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개월에 한 번씩 혈액 검사를 한다. 대단한 병에 걸리거나 그런 건 아니고, 일 년여간 괴롭혔던 원인 모를 손목 통증 때문인데 혈중 요산의 과다가 원인인 걸 대학병원에 와서야 그 이유를 알게 됐고, 그것에 대한 추적 검사를 정기적으로 하고 있는 것이다. 벌써 일 년을 조금 넘게 오갔던 것 같은데, 가장 어려운 것은 채혈 검사가 오전 7시라는 점이다. 그러고 나서 9시 즈음에 진료를 보게 되는데 그 사이 약 두 시간의 공백은 점심시간이 지나 식곤증이 몰려오는 나른한 수업시간처럼 좀처럼 시간이 흐르지 않는다.
아무리 규모가 커도 병원이라 딱히 이 안에서 식사를 하거나 할 기분은 들지 않아서 매번 차로 돌아가서 잠깐 자고 나오거나 했었다. 집에 다녀오거나 스튜디오에 다녀와도 괜찮을 시간이지만 효율이 별로 안 좋았다.
그래도 시간이 지나면서 병원이라는 공간이 이젠 낯설지만은 않게 되어서인지 오늘은 처음으로 채혈 후에 푸드코트에서 식사를 했다. 욕심을 부려 가장 비싼 것을 주문했다. 그래 봤자 만원 남짓. 구운 생선에 된장찌개가 간단한 밑반찬과 함께 곁들여 나오는 한식이었다. 시간이 시간인 만큼 문을 연 식당은 그리 많지 않았고, 아침 식사를 하려는 사람은 생각보다 많아서 제법 붐볐다.
밥을 먹고도 한 시간이 남아서 가볍게 산책이라도 할 겸 병원 밖을 나섰다. 이화여대 쪽으로 걸어 올라가면 카페가 있었던 기억이 있어서 문을 열었으면 그곳에 가야겠다고 마음을 먹고 지금은 그 카페의 2층에 와있다. 주문을 받는 일 층엔 생각보다 많은 사람이 있었는데 지금 내가 있는 2층엔 아무도 없다. 기분 좋은 아침 햇살만이 가득하고 기분을 가볍게 두드려주는 재즈 음악이 공간을 채우고 있다.
출근시간이 가까운 버스 정류장에선 끊임없이 수많은 사람들이 타고 내린다. 이따금 택시에서 내려 어딘가로 서둘러 뛰는 사람들도 보인다. 멀리서 보면 평화롭기 그지없는 풍경이다. 매번 차에 가서 눈을 감고 시간을 보낸 일이 조금은 후회된다.
기상 알람이 울리기 전에 잠깐 잠이 들었는데, 리터칭 마감을 깜빡 잊은 것에 대한 독촉 전화가 걸려오는 꿈을 꿨다. 꿈속에서도 식은땀이 났다. 어휴. 눈을 뜨자마자 다시 한번 마감들을 체크했다.
잠이 들면서 바라는 건 잠들기 직전까지의 모든 감정들을 리셋시켜 주었으면 하는 바람이다. 잘 통할 때도 있지만 오늘처럼 긴 여운이 남을 때도 있다. 그럼에도 날은 밝았고, 세상은 그런대로 평화롭게 유기적으로 돌아간다.
이제 슬슬 병원으로 돌아가야겠다. 오늘의 나와 앞으로의 내가 조금 더 행복하기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