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스로의 일과 상황에 관한 대화를 하는 건 오랜만의 일이었다. 사람에 대한 경계심이 많아진 최근엔 업무와 관련되지 않은 일정은 최대한 걸러내려고 애쓰고 있다. 사실 그래서 오늘의 자리가 생긴 계기가 되기도 했는데, 어쩌면 하고 싶은 말이 가장 많았던 것은 나 자신이었던 모양이다.
왠지 종일 기운이 없었다. 잠도 실컷 자고 운동을 해도 영 기력이 오르지 않았다. 터덜터덜 약속 장소로 걸어가 시큼한 커피를 마시면서 냉소적인 표정으로 한동안 앉아있었다.
여러 사람들이 만들어가는 일은 복잡하고 또 복잡하고 참 복잡하다. 영원한 아군도 적군도 없는 그런 전쟁터를 연상시킨다. 늘 잘하고 싶은 마음뿐인데 그 마음이 빗나가면 세상이 무너지는 기분이 든다. 항상 성공할 수 없다는 걸 머리로는 알면서도 마음은 송곳으로 찌르는 것처럼 아픈 것이다.
아직 교복을 입고 있었던 시절의 나는 지금 정도의 나이가 되면 막연히 어른이 되어있을 것이라 믿었다. 하지만 막상 지금 이 시대를 살아가는 나는 여전히 막막하고 두려운 일 투성이일 뿐이다. 오히려 어린 시절의 막연함이 사라지고 현실의 이해도가 높아진 지금, 앞으로 다가올 세계에 대한 불투명한 공포는 더욱 거대하게만 느껴진다.
생각보다 시간은 빠르다. 빠르다 정도로 정의하기 어려울 만큼 빠르게 지나간다. 다들 영원히 살 것처럼 행동하지만, 내일의 일 조차도 알 수 없는 것이다. 그리고 이런 부분이 조금은 안심할 수 있는 숨 쉴 틈의 여백을 만들어 준다. 시간과 죽음만큼은 모두에게 공평하다.
대학시절 마지막 방학이 있었던 학기를 종종 떠올린다.
“내 삶에 이제 방학이라는 건 이번이 마지막이구나.”
냉혹한 어른들의 세계로 던져지는 기분이 들었다. 특별히 무언가 더 준비를 하기보다는 후회가 남지 않을 만큼 놀아야겠다고 생각했었다. 무엇을 했는지는 조금도 기억이 나지는 않지만, 마지막이 마지막임을 알고 보냈던 것만큼은 의미가 있었다.
몇 번이나 이야기했었지만, 대부분의 이별은 영원한 이별이 된다.
그래서 그런지 늘 아쉬움과 서글픔이 남는다. 결국 우리는 하고 싶은 말을 미처 모두 제대로 전하지 못한 채 살아갈 것이다. 사라진 뒤에 무엇도 남지 않을 테지만, 전하지 못했던 마음만큼은 우주를 떠도는 라디오 전파처럼 영원히 맴돌며 어딘가에 존재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