빗소리에 눈을 떴다. 슬슬 장마가 올 시기인데 아직은 딱히 장마에 관한 이야기가 들려오지 않는다. 이제 한낮이면 제법 더워서 에어컨을 켜기 시작했다. 맑은 날 베란다에 세탁물을 널면 몇 시간이면 기분 좋게 마른다.
매일 무엇을 만들어 먹을지 고민한다. 특별히 대단한 걸 만들지는 않지만, 냉장고에 넣어둔 야채와 생선, 고기의 종류를 떠올리며, 이 정도면 되겠지? 싶은 걸 만든다. 부족하면 부족한 대로, 많을 땐 많이 넣고 만든다. 인터넷 레시피도 많이 참고한다. 재료가 없을 땐 가까운 슈퍼에 가서 장을 본다. 하루에 두 번을 가기도 한다. 계절 과일을 늘 함께 사둔다. 외식은 비싸지만 체감하는 생활 물가는 서울보다 훨씬 저렴하다.
집 안에 있으면 이곳이 어디인지 잘 느껴지지 않는다. 그러다 외출해서 전차를 타고 다른 동네로 이동할 때면 아 여긴 도쿄였지 하고 문득 깨닫는다. 실제로 느껴지는 건 서울에서 조금 떨어진 도시로 이사 온 정도의 기분이다.
집 앞에 걸어서 갈 수 있는 큰 공원이 있는 건 무척 큰 행복이다. 평화롭게 잔디 위에서 시간을 보내는 사람들을 바라보는 것만으로도 덩달아 행복한 마음이 된다.
인생의 여름방학 같은 날들을 보내고 있다. 이따금 이렇게 시간을 보내도 되는 건가 싶기도 하지만, 아마 다시 없을 날이 될 것 같아서 그런대로 만끽하고 있다. 그런 의미에서 오늘은 연어를 구워 볼까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