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장님!~ 하는 소리에 놀라서 돌아봤다. 1층에 주차를 하고 짐을 내리던 참이었는데 5층에 있던 어시스턴트 소희가 종종걸음으로 내려왔다. 평소에 짐이 많으면 도움 전화를 해서 함께 내리곤 했는데 그날은 적당히 혼자서 옮길 수 있을만한 양이었고, 트렁크에서 천천히 짐을 꺼내던 중이었다.
"어디 가려던 참이야?"
“아뇨! 실장님 소리가 나서요!"
"응? 그게 무슨 소리야?"
"매그넘 소리가 났어요!"
(여기서 매그넘은 그 유명한 권총이 아니라 사진 조명용 장비인데, 이 앞에 사제 디퓨저를 씌워놓아서 바스락 거리는 소리가 유난히 크게 난다.)
“이 소리가 5층까지 들린다고? 방음이 엉망이네.”
어이가 없다는 듯이 웃어넘겼지만, 사실은 상당히 감동적인 순간이었다. 일을 하다 보면 혼자서만 고군분투하는 것 같은 고독한 기분에 빠지게 되는 날들이 많다. 좋아하는 일을 하고 있지만 늘 책임이 따르고, 한 순간의 실수가 치명적이게 다가오기도 해서 그런지 긴장감을 놓을 수 없다. 그래서 무엇하나 쉽게 맡기거나 마음을 놓지 못한다.
아마도 한 달 정도 전의 일이 었을 것이다. 나였다면 그렇게 할 수 있었을까라는 생각을 최근에 와서도 한다.
받아본 적 없는 배려에 몸 둘 바를 몰랐던 모양이다.
생활의 한 순간 한 순간은 사소하게 흘러간다. 시간이 지나고 남아 있는 건 이런 종류의 온기가 대부분이다.
먼 옛날 유난히 화창한 봄날의 스튜디오 앞 주차장에서, 기분 좋은 목소리로 다가와 함께 촬영 장비를 내리던 장면처럼.
낮시간에 후반 작업들을 하다가 도저히 집중을 할 수 없어서 모든 전원을 끄고 도망쳐 나왔다. 휴대폰을 망치로 부숴서 우물 같은 곳에 던져버리고 싶었다. 어떻게든 마음을 리셋시켜야 했다. 최근엔 애플 워치도 착용하지 않는다. 모든 알람이 스트레스로 다가온 뒤부터는 책상 한구석에 필요 없는 물건처럼 치워뒀다.
서둘러 집에 돌아와 휴대폰을 수면모드로 바꾸고 안대를 하고 침대에 누웠다. 아직 해가 중천에 뜬 오후 시간이었다.
제법 긴 잠을 잤다. 날은 저물어 있었고, 머릿속은 얼마간 맑아져 있었다. 온전한 마음으로 잠이 든 사이 온 연락들을 정리했다.
분명 즐겁고 행복한 순간들도 많은데 어떤 날은 고독감만이 해일처럼 밀려온다.
국경이 열리면 그때는 마음도 조금 열리게 될까. 늘 제자리를 걷는 기분이 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