 통해 도래하는 새로운 시대에서 주도적인 역할을 할 수 있도록 자신을 스스로 준비하고자 했어요.

 

출처=블룸버그 비즈니스위크

 

Q. JWT 코리아, 하쿠호도제일, 이노션 등 광고대행사에서 근무하면서 가장 좋았던 기억과 가장 힘들었던 기억은 무엇인가요?

 

A. 지금 스타트업 문화라고 하는 자유로운 출퇴근, 자유로운 복장, 상하 없는 소통이 이미 광고대행사에서는 이미 적용되어 있었어요. 이노션의 경우, 일찍이 창의적인 업무 환경을 조성하는데 상당히 신경을 썼어요.

 

이노션 서울 사무실 도서관/사진=이노션

 

하지만 광고대행사에서 근무하며 가장 보람 있는 순간은 대부분 기획한 스토리가 매체에 실리는 걸 볼 때인 것 같아요. 반대로 가장 힘든 점은 업무 루틴이 규칙적이지 않고 일정이 예측 불가하다는 거예요. 광고주의 요청에 따라 급하게 미팅이 잡히거나 광고 콘티 혹은 온에어 일정이 종종 바뀌죠. 지금은 제가 광고주가 돼보니 당시 그렇게밖에 할 수 없었던 광고주의 심정이 이해가 돼요. 사실 홍보담당자나 마케팅 담당자가 혼자 결정할 수 있는 부분이 아니더라고요. 생산 및 유통 일정이나 광고심의 등 다양한 변수가 있다 보니 오히려 일정대로 진행되는 케이스가 드물죠.

 

그래서 저는 꾸준히 주도성을 가질 수 있는 역할을 찾아간 것 같아요. 제가 담당하는 일을 주도적으로 하고 그 노력에 따른 결과물이 나온다면 충분히 해볼 만하다고 생각했어요.

 

Q. 구글에는 어떠한 이유로 합류하게 되었고 구글러의 삶은 어땠나요?

 

A. MBA 과정 중 가장 경험하고 싶었던 직장이 구글이었어요. 하지만 공개채용이 아닌 구글 인력풀에 이력서를 접수하고 지원한 포지션에 공석이 발생하거나 충원을 하게 되면 연락을 받게 되는 구조예요. 저는 이력서를 접수하였는데 회신이 따로 없어서 국내 대기업의 사내 컨설팅 조직에 합류하게 되었어요. 모든 대행사 직원의 꿈인 "갑"의 위치로 옮겨가는 선택이었죠. 그것도 그룹 오너의 가까이에서 전략 방향성을 고민하는 자리였으니까요. 그런데 입사 후 한 반년 정도 지났을 때 구글에서 뒤늦게 면접 제안이 온 거예요.

 

지금 생각하면 국내 대기업 vs 구글이라면 더 고민할 필요도 없다고 생각하겠지만, 당시에는 구글코리아가 지금처럼 자리잡은 상황은 아니었어요. 검색은 네이버에 현저히 밀리고 있었고, 유튜브나 플레이스토어 같은 플랫폼이 아직 광고수익화가 되기 전이어서 매출이 그리 크지 못했거든요.


하지만 지금 당장의 선택이 아니라 한 10년 후엔 어떨까 생각해 보니, 대기업에서는 제가 임원이라는 타이틀을 달기는 조금 더 쉬웠겠지만, 실제로 그 산업을 이끌어가는 비전을 제시하는 리더 역할을 할 수는 없겠더라고요. 제가 그 산업에 대한 애정이나 통찰이나 어떻게 바뀌었으면 하는 욕심이 없었거든요. 그런데 구글이 만들어가는 광고업계의 변화, 어떤 광고의 효과와 효율을 투명하게 드러내고 소비자가 실제로 원하는 정보가 더 높은 가치를 부여받는 그런 광고의 미래에 대해서는 너무나 공감을 하고 있었고, 그런 변화가 잘 이루어지게끔 내 경험을 어떻게 사용할 수 있을지 상상할 수 있었어요. 설령 직급이 리더급이 아니더라도 내 업무에 있어서는 주도적으로 임할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2018년 확장이전한 구글 디트로이트 사무실/사진=클릭온디트로이트


구글코리아에서 1년 남짓 근무하고 자동차 산업 역사의 도시인 디트로이트로 발령이 났어요. 제가 하쿠호도에서 담당 클라이언트가 렉서스였고 이노션에서는 현대차를 담당하였기에 구글에서도 자동차 산업을 담당하는 팀에 합류하게 되었죠. 당시 남편도 미국에 있었지만 다른 주에 있어서 주말부부는 고사하고 월에 한번 볼까 말까 했어요. 그런데도 구글에서의 경험은 제 커리어의 방향성 큰 영향을 미친 밑거름이 되었기에 다시 시간을 되돌리더라도 구글을 선택할 것 같아요.

