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출 시간이 조금 지난 새벽이면 한 번은 잠에서 깬다. 거실에는 커튼을 달았지만, 이사한 지 일 년 반이 지난 지금도 침실 창에는 커튼이 없다. 동쪽을 향한 창은 보통의 날이라면 크게 문제없지만, 제대로 쉬지 못한 채로 생활을 이어나가야 할 때는 여간 고단한 일이 아닐 수 없다. 안대를 살까 잠깐 검색을 하다가 손수건을 접어서 머리띠 형태를 만들어 눈을 덮었다. 밤이 이만큼의 어둠이었던가 싶을 정도로 무엇도 느껴지지 않았다. 희미한 두려움을 느낄 겨를도 없이 다시 잠이 들었다.
비가 잦은 날이 얼마간 이어졌다. 변덕스러운 장마철의 예보는 틀리기 일쑤였고, 신발이 젖는 걸 병적으로 싫어하는 나는 불가피한 경우를 제외하고는 거의 매일 샌들을 신게 됐다. 차에도 샌들과 실내용 신발을 함께 넣어 두었다.
새벽에 눈을 뜬 건 다섯 시 무렵이었다. 여름의 창밖이 파랗게 빛나기 시작하는 시간이다. 머릿속은 무너진 책장처럼 어지러웠다. 거실에 나가 잠시 책상에 앉았다가 아직 무언가를 할 수 있는 집중력이 나오지 않음을 인지하고 300ml 탄산수를 한 병 마시고 다시 침대에 몸을 던졌다. 해야 할 일들을 잠깐 생각하다 지난밤의 말들을 떠올렸다. 아픈 말은 한마디도 없었는데, 어딘가 저릿한 감각이 여전히 남아 있었다. 어째서일까.
얼마 전 저녁 자리에서 나온 꿈같은 이야기들이 좋았다. 그리고 그게 현실성이 없다는 것이 아닌 일이 마음을 들뜨게 만들었다. 즐겁고 긍정적인 생각을 가지고 그것을 실체화하는 사람들을 동경한다. 아마도 나에게는 부족한 부분이라 그런지 더 이끌리게 된다.
매일을 살지만 어제의 말 한마디에 힘을 얻어 오늘을 살아 낸다. 꿈같은 이야기지만, 모두가 한 뼘만큼만 상냥해진다면 슬픈 일은 어디에도 없을 것만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