봄날 같았다. 한동안 초겨울 같은 날씨가 이어지다 거짓말처럼 기온이 올라 10도를 상회하는 온화한 날이었다. 평일 낮의 한강 공원은 사람이 적었고, 대부분 근처에서 산책을 나온 것으로 보이는 옷차림의 사람들이었다. 멀리서 아이들의 웃음소리가 들려왔다. 사람들은 즐거웠고, 목소리는 크지 않았다. 깊은 호흡을 하면 겨우 현실로 돌아온 것처럼 안심이 됐다.
공원 내엔 한가로이 조형물을 설치하는 시설 관리인들과 작가들이 있었다. 바람이 불면 기분 좋은 냄새가 났다. 가을이라기보다 봄을 기다리는 것 같은 기분이 들었다. 동행의 가벼운 발걸음에 덩달아 나의 마음도 가벼워졌다.
구름 한 점 없었던 하늘 뒤로 기울어 가는 태양은 긴 여운 같은 그림자를 만들었다. 좋은 날이었다. 근사하다고 해도 충분히 어울리는 그런 날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