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랜만의 휴일이었다. 이마저도 개인 일정을 넣어두었지만 취소되어 만들어진 휴일이었다. 주말 같은 기분에 사로잡혀서 자유수영을 나가기 직전에 오늘이 월요일이라는 걸 눈치채고 다시 침대에 누웠다. 아침을 먹고 깨지 않는 나른함에 잠이 들었고, 심드렁한 기분으로 게임을 하다가 또 한 번 낮잠을 잤다. 수영 강습 시간에 맞춰 저녁 알람이 울렸고, 수영을 마치고 나오니 겨울을 재촉하는 비가 내리고 있었다.
집에 돌아와 주차를 마치고 우편함을 보니 처음 보는 붉은색의 우편 용지가 들어있었다. 주민세의 독촉장이었다. 받았던 적도 없는데 독촉장이라니, 얼마 안 되는 비용이지만 가산금을 내는 게 억울했다. 쓸쓸한 한숨이 나왔다.
어젠 나로선 드물게 결혼식에 참석했다. 누구나 알만한 대형 호텔이나, 화려한 꽃장식과 음식이 없어도 행복한 결혼은 멀리서도 그 온기가 느껴졌다. 결혼식 행사에 대한 회의적인 생각을 가지고 있었는데, 바뀌게 된 날이었다. 지금까지 보아 왔던 결혼식 중에 가장 행복한 결혼식이었다.
오랜만에 친구들과 차를 마시고 저녁을 먹었다. 네 명이 같은 테이블에서 식사를 하는 일이 얼마만인지, 왠지 어색한 기분이 내내 들었지만, 즐겁고 따뜻한 저녁이었다. 오늘의 결혼식에 대한 이야기와 저마다의 연애 이야기. 그렇게 시간이 흘렀다. 마감시간까지 술과 음식으로 배를 채우고, 늘 그랬듯이 다음을 기약하며 돌아왔다. 바람은 제법 쌀쌀했고, 마음은 따뜻했다.
틈을 내어 전시를 봤다. 예전보다 객관적으로 볼 수 있게 된 것 같은 기분도 들었다. 어떠한 예술도 마지막엔 디테일이 좋은 작품이 오래 남게 된다. 그것이 곧 여운이 되고, 자리에서 발을 뗄 수 없게 만든다. 형용하기 어려운 마음의 울림으로 다가온다. 전시가 하고 싶어 졌다. 사실 이 생각은 오래전부터 가지고 있다. 머지않은 미래의 나에게 미루어 기대해 본다.
전시를 보고 혜화동에서 저녁 식사를 했다. 골목골목 그리운 냄새가 났다. 날은 제법 쌀쌀해서 마치 한겨울을 걷는 것 같았고, 희미하게 입김이 올랐다. 수많은 간판들은 이미 몇 번이나 변해서 다른 모습을 하고 있었지만, 20대의 많은 시간을 보낸 이 거리는 여전히 서투르고 설레는 모습으로 남아있었다. 그날의 우리들은 혜화역이 잠길 만큼의 맥주를 마셔댔고, 낮과 밤의 경계에 서서 서로 끌어안고 엉엉 울기도 했다. 함께 하는 시간 사이에서는 표정을 숨기지 않고 웃을 수 있었다. 아마도, 행복이란 단어를 붙여도 될만한 날들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