달그락 소리가 나던 밤

by 노엘

그 겨울밤 끝에 기억이 남아있는 건 멋진 식사라든가 차가운 밤공기 보다도 앵클부츠에 달려있던 지퍼의 달그락거리는 소리였다.


약속이라도 한 것처럼 동행과 나는 비슷한 모양의 부츠를 신었었고, 지퍼가 달린 형태까지 비슷했다. 걸을 때마다 금속으로 된 지퍼의 작은 손잡이가 서로 부딪히며 미세하게 달그락달그락 소리를 냈고, 그 소리는 평소보다 유난히도 크게 들려왔다. 어두워진 거리엔 마주치는 사람 한 명 없을 만큼 고요했다. 한 걸음 한 걸음에 귀를 기울였고, 조심스레 발걸음을 옮겼다.


중요한 일들을 모두 마치고 얼마 지나지 않은 날이었다. 지금이 아니면 안 된다고 생각했다.


식사를 마치고 레스토랑에서 빠져나와 주차장으로 이동하는 동안에도 줄곧 그 소리만 들려왔다. 달그락달그락. 연필로 지금 이 순간들을 스케치하는 것 같은 소리가 났다.


동행과 헤어진 자리에서 나는 한동안 멍하니 운전석에 앉아있었다. 며칠이 지나서야 알게 되었지만, 정차를 할 수 없는 곳이었고 보기 좋게 범칙금이 통지서가 날아왔다. 멀리서 보면 대체로 희극인 것이다.


계절이 변해서 지금은 그 부츠를 신을 일은 없지만, 현관에 오도카니 놓인 모습을 보면 이따금 그날 밤의 일이 떠오른다. 달그락달그락 시간은 흐르고, 달그락달그락 밤 길을 걸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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