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밤은 구겨진 종이처럼 방구석에 버려져 있었다. 마음이 선명하지 않게 된 것이 언제부터 인지 짐작은 되지만 정확히 떠오르지 않았다. 눈이 내리던 하늘을 올려다보는데 정신을 빼앗겨 어느 순간 고개를 숙여 보니 온 세계가 이미 하얗게 뒤덮여 있었다.
새벽녘의 진동소리에 잠이 깼다. 수면 모드에 두는 걸 잊은 채 잠이 들었다. 주문해 두었던 물과 도시락의 배송 문자였다.
낙엽이 마른 냄새가 났다. 밟으면 바삭바삭 소리를 내며 부서졌고, 계절이 변한 탓에 해도 많이 기울었다. 한낮에도 그림자는 제법 길었다. 온 도시가 반짝였다. 빌딩과 빌딩 사이, 사람들의 숨죽인 말소리와 우리가 걷던 발 끝에서 세계는 다시 시작되었고, 기적처럼 나를 기다리던 지하철역 출구 앞에 선 우리는 모든 불안을 잊을 수 있었다.
올려다본 달은 하얗게 빛나고 있었다. 누군가 달과 비슷한 창백한 스티커를 붙여 놓은 것 같은 모양을 한 손톱 달이었다. 금방이라도 꺼질 듯 위태로워 보이던 이 모습이 이상하게도 기억에 남아있다.
해 질 녘의 빛을 담은 너의 손 끝이 붉게 빛났다. 이대로 점점 투명해져 사라진다 해도 이상하지 않을 것 같았다.
잠에서 깨었을 때 먼 곳에서 아득한 화물열차 소리가 났다. 이 소리를 들을 때면 언젠가 평화로웠던 시간 속 그대로 시간이 멈춰있는 것 같은 기분이 든다. 다듬어지지 않고 거칠지만, 온기가 있다.
어딘가 그리운 기분으로 가득찬 이 공간에서, 다시 잠이 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