슬픈 수요일

by 노엘

이틀 사이에 크고 작은 불운이 겹쳤다. 촬영 내내 멘탈이 가루가 됐는데, 방향도 없고 컨펌도 없이 뭔가를 만드는 일은 무척이나 속상하고 자존심 상하는 일이었다. 일을 마치고도 찝찝한 기분이 남아서 잠들기 직전까지 분했다.


드디어 문을 연 수영장에 도착해서 샤워를 마치고 마지막으로 새 수모를 쓰려는 순간 수모가 찢어졌다. 불량품이었다. 퇴근길의 정체를 뚫고 왕복 한 시간을 써서 집에 다녀왔다. 이전에 사용하던 걸 왜 성급하게 차에서 빼놨을까 스스로가 원망스러웠다. 일찍 자유수영을 마치고 해가 지는 모습을 보고 싶었는데 그럴 수 없었다. 어느 정도 집중을 하다 보면 아무런 생각도 들지 않는 순간이 오는데, 오늘은 그러지 않았다. 물속에서 한계까지 호흡을 내뱉는 순간에도 머릿속이 복잡했다. 소리라도 지르고 싶었다.


내가 만든 것들은 내가 만든 것이 아니게 되는 경우가 많다. 특정한 사람이나 특정한 장소, 혹은 사물이 되곤 한다. 서글프지만 어쩔 수 없는 일이다. 남는 것은 메아리 같은 텍스트의 이름 한 줄, 때때로 그것조차 존재하지 않는다.


어떻게 해야 할까, 더 어떻게, 무엇을 할 수 있을까. 십 년 전부터 늘 생각해 왔는데도 길을 잃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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