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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조인후 Mar 06. 2022

빨강머리 소녀가 말했다. 맥도날드의 감자튀김은 눅눅해.

햄버거 전쟁이 끝나고 이제는 감자튀김 전쟁이 시작되었다.

미국 오하이오주 더블린에는 50년이 넘는 전통의 패스트푸드 프랜차이즈인 웬디스의 본사가 위치해 있다. 2021년 하반기 웬디스는 지난 4년간 연구에 매달려 개발을 완료한 신제품을 공개하였다.


ⓒ웬디스


신제품은 다름 아닌 감자튀김이었다. 감자를 수십 가지 모양으로 자르고 튀겨가며 최상의 두께와 모양을 찾았다. 그리고 더 나은 식감을 위해 감자튀김 생산기계를 모두 교체했다.


ⓒ웬디스


웬디스는 단순한 감자튀김이 아닌 '핫 앤 크리스피 감자튀김'이라고 했다. 당연하지만 따뜻하고 바삭한 식감이 특징이라고 말한다. 그리고 감자튀김의 품질에 얼마나 자신이 있는지 주문하고 식었거나 눅눅하다면 교체를 해주겠다고 한다. 사실 맥도날드나 버거킹을 가더라도 감자튀김이 눅눅하다고 자신 있게 담백하게 말하면 교체를 해준다. 물론 두 번 세 번 물어보면 의심의 눈초리를 보내겠지만.


ⓒ웬디스


그런데 웬디스의 근거 있는 자신감은 여기서 그치지 않는다. 경쟁사인 맥도날드를 언급하며 감자튀김 공세를 시작하였다. 웬디스의 CMO 칼 로레도는 이렇게 말했다.


"모든 소비자는 경쟁사(맥도날드)가 제공하는 눅눅하고 식은 감자튀김보다 더 나은 감자튀김을 제공받아야 합니다."


그리고 미국 전역에서 진행한 블라인드 테스트에서 맥도날드의 감자튀김보다 웬디스의 감자튀김을 선택하는 참가자가 2배였다고 말했다. 아쉽게도 블라인드 테스트 세부 진행과정은 공개하지 않았다.


ⓒ웬디스


웬디스의 CMO 칼 로레도는 맥도날드를 저격하는데 일말의 주저함이 없었다.


"맥도날드에서 주문하면 이렇게 말하죠. '감자튀김 추가할까요?'"


"왜 그럴까요? 감자튀김에 자신이 없으니 메인 메뉴가 아닌 선택사항이 되는 겁니다."


"웬디스에서는 감자튀김도 메인 메뉴이 될 수 있습니다."


그리고 웬디스는 맥도날드의 브랜드 정체성이기도 한 로고도 건드렸다.


ⓒ웬디스


"맥도날드의 로고가 왜 구부려진지 알아?"


"눅눅하니까. 따뜻하고 바삭한 감자튀김은 구부려지지 않아."


그렇다면 웬디스는 그 많은 패스트푸드 체인 중 맥도날드만 집중적으로 타격을 하는 걸까? 이유는 간단하다. 지난해 웬디스는 매출에서 버거킹을 제치고 2위로 일어섰다. 2위의 웬디스가 3위인 버거킹을 견제하는 것보다 1위인 맥도날드를 끌어내리는 것이 더 효과적이라고 판단한 것이다.


ⓒ버거킹


물론 또 다른 이유도 있다. 버거킹 감자튀김은 이전부터 투박스러울 정도로 두껍고 바삭했기에 직접적인 비교가 의미가 없다. 물론 버거킹도 지나친 자신감으로 인해 2020년 프렌치프라이버거를 일부 매장에서 선보인 뒤 조롱의 대상이 되자 조용히 메뉴를 내린 바 있다.


ⓒ버거킹


미국 광고 시장은 이렇게 경쟁사를 직접적으로 언급하며 공격적인 마케팅을 하는 모습이 일반적이다. 불구경 다음으로 싸움구경이 가장 재밌다고 지켜보는 입장에서는 매우 흥미롭다. 물론 지나친 광고가 장기화되면 판매관리 비용을 늘어나 제품의 가격이 올라가는 부작용이 있을 수 있지만 적정한 선에서 한다면 소비자 입장에서는 매우 흥미로운 광경이 될 것 같다.  경쟁하는 시장에서 경쟁력 있는 제품이 계속 등장하는 것은 당연한 것이다. 지난 몇 년 간 패스트푸드 체인들은 온라인 특히 트위터에서 설전을 벌이고 이후 옥외광고로 확장을 했다. 사실 이 모든 것이 엄청난 출혈을 일으킨 경쟁이라기보다는 패스트푸드가 계속 소비자들의 입에 오르고 내리며 계속 언급되는 양상을 만들었다. 마치 패스트푸드 체인 하나하나가 인격체인 것 마냥. 어쩌면 신사적이고 고상한 척하다가 잊히느니 차라리 계속 눈에 아른거리는 악동과도 같은 이미지를 원했던 것은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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