겨울 꿈

by 노엘

차갑게 내리던 겨울비가 어느새 눈이 되어 내리고 있었다. 눈이 내리면 연락을 해야 할 사람이 있었는데라고 생각하며 한참을 걸었지만, 좀처럼 제대로 떠오르지 않았다. 눈은 이내 온 세상을 덮을 듯이 내리고 있었다. 대기를 흐르던 소음들은 숨죽여 갔고, 하얗게 빛나는 밤 아래에서 무언가를 찾아야 할 듯이 걷고 또 걸었다. 너무 생생한 꿈이었다. 처음이지만 처음인 것 같지 않은 어두운 시골길 위에는 사나운 비가 내리고 있었고, 상처를 위로하듯 눈이 되어 내렸다. 사실 잠에서 깨었을 때 한동안은 전혀 꿈에 관한 건 기억나지 않았다. 꿈을 꾸었다는 것조차 떠오르지 않았다. 그렇게 외출 준비를 하다 문득 눈이 내리던 풍경이 머릿속을 스쳤고, 잊힌 줄 알았던 장면들이 생생하게 되살아났다.


이틀 전 밤엔 생각보다 많은 이야기를 나누었다. 다음날이 되어도 온기 있는 여운이 적지 않게 남아 있었지만, 그중에서도 특별히 기억에 남았던 것이 아닐까. 눈이 내리던 풍경에서 홋카이도로 이야기가 옮겨갔고, 언제 생각해도 그 풍경들 만큼은 애틋하고 간절했다.


겨울에 태어나서인지 유난히 눈이 내리는 걸 좋아한다. 운전을 하고 있음에도, 여전히 눈이 내리는 풍경만큼은 사랑한다 말할 수 있다. 그 백색의 하늘 아래에 서면 모든 것을 잊을 수 있다. 오직 지금 이 순간만큼이 내가 살아있는 순간이고, 고민하고 아파했던 일들이 모두 한 톨의 먼지만큼이나 작게 느껴진다. 언제까지라도 바라볼 수 있고, 그 안에서 살아갈 수 있을 것만 같은 위로를 얻는다. 그렇게 온몸에 겨울을 두른 채로 실내에 들어와 따뜻한 스토브 앞에 앉는 순간은 세계의 냉전마저 멈출 수 있을 만큼 평화롭고 행복하다.


그렇게 겨울은 이미 현관 앞 문턱까지 도착해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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