 

Q. ‘구글이라는 조직 없이 마케터로 10년, 20년 후 성장할 수 있을까’라는 고민에 대한 스스로 내린 결론으로 구글에서 퇴사하신 걸로 들었어요. 그 결정으로 얻은 가장 큰 수확은 무엇인가요?

 

A. 구글에서 근무하는 동안 구글에서 개발한 새로운 기능과 제품들을 접하고 이해하는데 상당한 시간을 쏟다 보니 자연스럽게 구글과 관련 없는 것들은 상대적으로 신경을 덜 쓰게 될 수밖에 없었어요. 구글에 일하는 것은 만족스럽지만 구글에 오랜 기간 머문다면 저의 시야가 좁혀질 수 있겠다는 위기감이 시간이 지나며 구글이 익숙해지고 편해지는 만큼 커졌어요. 

    

사진=Pexels

 

구글을 퇴사하면서 얻은 가장 큰 수확은 저라는 사람이 이제 수면 위로 올라왔다는 점인 것 같아요. 제가 구글에서 오랜 기간 근무하더라도 기업의 중대한 의사결정에 영향을 줄 수 있는 자리까지 올라가는 것은 상당한 시간이 필요하거나 실현이 쉽지 않으리라고 생각했어요. 구글에서는 팀을 운영하는 팀장 역할을 할 기회도 쉽게 주어지지 않죠. 그래서 팀을 운영하고 조직을 장기적인 관점에서 운영할 기회를 잡고 팀원들을 코칭하며 저 자신도 성장할 기회가 필요했어요. 권한과 함께 책임 역시 커지지만, 더 큰 틀에서 사고할 수 있는 환경이 조성되지 않았다면 저는 아직도 국소적인 문제에 매달려서 빅픽쳐를 보지 못했을 거예요.

 

Q. 이후 합류한 야놀자에서 중독성 있는 '야놀자송'과 '놀춤'이 돌풍을 일으키며 기존의 모텔 이미지를 많이 개선하였는데 당시 이러한 아이디어는 어떻게 나오게 되었나요?

 

A. 해당 크리에이티브가 바이럴 되며 대중의 '야놀자'에 대한 인식이 변화하는데 크게 기여하였는데 사실 저희는 그 이전부터 야놀자가 여행 부담 없이 즐기는 여행의 허들을 낮추는 작업을 꾸준히 하였어요. 최근에는 코로나로 인해 인식이 많이 바뀌었지만, 2015~16년 때만하더라도 Yolo 열풍을 타고 세계일주나 직장인 퇴사 여행, 이런 것들이 유행이었거든요. 여행이라는 건 큰 돈과 긴 시간을 들여서 해외로 나가는 정도는 되어야 하고, 국내 여행은 제대로 된 여행이 아니라는 인식을 바꾸고 싶었어요.

 

그리고 모텔이라는 공간에 대한 부정적인 인식을 극복하는 것도 야놀자의 브랜드 외연을 넓히는 데에 정말 중요한 과제였어요. 사실, 이미 많은 이용자들이 모텔에서 친구들과 연말 파티도 하고 연인들은 극장보다 편하게 과자 먹으면서 영화도 봐요. 굉장히 중요한 일상탈출의 공간이죠. 진짜 여행이라는 건 뭘까요? 파리 샹젤리제 거리를 걸어도 사장님 모시고 출장을 간 거면 일이고, 안 가본 서울의 다른 동네 모텔이라도 오래간만에 만난 친구들과 한해의 스트레스를 날려버릴 수 있으면 일상을 떠난 여행이죠. 

 

모텔은 가장 가깝고 편하고 부담없는 형태의 여행을 제공하는 공간이라고 생각했어요. 나아가 모텔에서 출발해 모든 숙박공간과 레저문화를 아우르는 야놀자의 '누구나 마음편히 놀 수 있게' 라는 비전을 구현하는 첫걸음이죠.

