라디오를 듣다 보면 지금이 어느 시대인지, 어떤 계절과 시간을 살고 있는지 직간접적으로 다가온다.
나와 비슷하다고 느껴지는 타인의 삶에서 위로를 얻기도 하고, 무의미하게 멈춰 있었던 세계를 딸그락 소리를 내며 움직이게 한다.
운전을 하면서는 서울지역의 라디오를 듣고, 집에선 도쿄지역 라디오를 듣는다. 물론 음악이나 다른 것들을 적당히 틀어두기도 하지만, 최근엔 거의 무음의 상태로 생활을 해왔다.
모든 언어를 잃은 사람처럼 무엇하나 제대로 말할 수 없는 날들이 이어졌다. 몇 번이나 글을 쓰다가 중간에 지워냈다. 의미나 목표를 가지고 기록을 해오던 것은 아니지만, 어떠한 단어도 지금을 제대로 설명해 낼 수 없었다. 거대한 상실감만이 깊은 밤의 파도처럼 반복해서 밀려왔다.
여전히 한겨울이지만, 이따금 봄 냄새가 나기도 한다. 아마도 제대로 된 눈은 한 번도 보지 못한 채로 겨울은 멀어지고 말 것이다. 바람은 항상 쉽게 빗나간다. 사람은 변하지 않으면서도 쉽게 변한다. 관계는 때때로 종이 한 장의 차이조차 되지 않기도 한다.
사진과 만나지 않았더라면 나는 아마 지금 이 세상에 존재하지 않는 사람일 수도 있겠다는 생각을 했다. 상상만 해도 두려웠다. 음과 양이 분명한 직업이지만, 유일한 존재의 이유이기도 하다.
"좋아요."라는 말을 좋아한다. 오래전부터 가장 좋아하는 말이었다. 사람이 할 수 있는 말 중에 가장 온기 있고, 상냥한 단어가 아닐까.
얼마나 더 해낼 수 있을까. 어디까지 갈 수 있을지, 언젠가 바라던 장소에 다다를 수 있을지 조금도 알 수는 없지만, 매일을 지내다 보면 행복 비슷한 것에 가까워질까.
사소한 부정도 없는, "좋아요."가 듣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