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 질 무렵명상

by 노엘

가끔 어제처럼 저녁 무렵 촬영이 잡힐 때면 조금 서둘러가서 해가 지는 모습을 바라보며 멍하니 앉아 있는다. 이 시간은 동이 트기 직전 새벽녘의 풍경처럼 무척이나 고요하고 평화로워서 언제까지라도 바라볼 수 있다. 서쪽 하늘 끝자락에 해가 걸릴 때면 스튜디오 공간은 오렌지색 빛으로 가득 물들고, 그동안 여러 가지 생각을 정리하거나, 돌아보거나, 앞으로의 일들을 생각한다. 일종의 명상 같은 시간이다.


그리고 그럴 때면 이 공간이 갑작스레 한없이 낯설게 느껴지기도 한다. 스스로가 계획하고 만들어지고 수많은 일들을 반복하는 장소임에도 어딘가 낯설다. 하지만 그와 동시에 포근하다. 공존하기엔 아직은 어색한 자연과 인공적인 공간, 나의 삶만큼의 역사 속 그 중간 어딘가의 무중력 행성에 비상착륙이라도 해 있는 듯한 기분에 휩싸인다.


바닥에 쏟아진 시리얼을 줍는 것처럼 하나하나 흩어진 조각들을 주워 담는다. 그것에 요령이란 것은 존재하지 않고, 그저 시간을 들여서 해 나갈 수밖에 없는 일이다. 그리고 그 작업이 끝나갈 무렵 나는 얼마간 제자리로 돌아온 것 같은 기분이 된다. 다시 한번 깊은숨을 쉬고, 사진가로 돌아갈 시간이 온다.

keywor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