효과적인 광고는 의외성과 공감성을 모두 갖추고 있다.
보드게임 중 게임 참여자들과 별 다른 대화를 하지 않아도 심취하게 만드는 게임이 있다. 바로 젠가(Jenga)이다. 54개의 동일한 크기의 직육면체의 나무조각들을 쌓아 만든 탑에서 무너지지 않도록 주의하며 한 손으로 한 조각을 빼어 맨 위에 다시 쌓아 올리는 동작을 교대로 하는 게임이다.
영국의 게임 디자이너이자 작가인 레슬리 스콧이 고안하여 1983년 London Toy Fair에 출시하였다. 이후 트랜스포머 시리즈로 유명한 장난감 회사 해즈브로의 자회사인 파커 브라더즈가 판매하기 시작했다. Jenga는 스와힐리어로 동아프리카와 인근 지역의 공용어로 의미는 '쌓아올리다'이다. 레슬리 스콧이 탄자니아에서 태어나 아프리카에서 자란 배경을 고려하면 왜 게임 명칭이 스와힐리어인지 이해할 수 있다.
젠가는 아이들을 위해 만든 장난감으로 시작하였지만 지금은 남녀노소 할 것 없이 다양한 사람들이 즐기는 게임이 되었다. 그런데 2017년 젠가는 보드게임으로는 이례적으로 세계 최대의 크리에이티비티 축제인 칸 라이언즈에 광고를 출품하였다. 그리고 인쇄물 광고 부문에서 동상을 수상하였다. 해당 광고를 보면 평범하면서도 공감할 수 있는 상황에서 젠가를 통해 익힌 손기술이 무척 유용하게 쓰이는 것을 알 수 있다.
젠가가 단순한 오락 요소를 넘어 삶의 절체절명(?)의 순간에 유용하게 활용될 수 있는 라이프 해크(모든 삶의 단계에서 생산성과 효율성을 높이는 트릭, 지름길, 기술 또는 참신한 방법)가 될 수 있다는 것을 제시한다. 리모컨을 쥐고 잠든 아이를 깨우고 싶지 않은 아버지, 잠든 남자친구의 통화목록이 궁금한 여자친구, 잠든 아버지의 차가 필요한 아들이 가장 절실한 것은 담대하면서도 고도로 단련된 섬세한 손기술이다. 물론 아주 극적인 상황이지만 매우 재치 있게 풀어내 보는 이들의 공감을 이끌어냈다.
출시된 지 40여 년이 되어가는 젠가가 왜 이런 시도를 했을까?
네덜란드 라드바우드 대학 연구팀은 흥미로운 연구결과를 발표했다. 예상치 못한 새로운 정보와 익숙한 정보에 반응하는 뇌신경세포의 활성도를 측정했는데, 어떤 신호가 미리 예상되었다면 이 정보는 더 이상 뇌에서 처리되지 않았다. 예상 가능한 정보는 억제되며 이때 세포는 신경을 끄거나 다른 것들을 처리한다. 자동차 사고가 평소 이용하고 익숙한 도로에서 특히 자주 일어나는 것은 이러한 뇌의 성향에서 비롯된다. 우리의 뇌는 매우 극단적인 효율을 추구하는데 예상했던 결과가 신호에 의해 가정이 맞다고 확인이 되면 뇌는 곧바로 스위치를 끄고 다른 일을 처리한다.
대체로 광고는 수용자의 관여도가 낮은 상태에서 진행된다. 이 때문에 소비자가 충분히 인지하게 하려면 광고는 새로워야 한다. 신선한 접근이 없다면 기존에 있는 연상만이 활성화되고 아무것도 학습되지 않는다. 물론 극단적으로 일관성 없이 새롭다면 소비자들이 받아들이기 힘들 수 있다. 인간의 뇌는 새로운 지식을 기존 지식에 통합시킬 수 있을 때 가장 잘 배운다. 그래서 가장 효과적인 광고는 '의외성'과 '공감성'을 모두 내포하고 있다.
예상을 적절하게 벗어난 메시지가 관심과 선호도 그리고 인식을 높이는 데 가장 효율적이고 효과적인 것은 '우연'이 아닌 '과학'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