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백하자면 도쿄에 머무르는 기간 동안은 때때로 더욱 거대한 외로움에 휩싸이곤 한다. 하지만 그 외로움은 어떠한 해방감을 동반한다. 아는 사람들을 만나서 일정을 보낼 때면 한없이 즐겁지만, 늦은 시간 호텔에서 눈을 떴을 때에는 어두운 우주 공간에 혼자 떠있는 듯한 기분이 들었다.
가급적 신주쿠역 서쪽 출구 근처에 자리를 잡으려고 하는데, 매번 갑작스레 일정을 정하다 보니 원하는 숙소를 찾는 건 여간 쉬운 일이 아니다. 그러다 보니 먼 동쪽에 있는 호텔에 묶게 되거나 어쩔 수 없이 아파 호텔 같은 곳을 예약하게 되기도 한다. 물론 비용을 지불하면 얼마든지 좋은 곳을 찾을 수 있지만 체류일이 긴 편인 나는 아무래도 적당한 공간과 적당한 가격의 숙소를 찾을 수밖에 없다.
시트커버와 이불은 당연히 하얀색이어야 하며, 실내에 어두운 인테리어가 많은 곳은 피한다. 오가는 일이 잦다 보니 프런트를 완만하게 돌아서 진입할 수 있는 객실 전용 출입구가 있는 곳이면 더 좋다. 호텔 조식은 이용하지 않기 때문에 크게 상관은 없으며, 사치스럽게 들릴 수도 있지만 세탁이 필요한 시점이 되면 옷은 사서 입는다. 캐리어는 항상 80리터 정도의 사이즈를 이용하며, 용량의 반만 채워 출발한다. 올 때는 새로 구입한 옷들로 반을 채운다. 어디로든 무엇이든 해야 하기 때문에 복잡하지만 신주쿠이어야 한다. 몇 번인가 유감스러운 일을 겪고 나서는 누군가의 필요한 물품이나 선물도 사지 않는다.
여행이 아니라 체류라고 말을 하는 건 딱이 여행을 하는 생활을 하지 않기 때문이기도 하다. 약속 장소 등으로 이동을 하긴 하지만, 유명 관광지를 돌아본다거나 그런 일정은 넣지 않는다. 나를 만나는 사람들도 딱히 관광객처럼 대해주지 않는다. 모두가 오랜만에 만나는 친구들 느낌이다. 실제로 그렇기도 하고. 특별히 일정이 없는 날이면 호텔 근처를 어슬렁 거리며 산책을 한다거나, 골목골목 다니면서 괜찮아 보이는 적당한 곳에서 밥을 먹는다. 성공할 때도 있지만 참담하게 실패할 때도 있다.
서점에는 꼭 들리는 편인데 그 무렵 함께 일을 했던 매체가 있으면 찾아보곤 한다. 국내에서 우편으로 받아보는 것과 매대에서 만나는 건 상당한 감도의 차이가 있어서 이 일은 제법 즐겁고 기쁘다.
저녁 시간이라면 단골이라고 할 만한 곳도 생겼었는데, 이젠 못 간지 시간이 제법 지나서 점원들이 바뀌어 있을 것 같다. 일 년에 고작 서너 번 가는 사람을 기억해 주는 게 신기하고 고마웠는데 아운 일이다.
해가지면 매일 술을 마셨다. 혼자서 마시든 친구와 마시든, 먹고 싶은 걸 먹고, 마시고 싶은 걸 마셨다. 일도 하지 않고 매일 먹고 마시고 친구들을 만나 노는 삶이었으니 얼마나 행복한가.
비틀거릴 만큼 취할 때면 오래전에 헤어진 일본인 여자 친구가 이따금 생각났다. 물론 연락은 하지 않았다. 예전의 그 번호와 메일 주소가 맞는지 어떤지 조차 이제는 알 수 없다. 헤어지게 된 건 결국 이토록 먼 거리 때문이었는데, 내 사진들이 그녀의 생활권 안에서 보인다는 걸 알고는 있을까. 음. 이젠 아무래도 좋을 일이다.
가끔 먼 곳에서 술을 마시고 마지막 열차를 타고 집으로 돌아올 때면 잠깐이지만 오래전부터 이곳에 살고 있는 듯한 기분이 들었다.
즐거운 일들을 많이 두고 왔는데, 언제쯤 다시 갈 수 있을까. 유난히 많이 생각나던 지난밤, 그리고 문득 눈을 뜬 새벽시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