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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조인후 Mar 23. 2022

사상 최대 매출을 기록 중이던 페리에를 격추시킨 스캔들

신속했던 대응이 외려 브랜드 이미지 실추와 시장점유율 하락을 초래하다.


샴페인을 터뜨리자 찾아온 위기

1980년대 후반 페리에미국에서 연간 12억 병을 팔며 고공행진을 이어가고 있을 때였다. 1990년 미국 노스캐롤라이나에 있는 한 연구실에서 페리에 병에서 벤젠이라는 발암 물질을 발견되면서 끝나지 않을 것 같던 파티는 소강상태를 맞이한다. 페리에는 처음에는 부인하였지만, 나중에는 공장 내 탄산가스를 거르는 필터가 제때 교체가 되지 않아 이러한 일이 발생했다고 시인했다. 이후 페리에는 1억 6천만 병을 리콜하면서 견고하던 브랜드의 명성에 타격을 입었다.

 

당시 미디어 페리에 내 발견된 벤젠의 양을 구체적으로 다루기보다는 '3'이라는 숫자를 유독 강조하였는데 이 숫자는 미국 환경보건국의 벤젠 기준치의 3배라는 점을 의미했다. 사실 기준치의 3배가 넘는 것은 맞지만 그 기준치가 정확하게 50년 동안 매일 약 1.2리터의 페리에를 마셨을 경우라는 것은 쏙 뺐다. 자연 샘물 특성상 극소량의 벤젠은 항상 함유하고 있기 때문에 사실 완벽하게 제거하기 어렵다. 심지어 미국 식품의약품국의 제임스 벤슨 국장 대행은 언론에서 이렇게 말했다.


FDA(식품의약품국), ⓒHealthAffairs

 

"만약 냉장고에 페리에가 있다면 나는 주저하지 않고 마시겠다."


그리고 그는 페리에에 제기된 위험성에 대해 다음과 같이 설명했다.


"페리에 500ml를 70년 동안 매일 마셔서 암에 걸릴 확률은 백만분의 일입니다."


백만분의 일의 확률은 대략적으로 떨어지는 혜성이나 운석에 맞아 사망할 가능성이라고 볼 수 있다. 심지어 페리에의 벤젠 함유량은 커피나 사과주스가 함유한 양보다 적었다. 하지만 이미 리콜은 내려졌고 생산이 멈추며 매대에서 3~5개월은 자리를 비울 수밖에 없었다. 잃어버린 매대 점유율은 브랜드에게는 상당히 치명적이다. 특히, 주기적으로 구매하는 식료품의 경우 단 며칠만 매대에서 사라져도 쉽게 대체되기 때문이다. 월스트리트저널에 기고하는 마케팅 전문가 알 리스는 당시 이렇게 말했다.


"내가 페리에였다면 매대에서 자리를 비우는 시간을 최소화하기 위해서 필사적으로 노력하였을 것이다. 설령 페리에를 프랑스로부터 보잉 747 여객기에 태워 수송하는 한이 있더라도 말이다."


보잉 747, ⓒ대한항공


어쩌면 페리에 스스로 이러한 위기를 자초했는지도 모른다. 그들의 광고에는 항상 '완벽함'과 '순수'라는 문구가 빠짐없이 등장했다. 소비자에게 높은 기대와 환상을 심어주었지만 결국 지킬 수 없는 약속이었던 것이다. 논란이 될 수 있는 지나친 표현이 결국 외부로부터 많은 의혹과 검증의 필요성을 불러일으켰다. 반면, P&G의 경우, 아이보리 비누를 외부에 홍보할 때 '순도 99.44%'라는 문구를 활용했다. 객관적인 실험을 통해 얻은 수치를 활용해 이 비누의 순도가 다른 어떤 제품보다 높다는 것을 전달하였다.


아이보리 비누 순도 99.44%, ⓒ도브

                   

5개월 후 페리에는 재정비를 맞추고 시장에 되돌아왔다. 마케팅 예산은 4배 이상 늘려 2천5백만 달러를 집행하며 시장을 탈환하기 위해 공격적인 마케팅을 지속하였다. 2+1 프로모션은 물론 할인 프로모션까지 소비자들이 구매하는데 주저함을 덜어주기 위해 온 힘을 기울였다. 덕분에 소비자 조사에서 페리에의 구매자들 중 84%가 페리에 재구매 의향을 보였다는 결과를 얻을 수 있었다.


하지만 실제 회복 속도는 예상했던 것만큼 빠르지 않았다. 오히려 에비앙을 포함한 경쟁업체들의 공세가 점차 매서워지기 시작했다. 특히, 식당과 같은 업체에 납품하는 B2B 사업은 리콜 기간 동안 다른 브랜드들이 공급계약을 맺으며 비집고 들어 올 틈이 없었다. 1992년, 결국 구원투수로 네슬레가 등장하며 페리에를 인수하였다. 페리에의 신중하지 못했던 대응이 외려 이미지 실추와 시장점유율을 잃는 상황을 초래했다.

 

해외 매장 매대, ⓒwateroa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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