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밤엔 휴대폰을 잃어버렸다. 주머니가 얕은 재킷 때문이었는지 아무래도 택시에서 흘렸을 거라고 생각해서 동행의 휴대폰으로 몇 번인가 통화 시도를 했지만 좀처럼 연결되지 않았다.
휴대폰을 잃어버리는 건 처음 겪는 일이라 왠지 현실감이 없었다. 크게 당황이 되는 것도 아니었고, 음 어떻게든 되겠지 뭐- 같은 기분이 더 컸다.
게다가 마침 이제 슬슬 마셔볼까 하는 타이밍이었는데, 아무래도 지금 당장은 방법이 없을 것 같아서 태평스럽게 술을 마시고는 아침에 눈을 떠서 예전의 기기로 위치추적 같은 걸 해봤다. 그 기능 중에는 바탕화면에 구원의 메시지를 남길 수 있는 기능이 있어서(놀라운 현대 기술) 내 멋대로 친구의 번호와 함께 최대한 불쌍해 보이게 연락을 달라는 메시지를 남겼다.
생각보다 빠르게 연락이 왔고, 숙취를 안은 채로 택시 회사를 향해 달렸다. 여전히 날씨가 좋아서 어딘가 드라이브라도 가고 싶었지만, 으음 일단 택시 회사까지만이라도 드라이브하는 기분으로 창문을 열고 라디오 소리를 높이 키웠다.
택시 회사는 생각보다 여럿이 붙어 있는 형태였다. 선유도 공원을 조금 벗어난 곳에 차고지들이 모여 있었고, 80년 대에서 시간이 멈춘 것 같은 목재 간판과 빛바랜 크림색 페인트 칠로 마감된 곳들이 많았다.
차고지 입구 근처엔 오래전 버스터미널의 대합실 같은 곳에 조잡한 철물과 유리로 된 작은 사무실 비슷한 것이 있었다. 아마도 출발 전이나 일을 마친 후에 적당히 준비를 하거나 휴식을 취하는 곳 같았다. “오늘은 술도 취하지 않은 놈이 휴대폰을 흘리고 갔지 뭐야” 같은 이야기를 하기도 하면서
안쪽에 희미하게 사람이 보였고, 당직 근무라도 하고 있는 것 같은 중년의 직원은 몹시 귀찮고 따분한 얼굴로 의자에 눕듯이 앉아 있었다.
노크를 하자 손가락으로 입구 쪽을 가리켰다. 분실물 때문에 왔다고 하니 물건에 대한 정보와 수신 확인, 수령자의 개인정보 등을 기재하고는 사무적으로 물건을 찾을 수 있었다. 기사님에게 사례금이라도 드리고 싶었는데, 그런 구조가 아니라 일단은 씩씩하게 인사만 하고 돌아 나왔다.
여전히 날이 좋았고, 나온 김에 조금 비싸고 맛있는 카이센동을 먹고 집에 돌아와 소파에 앉았다. 오랜만의 휴일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