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분이 좋아서 나쁠 건 없다.

by 노엘

주차해둔 자리를 착각하는 바람에 조금 걷게 됐다. 그래 봐야 고작 2~3분 정도의 거리지만 걷는 동안 잠깐 하늘을 올려다봤다. 밤이었지만 맑게 개인 하늘은 투명했고 희미하게 별이 반짝였다. 선선하고 기분 좋은 바람이 불었다. 그러고 보니 오늘은 긴팔 셔츠를 입고 나왔다. 여름용 샌들이 아닌 스니커즈를 신었다. 그녀가 더 이상 나의 걱정을 하지 않게 된 것처럼, 더는 덥지 않았다.


이사온지 2년이 지나도록 커튼을 달지 않은 침실이 이른 시간부터 눈부셨다. 오랜만에 얼굴을 내민 맑은 하늘에 지난밤의 마른기침 같던 일들이 무색하게 느껴졌다. 빛을 둘러싼 골목길은 반짝였고, 건물 곳곳의 면과 면을 나눈 그림자가 정겹고 따뜻했다. 흐릿했던 사물들이 선명하게 떠올랐고, 바람은 여전히 기분 좋게 불고 있었다.


독자 선물용 폴라로이드를 EMS 발송해야 해서 오랜만에 우체국으로 향했다. 점심시간 직전이라 그런지 손님은 나를 포함해 두 명으로 한산했다. 평소와 다름없이 EMS 용지를 꺼내 들고 작성하려 하는데 갑자기 우편창구의 직원분이 나와 말을 걸었다. 무슨 일인가 싶어서 급하게 이어폰을 뺐다. 문제가 있던 건 아니었고, 인터넷으로 접수해서 발송하면 훨씬 저렴하게 보낼 수 있다며 그 자리에서 하나하나 가르쳐 주셨다. 이런 것까지 이제 전산화가 되는구나 하고 새삼 감탄했다. 우편을 보낼 때면 과연 잘 도착할까 하는 왠지 모를 긴장감이 있어서, 글씨가 못생긴 나는 그나마 또박또박 작성하기 위해 펜을 따로 가지고 가곤 했는데, 이젠 그럴 일도 없어졌다. 편리하긴 한데, 조금은 서운한 기분도 든다. 주소를 꾹꾹 눌러쓰면서 느끼던 [꼭 무사히 잘 도착해야 돼!] 하는 긴장감이 어딘가 희미해진 느낌이다.


돌아오는 길은 여전히 반짝였다. 인류 최대의 발명품인 줄이 달린 이어폰으로 미카의 노래를 반복해서 들으면서 우체국까지의 짧은 산책을 마쳤다. 스튜디오 앞에 다다라서 뭔지는 잘 모르겠지만 각오의 호흡을 한 번 내쉬고, 엘리베이터에 올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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