낮잠

by 노엘

특별히 피곤하다는 느낌은 없었는데 하루 종일 깨어있던 시간 보다 잠들어 있던 시간이 더 길었다. 대개 낮잠을 자도 한두 시간 내외였는데, 오늘은 짧은 낮잠들이 네댓 번은 이어졌고, 내내 꿈을 꾸었다. 그리고 나서야 흩어진 조각들이 맞춰지는 것 같은 맑은 정신이 들었다. 해는 이미 저물어 있었고, 너무 많은 긴 잠을 자고 일어났는지 왠지 시간이 아주 오래전부터 줄곧 멈춰 있었던 것 같은 기분이 들었다. 중간에 몇 번 잠이 깨었을 때는 꿈인지 현실인지 조차 알 수 없었다.


아침에 일어났을 때 환기를 시키겠다고 열어둔 창문을 닫았다. 거실 창문 앞은 조금 쌀쌀했고, 집 안은 계절의 그리운 냄새로 가득했다.


며칠간 놀라울 만큼 쾌청한 날이 이어졌다. 볕이 잘 드는 자리엔 이미 제법 매화와 벚꽃이 피어있었다. 잠깐 밤길을 걸었을 때 올려다본 벚나무는 눈물이 날 듯 아름다웠다. 일 년에 고작 며칠 정도 피는 이 분홍색 꽃은 어쩜 이렇게 슬프도록 아름다운지, 붙잡아 둘 수 없는 짧은 순간의 아름다움은 언제나 더욱 특별하기만 하다.


늦은 시간에도 길거리는 사람들로 붐볐다. 고단한 팬데믹을 건너온 사람들은 마지막의 마지막까지 밤을 채우려는 듯 누구도 먼저 자리에서 일어서지 않았다. 영업시간이 종료된 길거리엔 택시를 잡으려는 행렬이 가득했다. 영원히 젊은 사람들 사이를 지나 집까지 돌아오는 길은 가장 처음 이 거리에 살기 시작했을 때와 변함이 없었다. 그리고 그런 점이 이곳에 줄곧 살고 있는 이유이기도 하며 시작점이 되었다.


하늘을 올려다보는 것만으로도 마음이 위로가 되는 계절이다. 그리운 마음은 항상 그 자리에 있었지만, 봄이 내린 거리는 오래전 반짝이던 날들과 똑같은 분량으로 설렘이 가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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