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아성찰 - 마음의 굳은살이 아려올 때

2020년, 스산한 바람, 마음이 저린 날

by Extraordinary

수은주가 드디어 온전히 음수로 떨어졌다. 잠시나마 잊고 지냈던 마음 속 아린 구석이 시려오기 시작한다.
지나온 것들에 대한 것이다.

근래 꽤 오래 별일 없이 잘 지냈다.
물론 지금도 큰 별일은 없다고 생각한다. 그럴 수 있었던 것은 끊임없이 바쁜 일상과, 바쁘지 않을 땐 오로지 즐거움 위주로 시간을 소비하면서 마음에 여유를 한 틈도 주지 않는 쪽으로 보냈기 때문일 것이다.
거짓없이 그럴 수 있음에 또한 감사한다.

오며가며 쐰 찬 바람에
갑자기 내 마음이 저릿한 것은 아닐 것이다.
그저 무뎌졌던 감각의 새삼스러움일지도 모르겠다..이젠 무엇이 무엇으로부터였는지도..
그나마 확실한 것은
지나온 나의 것들에 대한 것이라는 것이다.

오랜 기간 나에게 숙제였었고
변화가 있었고, 많은 진척이 있었다곤 하지만,
아직도 나에게는
내가 지나온 시간들을 애정어린 시선으로 받아들이는 것이 어렵다.
나에게 관대하지 못하고 나를 칭찬하지 못하고 나를 용서해주지 못하고...그런 것들. 나에겐 나에게를 향해 돋힌 가시가 있다.
당장 얼마 지나지 않은, 나의 가까운 시간들은, 고해성사가 수월할지 모른다. 왜냐면, 변명거리가 많으니까. 지금 교차로를 놓쳐도 바로 다음 교차로가 있으니까..

하지만 너무 멀리 지나온 탓일까. 바닥을 기었던, 찌질했던 20대 나의 모습은 더 이상 변명할 거리가 떠오르지 않는다. 삶은 내 육신에 나이테를 자글자글 더해가며 조금씩은 더 나아진 것 같기도 하지만, 지나간 나의 젊은 시절에의 아쉬움을, 나에 대한 그 아쉬움을 애정으로 받아들이긴 아직은 어렵다.
너무나 서툴렀고, 잘 기억이 나진 않지만 마음이 늘 많이 아팠던 것 같다.
그래서일까, 마침내 찾아온 추위는
그렇게 부끄러운 나를 떨게 한다

언젠간 나의 젊은 시절을 너그러이 반겨줄 수 있을까
그 시절을 떠올리다 가둬둔 눈물도
이젠 굳어버린 얼음장 속에 묻혀진 듯 하다.
그 시절의 나를 만날 수만 있다면 좋겠다
그 시절의 나에게 꽃을 선물해주고 싶다.
맛있는 치킨 한 마리 사주고 싶다.
잘 하고 있는거라고 어깨를 두드려주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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