계절의 경계

by 노엘

번화가의 무수한 사람들을 지나칠 때면 이렇게 많은 사람이 있는데 나는 왜 쓸쓸히 혼자서 집으로 돌아가야 하는 걸까, 라는 생각을 가끔씩 한다. 멀리서 바라본 수많은 사람들은 분주하지만, 어딘가 평화롭고 즐거워 보였다.


하지만 한 사람 한 사람 가까이에서 본모습이 어떨지는 어렴풋이 알고 있다. 그 사람이 지금까지 살아온 기적적인 역사와 습관, 환경 모두가 함께 파도에 떠밀려 오듯 다가온다. 사소한 말투와 걸음걸이에서도 희미하게 삶의 흔적들이 느껴진다. 수 없이 많은 것들을 쌓아 올렸던 작은 손은 경이로울 만큼 아름답지만, 미세한 충격에도 부서지기 쉬운 존재처럼 또 하나의 운명으로서 그 자리에 존재한다.


진심을 다하지 말자고 다짐했던 적이 있었다. 지나고 보면 말도 안 되는 시간낭비였다. 그런 건 조절할 수 있는 종류의 감정이 아니었다. 작은 행복의 순간에도, 무미건조했다고 느꼈던 어떠한 산책들도, 그렇게 지나왔던 발자국은 쉽사리 지워지지 않았다. 그리고 이내 상흔이 되어 오래도록 남았다.


그러는 사이에 적지 않은 시간이 흘렀다. 스스로를 향한 시선이 바뀐 것을 느끼게 된 것은 제법 최근의 일이다. 그리고 모든 일은 전으로 돌릴 수 없었다. 절망적인 기분도 들었다. 크리스마스에 영화 약속을 하고는 지하철을 거꾸로 탄 걸 상영 시간이 다 되고 나서야 깨달은 사람처럼 무기력했다. 다음 같은 건 없었다.


멈춰 버린 마음과 이미 먼 곳까지 달려와 버린 시간 사이에서 길을 잃었다. 수 없이 되뇌었던 마음들은 이미 투명한 셀로판지가 되어서, 잘 보이지도 않고, 쉽사리 닿을 수도 없었다.


다시 한번 찬 바람이 부는 계절이 돌아왔고, 나는 여전히 때때로 열일곱의, 말 수가 없는 교복을 입은 소년으로 돌아가고 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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