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온이 반짝 오르고 내리기를 반복하면서, 어떤 저녁은 가을 같기도 하고, 오늘 같은 날은 신학기의 봄을 걷는 것 같은 기분이 든다.
연휴가 시작되어서 인지 길을 걷는 사람들의 표정이 조금은 온화해진 것처럼 보였다. 집안의 창문들을 모두 열고 음악 볼륨도 올렸다. 최근엔 스피커를 켜면 자동으로 플레이되는 재즈 채널을 자주 듣는다. 지식은 없지만 무라카미 하루키가 그토록 좋아하는 재즈가 이런 거였구나, 정도를 생각하면서 때때로 책을 읽거나 멍하니 앉아 있는다.
특별히 컨디션을 올려야 할 때를 제외하곤 운전할 때에도 되도록 자극적인 소리는 듣지 않으려고 한다. 창문을 조금씩 열고, 피아노 소리를 듣는 정도가 가장 평화롭다. 바람이 피부에 닿는 느낌이 좋은 계절이다.
명절과 연휴에 대한 특별한 기억들은 아주 오래 전의 것들이라, 명절의 기분 같은 것은 잘 느끼진 못 한다. 모두가 다 같이 쉬는 휴일이라는 그런 어딘가 따듯하고 온화한 기분은 어렴풋이 느끼지만, 일의 특성도 그렇고 대체로 휴일이 불규칙하기 때문에 다들 쉬는 연휴가 되면 업무적인 연락이 조금 적게 오는 정도일까.
본가에도 하루정도 다녀오긴 하지만, 어르신들은 나이를 많이 드셨고, 돌아가신 분들도 많다. 아이였던 친척들이 모두 자라 독립을 한 이후에는 특별히 교류는 없다. 서로 다른 삶을 살다 보니 만나도 친구보다 불편한 사이가 되어서, 나는 지금의 명절을 별로 좋아하지 않는다. 집에 돌아오면 종일 일을 한 것처럼 피곤하기만 하다.
그래도 연휴의 텅 비게 된 도시의 모습은 무엇보다 좋아한다. 올해는 조금 덜 하겠지만, 차와 사람의 밀도가 적어진 서울 시내를 다니다 보면, 전쟁 후에 남겨진 생존자 같은 사람들이 안심하는 얼굴로 거리를 돌아다니는 그런 풍경이 좋다. 영업을 늦게 시작하거나 문이 닫혀있는 곳도 많고, 길을 걷기에도 운전을 하기에도 상당히 맑고 쾌적하다.
큰 말소리를 내지 않아도 되고, 하루가 몇 시간 정도 늘어난 것처럼 여유로운 기분이 든다.
하지만 연휴 사이에도 촬영을 한 번 해야 하고, 끝나자마자 촬영 주간이 시작된다. 물론 지금도 스튜디오에서 글을 쓰고 있다. 참 좋은 일이라 행복하다. 뭐 그런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