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각 모음

by 노엘

오랜만에 낮에 수영장을 갔다. 내심 사람이 없는 한산한 레인의 모습을 기대했는데 저녁 시간과 비슷하게 사람이 많았다. 아무래도 오늘까지 휴일을 늘려 연휴로 사용하는 사람들이 많았던 모양이다.


갑자기 이야기가 변하는데 수영장엔 정말 상상 이상의 빌런들이 자꾸만 등장한다. 그리고 아마도 오늘이 레전드급이 아닐까 싶은 장면을 목격했다. 옆 레인에 있던 아주머니 두 분께서 갑자기 풀 안에서 물구나무를 서기를 하고 있었다. 사람의 다리가 상어의 지느러미처럼 뾰족하게 물 위에 솟아나 있었다. 아니 이건 무슨 싱크로나이즈드도 아니고 내가 뭘 보고 있는 거지 싶고, 그 광경이 너무 비현실적으로 다가왔다. 잠깐 멍하니 바라보다 물속에서 거꾸로 선 사람 눈이 마주칠까 무서워서 물구나무서기가 끝나자마자 빠르게 벽을 차고 그 자리를 벗어났다. 그냥 보통 수영하면 안 될까요. 제발.


며칠 전 어느 드라마의 대사를 옮겨 둔 문장을 보고 마음이 따끔따끔 아팠다. 최근 몇 년 사이에 느끼던 감정들이 그대로 녹아 있었다. 가능성이라든가 희망은 때때로 마음을 더 아프게 한다. 고통스럽게 만든다.


초여름 같은 날씨가 이어졌다. 이따금 설레는 일들이 있다. 온전히 나의 것이었으면 좋겠다고도 생각한다. 물론 생각은 현실에서 구현되지 않는다. 그리고 매일의 아침이 반복된다.


이래도 되나 싶을 정도로 많은 일들이 밀려왔다. 여전히 진행 중이고 해야 할 일들도 많다. 힘들기도 하지만 유일하게 행복한 일이다.


술을 마시고 싶다. 틈이 날 때 간간히 마시며 지내고 있지만, 즐겁고 행복하게 많이 많이 마시고 싶다. 최근 가장 좋았던 자리는 비가 내리던 아직은 봄이었던 밤이었다.

keywor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