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에게는 첫눈이었다. 눈이 내리면 꼭 하고 싶은 것과 연락하고 싶은 사람이 있었는데, 이런 날에도 촬영을 가야 한다는 불평을 하면서 오후 시간까지 조금 더 잠을 자기로 했다. 선잠에 들 무렵, 눈이 내린다는 DM을 받았다. 기억해준 따뜻한 마음이 고마웠다. 평소와 다르게 서둘러 침대에서 빠져나와 창문을 열었다. 고요한 눈이 내리고 있었다. 주의보가 발령될 만큼 제법 많은 양의 눈이었다. 이른 듯했지만 서둘러야 할 것 같았고 외출 준비를 마치고는 계획 보다 훨씬 일찍 집을 나섰다.
연희동에서 삼성동까지 가야 하는 일정이었고, 주차장을 빠져나오자 이미 온 도시는 하얀빛으로 물들어 있었다. 누군가에게는 불편한 상황이었을 수도 있지만, 서두를 필요 없었던 나에겐 차가 정차할 때마다 멍하니 눈을 바라보는 것만으로도 행복했다. 게다가 며칠 전엔 겨울용 타이어로 교체를 해두어서인지 도로 상황에도 크게 신경 쓰이지 않았다.
목적지였던 인터컨티넨탈 호텔에 도착해서 일정을 마치고 주변을 둘러보자 온통 크리스마스 분위기였다. 아쉽지만 눈은 소강상태에 이르러 있었고, 사람들은 반짝이는 장식과 눈이 쌓인 트리 앞에서 사진을 찍느라 분주했다. 모두가 겨울을 둘러싼 여행객 같았다.
집에 돌아와서는 미세한 두통이 다시 시작되어서 일찍 침대 속을 파고들었다. 그리고 잠이 들었던 밤 사이 눈이 더 내린 모양이었다. 눈을 뜨자마자 창문을 열고 뜨거운 홍차를 내려 책상 앞에 앉았다. 보기 좋은 뷰 같은 건 없지만, 낮은 담벼락에 내려앉은 하얀 눈을 보는 것만으로도 충분히 행복한 아침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