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을 하며 클래식 아티스트 분들의 사진을 보면서 늘 의아해하던 부분이 있었다. 사진이 대체로 비슷하다는 점이었는데, 적당히 어두운(혹은 완전히 어두운) 배경에 악기를 든 사진이 대부분이었다.
하지만 실제로 만나본 아티스트들은 그 사진 속의 중후하고(?) 지나치게 클래식한 이미지보다는 유연성 있고 재치 있는 사람들이 많았고, 저마다 원하는 이미지를 가지고 있었다. 다만 그것이 어떠한 편견들로 인해서 제대로 표현되고 있지 못하는 것이 아닌가 싶은 느낌을 받았다.
그래서 개인적으로 작업을 해보고 싶게 되었고, 클래식 아티스트 분에겐 처음으로 봄소리씨에게 제안을 했다. 흔쾌히 수락해 주셨고, 경직된 이미지가 아닌 패션에 가까운 사진처럼 작업이 하고 싶음을 사전에 밝혔다. 그렇게 나왔던 사진이 이날의 사진이다.
헤어와 메이크업 스타일링까지 모두 직접 지정했고, 특정한 클라이언트가 없었기 때문에 눈치 볼 것도 없이 생각하던 이미지 그대로 작업이 가능했다.
이후에 이 사진은 예상하지 못했던 반향을 일으켰고, 각종 매체와 앨범에 까지 상당히 오랜 기간 사용되게 되었다.
크게는 아니지만 이 사진을 기점으로 점차 클래식 아티스트 분들의 의뢰가 늘어갔고, 그 외에도 전체의 사진 스타일들에도 어느 정도는 영향을 주지 않았을까 생각한다.
덕분에 이번에 발표한 봄소리씨의 도이치 그라모폰의 앨범(Violin on Stage) 작업도 함께 진행할 수 있었는데, 약간의 가이드라인은 있었지만 전적으로 작업을 맡겨주셨다. 사진가로선 이만큼 감사하고 영광스러운 일도 드물다.
최근 들어서는 조금 더 많은 분들께서 사진을 의뢰해 주신다. 매번 고민하고 더 잘해야 한다는 부담감은 있지만, 결과에 만족해하는 모습들을 보면 무엇과도 바꿀 수 없는 행복을 느낀다. 레스토랑의 셰프가 손님의 긍정적 평가를 듣고 행복해 하는 것과 비슷한 것이리라.
이러니 저러니 해도,
사진을 하며 지금을 살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