 

그래서 야놀자와 가장 잘 맞는 즐거움은 무엇인지에 대해 많은 고민을 하였어요. 요즘 화제인 SNL이 제공하는 사회적 풍자와 공감에서 나오는 즐거움과 핑크퐁의 귀여운 캐릭터와 동작들이 선사하는 즐거움이 다르듯 야놀자의 즐거움도 분명 다를 것으로 생각했죠. 그러던 중 일상을 벗어나 여행을 떠났을 때 느끼는 후련함과 즐거움이 야놀자와 가장 자연스럽게 어울린다고 크리에이티브 에이젼시와 의견을 모았죠.

 

조회수 4000만 건을 돌파한 야놀자 ‘초특가 야놀자’편 광고/사진=광고 화면 캡처

 

이후 호텔과 모텔 등 장소에 국한하지 않고 숙박과 레저 더 나아가 이동수단까지 전부 아우를 수 있는 키워드를 고민했어요. 야놀자를 여가상품을 파는 커머스 플랫폼으로 정의를 내리자 실제 구매까지 연계되는 것까지 고려하여 '초특가'를 핵심 키워드로 정했죠. 이후 신날 수밖에 없는 음악을 찾아 중독성 있는 캠페인으로 완성하였어요.

 

그렇게 태어난 것이 '초특가 야놀자' 캠페인이에요. 퇴사한 지 2년이 지났는데 '초특가 야놀자' 캠페인이 확실하게 자리매김하고 관련 콘텐츠가 꾸준히 나오는 것을 보면 만감이 교차해요. 당시 힘은 들었지만, 팀과 대행사와 함께 야놀자가 지향하는 건전하고 건강한 즐거움이 무엇인지 명확하게 이해시키는 하나의 유산을 남겼다는 생각이 들어요.


Q. 그렇게 애정을 쏟았던 야놀자에서 나오셨는데 그 계기가 궁금합니다.

 

A. 야놀자가 '유니콘'이라는 마일스톤을 찍은 후 체력적으로 심리적으로 번아웃이 왔어요. 육아휴직을 쓰지 못하고 업무에 매달린 사이에 아이는 벌써 6살이 되었죠. 아이가 초등학교 들어가기 전에 쉬면서 가족과 많은 시간을 보내고 싶었어요. 육아휴직 후 야놀자 이후에 대해서 고민을 하였고 아직은  번 더 도전할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조금 더 솔직하게 말하면 도전하려는 결정을 주저하는 과정에서 현재 이룬 성과에 만족하고 안주하려는 마음이 생길까 두려웠어요.

 

Q. 남들이 선망하는 직장인 구글과 성장을 함께 하셨던 야놀자를 각각 퇴사를 결정하실 때 당시 가족과 지인들은 어떤 조언을 하였나요?

 

A. 구글을 퇴사한다고 했을 때 남편의 반대가 있었어요. 구글이라는 확실한 직장을 두고 불확실성이 가득한 스타트업으로 자리를 옮기는 것에 대해 걱정이 컸던 것 같아요. 물론 당시 미국에 있었기에 야놀자에 대한 이해가 없었던 것도 컸어요.

 

야놀자를 퇴사한다고 할 때는 남편은 제가 많이 고생한 걸 아니까 반대하지 않았는데, 의외로 시어머니랑 친정 엄마가 반대하시더라고요. 이 분들이 야놀자가 좋은 회사라고 생각하시는 걸 보니, 이 정도면 충분히 내 할 일을 했구나 싶었어요.

 

Q. 뤼이드에 합류하게 된 결정적인 계기는 무엇이었나요?

 

A. 처음 뤼이드 합류를 제안받았을 때 야놀자에서 풀어보았던 브랜드 관련한 과제라고 생각이 들었어요. 그래서 이 문제를  번 더 해결할 수 있다면 제가 이 부분에 대해서 확실한 인사이트와 솔루션을 갖고 있다고 자신할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그리고 뤼이드가 산타토익이라는 단일 앱 기반이 아닌 글로벌 교육시장으로 B2B 사업을 확대할 수 있는 중대한 순간을 앞두고 있다는 것도 무척 매력적이었어요.

 

사진=Riiid

 

그리고 뤼이드의 기술력을 통해서 교육의 새로운 패러다임을 열 수 있을 거라고 생각을 하니 가슴이 뛰었어요. 그리고 만약 이 기회를 제가 잡지 못한다면 두고두고 후회할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그때 제가 뤼이드의 비전에 확신하게 되었던 것 같아요.

 

Q. 뤼이드는 AI Ed 연구를 통해 전 세계 최고 권위 학회 논문 게재 (10건) 및 업계 최대 특허 출원 (133건) 및 등록 (27건) 등 꾸준하게 연구성과를 내고 있는데 스타트업이 아닌 미래혁신연구소 같은 느낌이 물씬 납니다. 기업 차원에서 이런 부분을 강조하는 이유가 있나요?

