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 봄

by 노엘

얼마 전 이르지만 올해 가장 큰 일이었을 것 같았던 일이 지났다고 생각했는데, 말을 맺고 얼마 지나지 않은 시점부터 더욱 큰 일들이 동시에 몰려왔다. 아직 갖추어해보지 않은 일도 있었고, 대부분이 처음 호흡을 맞춰야 하는 사람들이었다. 평소보다 많은 준비가 필요했고, 절대 실패해서는 안 되는 일이었다. 연일 낮과 밤이 없이 일정들을 소화했다. 이렇게 일을 하는 건 아마도 처음이었다. 늘 그랬지만 책임감은 상상할 수 없는 무게로 다가왔다. 반드시 해내야만 하는, 최소한 보통은 해야 한다는 그 부담감은 때때로 현장에서 머릿속을 백지처럼 만들기도 했다.


지쳐서도 안 되고, 감정을 쉽게 드러내서도 안 된다. 처음 하는 일이라도 수백 번 해본 것처럼 해야 하는 일인 것이다. 매끄러워야 하고, 잘해야 한다.


준비하며 극에 달했던 스트레스를 보상받듯 다행히도 촬영일은 즐거웠다. 손발이 하나 둘 맞아가는 느낌은 매 순간 꿈이 이루어지는 것처럼 기뻤다. 모두가 서로의 실력을 확인하고, 눈치 없이 작업에만 집중하며 마지막 컷 사인이 나오자 다들 박수와 함께 환호했다. 집에 돌아가는 길엔 온몸이 녹아내릴 듯 고단했지만, 그저 행복했다. 침대에 눕자마자 1초도 지나지 않아 잠이 들었다. 그리고 제법 행복한 꿈을 꿨다.


벚꽃은 가장 아름다운 모습으로 손을 흔들며 날아갔다. 조금은 마음이 아팠던 봄이 지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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