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안가에 다다르자 큰 안개가 일었다. 고속도로를 빠져나올 때만 해도 맑은 하늘이 보였던 날이라고는 생각할 수 없을 만큼 다른 광경이었다. 길을 잘못 들어 어딘가 다른 세계로 빨려 들어온 것 같았다. 택시기사는 무심한 듯 해무가 나타난 것이라 말했다.
집에 돌아오는 길에 비가 내리기 시작했다. 터널을 통과할 때마다 조금씩 다른 비가 내렸다. 스프레이 같은 비에서부터 앞이 제대로 보이지 않을 만큼의 폭우가 내리기도 했다. 이런 날에도 어딘가로 이동하고 있다는 사실에 이따금 위화감을 느꼈다. 지난밤에 마셨던 술 때문에 머리가 아팠다.
비가 내리던 저녁의 식사는 근사했다. 비에 젖은 풀냄새가 났고, 물을 머금은 분홍빛 장미는 오래된 기억처럼 예뻤다. 살금살금 밤이 깊어가는 소리가 들려왔다. 희미한 하늘이 빛났다.
비가 내린 뒤엔 맑은 날이었다. 이런 날에 일을 하고 있다 보면 특별히 약속이 없더라도 어딘가 억울한 기분이 된다. 밤이 오면 거짓말처럼 어제와 같아지는 마음이지만, 맑은 하늘을 보는 건 한여름밤의 나른한 여운만큼이나 언제라도 좋은 일이다.
어제의 일도 먼 과거처럼 멀게만 느껴진다. 분명 존재했던 일이었다고 생각했는데, 지나고 나면 마치 다른 사람의 삶을 엿보고 있었던 게 아니었나 하는 착각도 든다.
가지지 못한 것을 모든 것을 동경한다. 그것은 어딘가로 이끌기도, 무너트리기도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