 

A. AI 기업이 기술의 완성도를 끌어올리려면 상당한 선행 투자가 이뤄져야 해요. 뤼이드의 경우, 이미 상당한 수의 논문과 특허 출원하며 대외적으로 높은 기술력을 인정받았어요. 뤼이드가 딥테크 기업으로서 산업을 선도하기 위해서는 앞으로도 끊임없는 투자와 연구를 진행할 계획이에요.

 

뤼이드가 확보한 AI Ed 기술의 경우, 활용의 범위가 무척 넓다고 생각을 해요. 저는 개인적으로 다이슨과 비슷하다고 봐요. 다이슨이 보유한 에어로다이내믹스(공기역학) 관련한 기술로 전혀 다른 용도의 공기청정기, 진공청소기 그리고 헤어드라이기에서 혁신을 이룬 것을 보면 압도적인 기술력은 적용의 범위 자체가 달라요. 

    

CB인사이트 100대 AI 기업에 Riiid 선정/출처=CBINSIGHTS

 

뤼이드의 AI Ed는 학습자가 문제를 직면하고 어떠한 보기의 조합을 제시하였을 때 어떠한 답을 선택하는지 전부 인식하고 딥러닝으로 분석하기에 단순히 찍어서 정답을 맞히는 것과 이해하고 정답을 맞히는 그 작은 차이조차도 전부 구분할 수 있어요. 그래서 토익 이외에도 토플, GMAT 뿐 아니라 학교 교실에까지 다양한 분야와 영역에 적용할 수 있어요. 다이슨의 에어로다이내믹스와 마찬가지로 뤼이드가 잘하는 AI 기술을 더욱더 고도화하기 위한 노력을 멈추지 않을 거예요.

    

사진=Riiid

 

Q. 스타트업으로 취업 또는 이직을 고민하는 분들에게 조언한다면?

 

A. 스타트업에 첫 취업을 하는 경우, 지원자는 상당히 유연한 사고와 뛰어난 학습 역량이 필요하다고 봐요. 그렇지 않으면 특정 직무를 정확하게 디테일을 배우기 어려울 수 있다는 생각이 들 때가 있어요. 초기 스타트업의 경우, 얕게 넓게 여러 업무를 병행해야 하는 경우가 많다 보니 업무 전문성을 키우기 어려워요. 코어가 잘 확립되어야 확장할 수 있는데 코어가 부실한 상태에서 수평적으로 넓히기만 하면 객관적으로 자신의 스킬셋을 정확하게 인지할 수 없는 것 같아요. 자신의 직무에 대해서는 자신의 보스마저도 코칭할 수 있는 전문지식과 경험이 분명히 있어야 한다고 생각해요. 그게 확립이 되면 영역을 점차 넓히고 사업을 전체적으로 바라보는 시각과 유연하게 대응하는 자세까지 갖춘다면 스타트업에서 자신의 역할 수행은 물론 성장할 수 있는 인재라고 생각해요.

 

사실 대부분의 스타트업은 대기업처럼 복리후생이 안정적이지도 않고, 스톡옵션으로 대박이 나는 건 소수의 경우이고요. 업무의 양도 많고 업무 내용도 정말 빠른 속도로 바뀌기 때문에, 직무역량의 성장을 위해서도 자발적이고 자기주도적인 노력이 없으면 금새 갈피를 잃어버릴 수도 있습니다. 회사가 성장하면서 초반에는 리더급이었지만, 나중에는 상대적으로 중간관리자 정도의 역할로 축소된다고 느끼게 되는 경우도 많죠.

 

그래서 스타트업에 합류할 때는 돈, 명예, 복리후생 이런 부차적인 것보다 '이게 정말 내가 하고 싶은 일인가'에 대해 깊이 고민해 볼 필요가 있습니다. 정말 하고 싶은 일이기 때문에, 스스로 성장하고 때로는 조직 전체의 미션을 위해 이타적인 결정도 내릴 수 있어야 합니다.

 

뤼이드에 합류한 고위급 인재들/사진=뤼이드

 

최근 뤼이드의 해외 법인을 합류하신 분들을 보면 ACT, ETS, 캐플란, 프린스턴리뷰 등 글로벌 주요 교육기관 임원 출신 업계 베테랑들이 있어요. 그 중 뤼이드랩스의 교육 기회 확대 부문 최고 책임자(Chief Officer for Equity in Learning)로 합류한 짐 래리모어는 최근까지 미국 ACT의 교육공정성센터장을 지냈고 다트머스대학교 학장, 스탠포드대학교 부학장 등을 역임하신 분이에요. 최근 미국 대통령 조 바이든의 교육정책위원회 위원으로 활동하기도 했어요. 

