몇 번이나 쓰다 멈췄던 말들을 덧붙일까, 고쳐 써볼까 했다가 모두 서랍 속에 넣어두기로 했다. 왠지 그 순간이 지나고 나면 비슷한 모양을 가졌던 마음들도 어딘가 빛이 바랜 듯한 기분이 들었다. 지금의 마음과는 미세한 온도차가 생기는 것 같아서 내가 아닌 다른 사람의 말들 같았다.
일상은 촬영과 후반 정리의 반복이다. 틈이 나거나, 내어 수영을 하고, 소중한 휴일들이 가끔 생기는데, 다행히도 그 시간은 선물 같은 시간을 보냈다.
최근 들어 스위치 전환이 잘 되지 않을 때가 있다. 이제 슬슬 촬영을 시작해야 하는데 카메라를 들고 멍하게 된다던지, 막상 쉬는 날인데 뭔가 입력에 오류가 난 것처럼 머릿속이 하얗게 되기도 한다. 물론 셔터를 몇 번 누르면서 모니터링을 하거나, 동행과 함께 하면 다행히도, 고맙게도, 현실에 맞는 모습으로 돌아왔다. 그럴 때면 얼마간 안심이 되었다.
바다에 가고 싶다는 생각을 자주 한다. 슬슬 창경궁이 예뻐지는 계절이라 혜화동 거리와 창경궁에도 가고 싶다. 말투가 상냥한 사람과는 조금 더 좋은 식사를 하고 싶고, 고단한 도로 위에선 차를 바꾸고 싶어지기도 한다. 하고 싶은 사진들을 더 많이 하고 싶고, 매일매일 더 잘하고 싶다.
여유가 된다면 열흘 정도 쉬고 싶다. 특별히 계획 같은 건 없지만, 아직 느껴보지 못한 번아웃 비슷한 느낌을 최근 들어 받는 것 같다. 일이 많은 건 참 좋고 행복한 일이다. 가장 처음 일을 시작할 때 느꼈던 불안감에 비하면 지금은 행복하고 배부른 고민이라고도 생각한다. 하지만 그만큼 하나하나의 일에 집중도가 떨어지는 걸 느낄 때가 있는데, 더 온전하게 잘 해내고 싶다는 바람 때문에라도 무너지지 않을 틈이 필요하다.
산책을 한 것도 제법 시간이 지났다. 매일이 선물 같을 수는 없겠지만, 그래도 그런 순간들은 늘 그립고 돌아보게 된다.
그리고 내일을 살게 하는 원동력이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