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늘은 언젠가 평화로웠던 시대의 공기처럼 맑고 부드러웠다. 여름 하늘이 이렇게 높았던 적이 있었던가 싶을 만큼 높았다. 구름은 여름 방학의 나른했던 기억처럼 시시각각 변해갔다.
잠 못 드는 밤이 며칠이나 이어졌다. 그럼에도 세상은 멈추지 않았고, 녹아버릴 듯한 무더위 덕분인지, 탓인지 아무런 생각도 할 수 없었다. 여러 생각들이 떠오르다 이내 아지랑이처럼 흐려졌다. 안에 맴돌던 무언가를 다시 꺼내어보려 해도 완전히 사라진 뒤였다. 먼지만큼도 떠오르지 않았다. 나는 무슨 말이 하고 싶었던 걸까?
내 안에 있던 작은 실이 끊어진 기분이 들었다. 그것이 무엇을 지탱하고 있었는지, 어디에서 어디로 연결돼 있었는지는 사실 제대로 설명할 수 없다. 숨기는 것은 아니다. 희미한 감각은 있었지만, 이 연결이 나에게 어떠한 의미가 있었는지 형태를 떠올릴 수가 없다. 다만 검고 푸른 무의식 너머에서 삶의 축이 흔들리는 듯한 소리가 들렸다.
얼마 전 일을 마치고 예술인 고용 계약에 관한 서류를 작성할 일이 있었다. 문득 든 생각이 '나는 예술인이었나?'라는 의문이었다. 하지만 국가에서 정해 놓은 카테고리에서는 그렇게 분류되는 모양이었다. 혹시라도 담당자가 "이렇게 변변찮은 걸 해서는 예술인에 포함될 수 없습니다."라고 말해도 딱히 기분이 나쁠 것 같지는 않았다. 무언가 만든다고 열심히 만들고는 있지만, 지나고 나서 보면 부족한 것들만 자꾸 눈에 보이는 성격 탓인지, 매번 놀라운 결과물을 만드는 사람들로 둘러싸인 나로서는 늘 동경과 존경심을 한편에 두고 생활하고 있다.
때때로, 어쩌면 자주, 겪지도 않았던 순간들이 그리울 때가 있다. 모든 것은 '한 걸음 더 나아갔더라면'에서부터 시작된다. 관계의 가능성은 희망과 절망의 아주 얇은 종이 한 장을 두고 삶을 뒤흔든다. 오늘에서 멀어지면 점점 말을 건넬 수 없게 된다. 작은 거절도 이별도 하루만큼 아파지는 것이다. 소리 내어 울지 않을 뿐이다.
하늘이 예쁜 여름이다. 예쁘다 정도로는 사실 부족하다. 조금 더 설레고 솜사탕 같은 수식어가 필요할지도 모르지만, 저 먼 하늘을 보는 순간 짧은 탄식이 흘러나올 뿐이다. 아- 하고. 많은 순간이 그립다. 지금 이 순간 문장을 읽어 내려가는 당신이 생각하는 만큼, 나 또한 당신이 그립다. 다만 전하지 못할 뿐이다. 우린 그렇게 모두 서툰 삶을 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