 

정년 은퇴하고 이제는 여생을 편하게 보내셔도 되는데 자신이 꼭 달성하고 싶었던 교육의 미래를 앞당기는데 조금이라도 기여하고자 합류를 결정하셨어요. 뤼이드에서는 학습 및 교육 분야 압도적 AI 기술력을 무기로 미국 공교육 및 글로벌 상위 교육기관과의 파트너십을 이끌고 계세요. 

 

그런데 옆에서 보면 단순히 그동안의 경험에 의존하여 지시만 하는 것이 아닌 훨씬 어린 동료들을 코칭하고 발을 맞춰가며 상호존중 속에 구성원으로 본인의 역할 이상을 해내세요. 이처럼 뤼이드에 합류한 분들은 인종과 문화가 각기 다르지만 모두 같은 소명과 비전을 공유하고 있어요.

 

Q. 브랜드 관련 직무에 지원하는 분들의 이력서 혹은 지원서에서 가장 중요하게 생각하는 것은 무엇인가요?

 

A. 사실 오늘 인후님 처음 뵈었지만, 원래는 제안을 하고 싶은 포지션이 있었어요. 그런데 지금 하시는 일에 상당히 만족하시는 것 같아 차마 말씀을 못 드리겠네요. 

 

저는 브랜딩을 담당하는 분이 얼마나 전략적으로 혹은 논리적으로 접근할 수 있는 사람인지 상당히 중요하게 봐요. 브랜드는 반짝이는 아이디어 하나만으로 정의될 수 있는 게 아니에요. 브랜드는 대외적으로 보이는 것 외 조직 전체를 움직이는 중요한 사업 전략의 하나라는 것을 이해하는 것이 중요해요.

   

사진=Pexels

 

큰 조직에 계셨던 분들은 전략을 세우는 것은 익숙하지만 막상 실행하기에는 비현실적이고 괴리가 큰 경우가 많아요. 컨설팅회사에 근무하셨던 분들은 이론적으로 혹은 개념적으로는 명확한데 막상 컨설팅을 넘어 스스로 실행하기에는 실전 경험이 부족하신 분들을 많이 봤어요. 스타트업에서는 전략도 세우지만 단순히 계획에서만 머물지 않고 스스로 실행이 가능한지 또는 현실적인지 어느 정도 확신을 가질 수 있는 실전 경험이 있는 분이 중요해요.

 

그러다 보니 인후님의 이력이 상당히 흥미로웠어요. 외국계에서 재무를 담당하다가 브랜드 마케팅을 하고 글도 쓰시는 것을 보고 개인적으로 많이 궁금했어요. 

 

Q. 앞으로의 계획은 어떻게 되시나요?

 

A. 우선은 앞서 말씀드린 것처럼, Riiid 역시 야놀자와 같은 드라마틱한 브랜드 인식의 변화를 이룰 수 있도록 하는 데에 집중할 생각입니다. 이 목표를 완수하고 나면, 이런 브랜드 인식 전환을 어떻게 만들어 가는가에 대해서, 제 경험들을 좀더 체계화해서 많은 사람들과 나누고 싶어요.

  

최근 퍼포먼스 마케팅이 비약적인 성장을 할 수 있었던 배경은 숫자의 영역으로 보이는 결과가 명확했어요. 그래서 조금 더 나은 결과를 도출하기 위해 수많은 시행착오를 거쳐 최적화할 수 있었다고 봐요. 반면에 브랜딩은 외부에서 보기에 조금은 추상적인 부분도 없지 않아 있어요. 그래서 종종 시각적으로 보이는 단순 광고나 로고 디자인이 전부라고 생각하는데 사실 빙산의 일각이죠. 


개인적으로 브랜딩을 단순히 번뜩이는 아이디어의 집합체가 아닌 사업의 장기적인 전략을 세우기 위한 공통의 프레임워크로 인지시키는 방안을 고민 중이에요. 그렇게 되면 브랜드 조직을 단순히 캠페인 비용만 집행하는 곳이 아닌 사업의 장기적인 성과에도 분명하게 기여하는 곳으로 인식되길 기대하고 있어요.


뤼이드 브랜드전략 총괄 조세원/사진=Riii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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