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해가 저물어가는 매해 이맘때면 언제나 그랬듯 많은 생각이 들긴 하지만, 은근슬쩍 넘어가는 날들도 많았습니다.
그리 대단한 일이 아니라 알리지는 않았지만 그 사이에 사진가로서 생활을 한지도 10년이 조금 지났습니다. 그리고 올해는 조금 더 특별한 마음들이 듭니다. 경력으로서의 시간뿐만 아니라 저 스스로의 30대의 마지막이기 때문입니다. 한국의 수상한 나이 시스템 때문이긴 하지만, 국내에서는 보편으로 말하는 마흔이 그야말로 코앞에 다가왔습니다.
말할 것도 없이 수많은 일들이 있었습니다. 20대를 지나고 서른이 될 즈음엔 사실 그다지 두렵지 않았습니다. 이제부터 많은 것들을 할 수 있는 시간이라고 생각했습니다. 초반 무렵 독립을 했고, 예상은 했지만 순탄한 일들은 없었습니다. 월세를 내고 생활을 할 수 있을 만큼만 되어도 감지덕지인 날도 있었고, '이 정도면 제법 괜찮은데?' 하며 우쭐하던 시간들도 있었습니다. 그렇게 시간은 달려서 어느새 오늘이 되었습니다.
사진을 처음 만나던 순간만 해도 감히 생각하지도 못했던, 그저 먼 곳의 별처럼 보이는 브랜드와 매체들과 함께 하는 꿈을 이루기도 하고, 팬심에 꼭 만나고 싶었던 유명인이나 아티스트와 작업을 하게 되기도 했습니다. 도쿄 중심지에 스스로의 작업이 걸리는 순간을 늘 꿈꿨고, 반 정도는 이루었습니다.(반이라고 말하는 건 정확히 걸리고 싶은 장소가 있기 때문입니다.) 이렇게 매 순간 하나하나 꿈을 이루며, 부끄럽지 않게 노력했고, 힘들기도 했지만 보다 행복한 시간들과 함께 했습니다.
하지만 그럼에도 고독한 순간들 또한 많았습니다. 더 잘하고 싶었던 일들을 잘 해내지 못하는 일들도 있었고, 하고 싶었던 일을 직접 하지 못하게 되어 아쉽거나 유감스러운 순간들도 분명 있었습니다.
그리고 30대 후반에는 사실 적잖은 자존감의 붕괴가 일었습니다. 몇몇의 사람들과 이런 부끄러운 스스로의 상황에 관한 이야기들을 종종 나누었습니다. 반응은 놀라울 만큼 정반대의 경계로 나뉜 대답들이 돌아왔습니다.
"나는 언제까지나 여자이고 싶은데, 이젠 아니야. 더 이상 예쁘지 않아. 나이가 들어버렸어."
"이제 나를 만나도 못 알아볼 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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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건 행복한 일이에요. 우리는 이렇게 살아있고, 내가 변하는 모습과 주변 사람들이 함께 변해가는 모습들을 공유할 수 있잖아요. 서로가 어린 시절의 모습을 알고 있고, 앞으로의 모습들도 함께 하는 거예요."
어느 쪽도 공감할 수 있는 말이었습니다. 하지만 두 이야기를 다 듣기 전까지는 전자에 가까운 마음만을 가지고 있었습니다.
거울 속의 모습이 더는 젊어 보이지 않는다는 것에 적잖이 괴로웠고, 지나왔던 반짝이는 순간들을 그리워하기만 했습니다. 저 역시 언제까지나 소년이고 싶은 바람이 마음 한구석에서 지워지지 않고 있었던 것 같습니다. 그랬던 마음들은 이런 이야기들로 제법 많은 위로가 되었습니다. '나 혼자만 이런 생각을 하는 것이 아니었구나.' '그저 철없는 생각만은 아니었구나.' 하는 것만으로도 충분했습니다. 희미하지만 단단한 마음으로 방향을 잃지 않을 수 있었습니다.
한편으로 다행인 것은 주변들 둘러싼 모든 사람들이 공평하게 같은 시간 위에 살고 있다는 것은 때때로 큰 힘이 되었습니다. 먼저 시대를 앞서간 선배들이 새삼 대단해 보였고, 더 큰 어른들에게 존경스러운 마음이 들 정도였습니다.
동료가 생겼고, 세상을 떠난 사람도 있었으며, 몇 번인가의 사랑을 하기도 하고, 그 앞에서 슬퍼하기도 했습니다.
돌아보면 모든 순간 사람이 있었습니다. 저를 둘러싼 사람과 사랑으로, 저는 시작보다는 조금 더 나은 사진가가 될 수 있었다고 생각합니다.
가끔씩 이야기합니다. 카메라를 잡을 수 있을 때까지 사진을 하고 싶다.라고. 언제가 마지막일지 정확히 알 수는 없지만, 사진가로서, 하나의 사람으로서, 지금까지 따뜻한 시선으로 함께 해주신 모든 분들과 앞으로도 함께 해나갈 수 있기를 바랍니다. 그리고 진심으로 감사드립니다.
내일은 더 조금 괜찮은 사진가가, 사람이 되어, 함께하고 싶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