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침 알람으로 일어나고 싶다는 바람이 무색하게 눈이 떠진 시간은 0시를 조금 넘긴 새벽이라고도 부르기 애매한 깊은 밤이었다. 다시 잠들어야 한다는 부담감에 한참을 뒤척이다 결국은 책상 앞에 앉았다. 이젠 모르겠다는 마음으로 커피까지 내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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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든 답장이 느리다. 8월 말일 즈음만 해도 9월의 일정은 텅텅 비어있었는데, 갑작스럽게 하나 둘 몰려온 일들로 추석 전까지는 더 이상 빈 틈 없이 거의 매일 촬영 일정이 잡혀있다. 하루 이틀 빈 공간이 있긴 하지만 후반 작업등을 고려하면 조금의 여유도 없다. 무엇보다 좋은 일이고 감사한 일이지만, 긴장의 끈을 잘 붙들고 있지 않으면 결과에 영향을 줄 수도 있어서 사실은 부담감이 크다. 어느 것 하나 적당히 하고 싶지 않다. 이름을 건 일이기에 할 수 있는 것을 전부 해내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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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음은 슬픈 소리를 내며 어긋난다. 잠에서 깨어났을 때 더는 한계인 것 같다는 메시지가 도착해 있었다. 그 마음은 너무 먼 곳에 있었다. 나 또한 아주 먼 곳에 있다. 애달프게도 한계점이 향하는 방향조차 달랐던 것이다. 답장은 하지 않기로 했다.
향기 없는 꽃 같은 사람을 만나면 사실 이름조차도 잘 물어보지 않는다. 누구에게나 좋은 사람이고 싶진 않지만 좋아하는 사람에게는 좋은 사람이고 싶다. 하지만 그 일이 삶을 통틀어서 가장 어려운 일인 것 같다. 어떠한 아름다움은 필연적으로 통증을 동반한다. 그런 것을 통틀어서 인류는 사랑이라는 단어를 만들어 낸 것이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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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의 끝을 발견한 오래전으로 돌아간 기분이 들었다. 人は笑うように生きる。 이 노랫말처럼, 사람은 미소 짓기 위해 살아간다. 그 앞에 어떠한 서글프고 고단한 과정이 있었더라도, 마음을 풀고 눈꼬리를 내린 채 함께 웃을 수만 있다면, 그것만으로도 충분히 행복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렇게 살아가고 싶다.
다시 잠들 수 있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