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러고 보니 낮시간에 자유수영 시간이 있었던 거 같은데?' 연말연시를 맞아 놀랍도록 한가한 일정을 보내고 있다. 불과 얼마 전까지 바쁘던 날들이 아주 먼 과거처럼 느껴지고, 그토록 쉬고 싶었지만 집에서 시간을 보내는 날이 길어지면 길어질수록 불안한 마음도 함께 자란다. 사업자와 프리랜서의 숙명 같은 불안감이다.
잊고 있었는데 시간표를 보니 낮시간에 한 시간 정도 자유수영 시간이 있었다. 최근들어 저녁 시간에만 센터에 가다 보니 완전히 잊고 있었다. 늦은 아침을 먹고 오랜만에 해가 떠있는 시간에 수영장에 갔다.
한산할 거라고 생각했는데 주차장은 생각보다 붐볐고, 나가는 차량을 발견하고는 재빠르게 그 자리에 주차를 했다. 우려와는 다르게 수영장엔 사람이 거의 없었다. 한 레인을 혼자 쓰다가 나중에 둘이 쓰는 정도였다. 이런저런 영법을 하다 지치면 배영 자세로 누워 천천히 떠있는 걸 좋아한다. 이 상태에서 다리만 천천히 움직이면 평화로운 속도로 물 위를 떠다닐 수 있다. 이어폰에선 좋아하는 음악이 번갈아 흘러나왔고, 몸이 반쯤 잠긴 물속은 고요했다. 호흡은 자유로웠고, 온전히 평온해질 수 있었다.
중간에 노년의 여성분께서 말을 걸어왔다. 귀에 걸고 있던 것이 궁금했던 모양이다. 음악을 듣는 거라고 말을 했고, "우리 때는 그런 게 없었는데"라며 신기해하셨다. 아하하 하며 멋쩍게 웃고는 다시 레인을 빙글빙글 돌았다. 플립턴을 몇 번인가 연습했다. 여전히 이건 잘 안 된다. 부딪힐 것 같은 불안감에 거리 조절이 되질 않는다. 그렇게 50분 정도 수영을 마치고 집에 돌아왔다.
나만의 산타클로스 생일 선물들이 오늘도 몇 개인가 도착해 있었다. 조심히 포장을 뜯고 책상 위에 올려두었다. 여전히 감사한 마음이다.
술잔 선물을 받아서 낮부터 술을 마셔봐야 하나 어째야 하나 살짝 고민하고 있다. 낮잠을 자는 것보다는 나을 것 같기도 하고, 낮잠이 나을 것 같기도 하고, 쓸 수 있는 시간은 그리 많지 않은데 이렇게 과소비하고 있다는 죄책감이 반, 마음대로 할 수 있어서 너무 좋은 마음 반.
누군가 차가운 와인 한 병들고 놀러 오면 좋을 것 같은 평화로운 날이다. 적당히 음식을 만들고, 지금부터라면 많은 이야기들을 나눌 수 있을 것이리라, 그러다 서로 다른 자리에 앉아 여기저기 놓인 책들을 뒤적거리다 다시 술을 마시며 밤은 깊어간다. 여전히 가지고 있는 꿈에 관해 이야기를 하고, 좋아하는 것들로 가득 채운 이야기를 하다 보면, 분명 행복한 그 어딘가에 도달해 있을 것만 같은 기분이 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