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지막 순간

by 노엘

여느 때와 크게 다르지 않은 촬영장이었다. 높고 커다란 스튜디오는 여전히 추웠고 시간은 어떻게 가는지도 모르게 해가 저물고 깊은 밤이 되어가고 있었다. 앞으로 얼마큼 남았는지 분량을 가늠해가며 나른한 대기 시간을 지워가고 있었다.


마지막 장면에 다다를 즈음 멤버 한 명이 울고 있었다. '어? 무슨 일이지?' 싶어서 주변을 살폈다. 눈물을 정리하던 멤버는 노래 가사가 너무 슬프다고 말했다. 옆에 있던 다른 멤버가 한 마디 거들었다. "나는 이미 하도 울어서 괜찮으니까 울어도 돼, 네가 못 하면 내가 부를게" 무언가 놓친 것 같은 기분에 하루 종일 있었던 일들을 거꾸로 돌려 생각해 봤다. 중간의 인터뷰 내용도 그랬고, 지금의 흐름도 그렇고, 나누는 대화들을 듣다 보니 이 아이돌 그룹은 오늘이 마지막 무대인 것이었다.


비록 직접 팬들과 직접 닿을 수는 없지만, 마지막 무대의 모습을 영상으로 만들어 공개를 하는 프로젝트였던 것이다. 나는 단순히 온라인 콘서트 영상 클립과 사진집을 위한 촬영인 줄만 알았다. 그런데 촬영이 끝나가면 끝나갈수록, 그 멤버의 눈물은 멈추지 않았다.


그가 하루 종일 다친 몸을 이끌고 혼신을 다해 카메라 앞에서 몸을 던지던 장면들이 뒤늦게 떠올랐다. 극심한 고통이었을 것이다. 컷 사인이 나오면 그대로 주저앉아 한참을 일어서지 못했고, 온몸은 쉴 틈 없이 미세하게 떨렸다. 보는 내내 불안했다. 이게 괜찮은 촬영인지, 이대로 진행을 해도 되는 건지, 사실은 속으로 줄곧 걱정하고 있었다. 하지만 카메라가 돌기 시작하는 순간에 그는 고통스러운 표정을 지웠고, 제대로 움직이지도 않던 몸과 다리를 이끌고, 때때로 아픔을 잊으려는 듯 큰 함성을 지르며 무대 위를 날았다.


마지막 모습을 담아 주셔서 감사하다는 인사를 받았다. 그즈음엔 나도 눈물이 날 것 같아서 먹먹한 마음에 제대로 무어라 말을 이을 수 없었다. 멤버들은 서로를 끌어안고 위로했고 촬영장의 많은 사람들은 모두 눈시울이 붉어져 있었다. 어떤 말을 해야 할지 좀처럼 찾을 수 없었다. 눈부시게 빛나던 시간을 지나 마지막 순간에 다다르는 모습을 눈앞에서 보는 건 처음 있는 일이었다.


스튜디오를 나오면서 평소보다 많은 분들에게 더 꼼꼼하게 인사를 하고 나왔다. 멤버들의 대기실에도 용기를 내어 인사를 다녀왔다.


먼 길을 돌아오는 내내 촬영의 여운이 가시질 않았다. 처음부터 마지막인 줄 알았으면 더 잘할 걸 하는 지나간 아쉬움도 들었다.


대단한 사진이 되진 못하겠지만 그들에게 전달하는 마지막 선물이 따뜻한 마음과 함께 멀리멀리 퍼져 나갔으면 좋겠다.


상업적인 테두리를 두른 사진일지라도 결국 그 안에 있는 것은 사람이었다. 비슷한 모양의 꿈을 꾸는 사람들, 오늘은 마지막이었지만, 내일의 그들을 응원하고 싶다.


그리고 이런 온기 어린 마지막 무대를 만들어준 회사에 감사의 마음을 전한다.


이런 순간과 함께 할 수 있는 사진을 해서 참 다행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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