눈을 떠서 휴대폰을 들어보니 새벽 두 시였다. 일찍 일어났다고 말하기보다 중간에 잠이 깼다는 편이 설명하기 적절한 시간이었다. 알람 몇 개를 확인하고, 커뮤니티의 시시한 게시물들을 둘러보아도 시간은 여전히 3시를 맴돌고 있었다. 잠에서 깬 대부분의 새벽시간이 그렇듯 물을 잔뜩 머금은 스펀지처럼 압축된 공기가 주변을 채우는 것 같은 위화감이 들었다. 거짓말처럼 세상은 멈추어있고, 시간은 중력을 잃은 공간처럼 천천히 흘렀다. 밖에서 들려오는 작은 소리에도 귀를 기울이고, 아침이 가까워져 서서히 밝아져 오는 창밖을 하염없이 바라보기도 했다. 잠시 잊고 있었던 감각이었다.
언제까지고 침대에서 누워있고 싶은 기분과 잠깐 일어나 볼까 싶은 기분이 줄다리기를 하다 결국은 침실을 빠져나와 거실 의자에 앉았다. 오랜만의 고요함이었다. 음악도 화면도 켜지 않은 채 잠시 동안 멍하니 앉아 있었다. 그러다 문득 전에 사두었던 책들이 생각나서 단시간에 읽을 수 있는 에세이를 펼쳐 읽기 시작했다. 새삼스레 느껴지는 책 냄새가 정겨웠다. 마지막 페이지를 넘기고 나니 5시 무렵이었다. 다시 슬슬 잠이 오기 시작했다. 창밖은 제법 밝아져 있었고, 아침이 가까워졌음을 알리는 새들의 지저귀는 소리가 났다.
주말 사이에 도저히 시간을 낼 수 없어서 집에 전화로 안부만 챙겼다. 저녁 무렵 어머니에게 메시지가 날아왔다. [오늘은 아빠가 쓸쓸하다는 말을 다 한다.] 마음이 아팠다. 어렸을 때부터 그리 사이좋은 부자지간은 아니었지만, 그럼에도 자꾸만 저 메시지가 머릿속에 맴돌았다. 늦은 밤에라도 갈 걸 그랬나 싶은 작은 후회도 들었다. 주중에 꼭 가겠다고 회신을 보내 두었다.
시간만큼은 성실하게 흐른다. 우린 매일 하루씩 죽음을 향해 다가가고, 죽음은 많은 것을 용서하게 된다. 언제가 마지막일지 모르지만 오늘도 스스로를 증명하려는 듯 서투른 말들을 쏟아내고, 아마 마지막까지도 모든 것을 제대로 설명해 내지는 못 할 것이라는 짐작도 든다. 하지만 그럼에도 오늘을 살고, 마음 아파하고, 다시금 이 세상에 무언가를 기대해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