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랜만에 차를 두고 나왔다. 붉은 그림자를 두른 해가 저물고 있었다. 크림색 팬츠에 검정 첼시 부츠를 신고 캐시미어 스웨터 위에 감색 밀리터리 코트를 걸치고 나왔다. 지하철역에 내려오니 아직은 더웠다. 코트를 벗어 팔에 둘렀다. 주말의 홍대입구역 출구는 끊임없이 사람들을 토해내고 있었다.
SNS에서 보던 것이 아닌 보통의 옷차림과 수많은 얼굴들이 새삼스러웠다. 이 작은 화면 안에서 무언가 잘못된 것에 말려들고 있었던 것 같은 기분이 들었다.
혼자 있는 시간을 벗어나 인파 속에 들어오면 불안하기도 한편으로 안심되는 기분도 든다. 일 년에 열 번이나 될까 말까 한 순간이지만, 환기가 된다. 의외의 위로가 된다. 그런대로 살아있다. 특별히 나쁜 일도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