날짜와 요일도 잊은 채 여러 날들이 지났다. 마지막 수고했다는 인사들을 나누며 겨우 끝냈다는 안도감과 아쉬움이 동시에 밀려왔다. 하루 종일 고함을 질렀던 탓에 목은 따끔거렸고, 젤라틴 필터 연출 때문에 손이 부족했던 몸은 산산이 부서질 것처럼 여기저기 욱신거렸다.
스튜디오 한가운데에 의자를 놓고 그 자리에 앉았다. 굳이 그럴 필요까지는 없었는데 왠지 그러고 싶었다. 모든 일이 지나간 여백 한가운데에 스스로를 두고는 멍하니 있었다. 그 모습이 재미있었는지 누군가는 사진을 찍어갔다.
환복을 마치고 스튜디오를 빠져나가려는 아이돌 멤버들이 인사를 하러 나왔다. 아직 멀쩡한 척 의자에서 일어나 다시 한번 인사를 나누고 같은 자리에 한참을 더 앉아있었다.
평소라면 어시스턴트와 함께 장비 정리를 해야 했지만 그날만큼은 도저히 그럴만한 기력이 남아있지 않았다.
최근 줄곧 쉬고 싶다고 생각했다. 그런데 막상 찾아온 휴일은 온통 상실감뿐이었다.
바쁨을 핑계로 억누른 채 잊고 있었던 애달픈 감정들이 하나 둘 형태를 가지고 수면 위로 떠올랐다.
무엇이라도 하고 싶었지만, 무엇을 해야 한단 말인가.
혼자서는 고장이 난 것처럼 이렇게 글을 쓰는 정도 밖에는 할 수 있는 일이 없다. 휴일의 수영장 시간을 알아보고, 낮잠을 자거나, 수영을 다녀와서 낮잠을 자거나, 아마도 이른 시간부터 술을 마시는 것 정도이지 않을까.
최근엔 게임도 하지 않는다. 계기가 있긴 했지만 좋은 마음으로 전원을 켜기가 어렵다.
서서히 그림자가 옅어지고 먼지가 쌓여가는 기분이 든다. 무언가를 깎아가며 살아가고 있는 것 같은데, 자주 의문이 든다. 지금 이 방향이 맞는 방향인지, 마음 한구석이 늘 저릿한 이 기분을 가지고 살아가는 일이 당연한 것인지.
이따금 바람에선 가을 냄새가 났다. 건조한 대기의 탓인지 여름이 오기도 전인데 낙엽이 마른 냄새가 났다.
사람들은 친절하다. 그리고 그 친절함은 이따금 나를 더 깊은 곳으로 고립시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