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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조인후 Feb 17. 2022

아디다스의 스포츠 브라가 빠진 스포츠 브라 광고

아디다스는 왜 25명의 맨가슴을 노출한 여성이 실린 광고를 제작하였나?


아디다스의 대담한 시도

행동을 변화시키기 위해 생각을 변화시키는 일은 마케팅 담당자들이 늘 해온 일이다. 담당하는 제품이나 서비스가 소비자의 잠재적 구매욕구를 자극하고 소비로 이어질 수 있도록 소비자의 구매여정을 촘촘하게 설계한다. 그리고 광고를 통해 소비자의 브랜드에 대한 생각과 태도에 긍정적인 영향을 미치길 기대하며 캠페인을 진행한다.


최근 아디다스는 이제껏 시도하지 않았던 광고를 기획하였다. 새 스포츠 브라 라인업을 출시하면서 25명의 맨가슴을 그대로 노출한 여성이 실린 광고를 제작하여 트위터에 올렸다. 


출처='아디다스' 트위터


여성의 얼굴은 제외하고 목부터 상복부까지의 맨몸이 격자 모양으로 나뉜 칸에 담겼다. 페이스북과 인스타그램은 여성의 가슴을 노출한 사진은 허용하지 않아 업로드가 불가했을 것으로 보인다. 그들의 메시지는 단순 명료했다.


"우리는 어떤 모양과 크기든 관계없이 여성의 가슴은 지지와 편안함을 누릴 자격이 있다고 믿는다"


그리고 43가지의 새로운 스포츠 브라를 선보이며 모든 사람들이 그들에게 맞는 스타일을 찾을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그들이 다양한 스타일의 스포츠 브라를 선보인 것은 여성 중 90%가 맞지 않는 스포츠 브라를 착용한다는 사실에서 시작하였다. 


출처='아디다스' 인스타그램


만약 그들의 의도가 논란의 여지가 있는 캠페인을 통해 새 상품 라인업에 이목을 집중시키는 것이라면 그들의 기획은 어느 정도 성공한 것 같다. 하지만 소비자들의 브랜드 캠페인에 관한 생각과 태도가 꼭 긍정적이지만은 않다.



스포츠 브라가 빠진 스포츠 브라 광고

아디다스는 스포츠 브라는 가슴을 가진 사람들에게 꼭 필요한 운동복이라며 가슴의 다양성을 보여주기 위해 해당 광고를 기획하였다고 설명했지만 많은 소비자들이 쉽게 수긍하지 못했다. 많은 여성들은 제품 광고에 정작 제품이 빠진 점을 지적하였다.


"맨가슴이 아니라 여성이 브라를 착용한 모습을 보았다면 더 좋았을 것이다."


"아디다스의 광고는 적절하지 못한 사례이며 혼란만 야기한다."


반면에 아디다스의 광고가 대담하다면 박수를 보내는 이도 있다.


"유방암 수술로 인해 가슴이 변형되었는데 나와 같은 사람들의 사진도 포함되었으면 좋았을 것 같다."


"이번 아디다스 광고는 단순한 제품 광고가 아닌 소비자를 계몽하고자 하는 의도가 담겨 있다."


논란이 일자 아디다스는 트위터를 통해 브랜드의 입장을 전했다.


"우리는 모든 영광스러운 몸들을 축복하고, 우리가 얼마나 서로 다른지 자랑스럽게 공개하고 싶다. 가슴은 자연스러운 신체의 일부이다. 미래 세대를 위해 가슴에 대한 잘못된 인식을 바로 잡을 때이다."


아디다스의 대담한 캠페인 뒤에 이렇게 깊은 뜻이 있을 줄 예상하지 못했다. 미래 세대가 조금 더 편하고 자유로운 복장을 추구할 수 있도록 그 초석을 놓은 거라니. 그런데 아디다스가 창립한 지 100년이 되어가는 영향력 있는 글로벌 기업인만큼 이제는 그 배짱과 시야를 개발도상국으로 돌려보는 것은 어떨까?



아직 지구 반대편에서는 여성이라는 이유만으로 핍박받아


"여성 승객은 팔과 다리를 드러내지 마시오."


몇 년 전 화제가 되었던 한 항공사의 복장 규정이다. 이런 황당한 드레스코드를 요구한 곳은 사우디아라비아의 국책 항공사이자 국영 항공사인 사우디아 항공이었다. 심지어 외국인에게도 이 규정을 강요하였고 승객들은 공항에서 급히 옷을 사 입거나 표를 환불하는 일이 생겼다.


이뿐만이 아닌다. 이라크, 이란, 요르단, 쿠웨이트,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 내 일부 지역사회에서는 정부 당국이 여성폭력 가해자에게 제대로 책임을 묻지 못하고, 여성폭력을 성행하게 하는 차별적인 법과 젠더 규범에 대한 해결책을 제시하지 못하고 있다. 때문에 이 국가 중 일부에서는 ‘명예살인’이 여전히 발생하고 있다. 정부 혹은 비정부 집단들이 여성인권옹호자들을 상대로 강간 등의 협박을 하거나, 위협, 출국 금지, 폭행 및 살해를 통한 입막음을 하기도 했다.


헤바 모라에프 국제앰네스티 중동 및 북아프리카 지역 국장은 아래와 같이 촉구했다.


출처=Sisterhood is Global Institute (SIGI)


“중동 및 북아프리카 지역에서 제한적으로나마 변화가 있었지만, 여성은 여전히 사회에 깊이 자리 잡은 차별과 일상적인 폭력에 노출되어 있다. 동시에 임의적인 체포, 납치, 살해, 이른바 ‘명예 살인’ 등 다양한 형태의 젠더기반폭력으로부터 정부의 보호를 받지 못한다”


앞서 아디다스는 이번 캠페인의 목적이 여성 가슴의 다양성을 전파하고 새로운 스포츠 브라를 통해 가슴은 지지와 편안함을 누릴 자격이 있음을 알리는 것이라고 말했다. 그런데 중동 및 아프리카 지역에서 여성과 소녀들을 향한 납치, 살해, 성폭행, 인신공격 등에 대해 알리고 아디다스의 캠페인을 통해 여성의 행위주체성을 증진하였다면 어땠을까. 어쩌면 43가지의 스포츠 브라 홍보를 위해 여성의 상반신을 대대적으로 노출하는 것보다 1억 6000만 명이 넘는 아랍권의 여성들이 생명의 위협에서 벗어나고 성차별 없는 시대를 맞이하는 것이 더 시급해 보인다.


출처=아디다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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