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매거진 일드 리뷰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Simon Kim Jun 12. 2017

나도 결혼을 할 수 있을까?

일본 드라마 <하야코 선생님, 결혼한다니 정말인가요?>

하야코 선생님, 결혼한다니 정말인가요?(2016)

주연: 마츠시타 나오(松下奈緒), 칸지야 시호리(貫地谷しほり), 사토 히토미(佐藤仁美), 

야시마 노리토(八嶋智人), 카와에이 리나(川栄李奈)

장르: 로맨틱 코미디

편성: 후지TV

편수: 9부작


 30대 초반의 애인 하나도 없는 미혼으로써 '누군가와 함께 가정을 꾸린다.'라는 것이 상당히 멀고도 가깝게 느껴진다. 이제 나의 연배인 많은 사람들이 가정을 꾸리거나 꾸릴 예정이기에 가깝게 느껴지고, 정작 나에게 일어나지 않는 일이기에 멀게 느껴지는 것이다. 주변에 결혼한 사람들이 잘 살고 있고 서로의 부족한 점을 채워가는 것을 보면 부럽기도 하지만 정작 나의 현실에서 가정을 꾸린다는 것을 보면 상당히 부담스럽기도 하다. 20대 때는 별로 느끼지 못하는 감정이 이렇게 생기는 것을 보고서 당황스럽기도 하면서 나이를 점점 먹어간다는 사실이 슬퍼지기도 하고 제대로 이룬 것이 없다는 점에서도 자괴감을 느끼곤 한다.  그 와중에 본 <하야코 선생님, 결혼한다니 정말인가요?>라는 다소 기괴한 제목의 드라마는 이러지도 못하고 저러지도 못하는 불안한 심리를 가지고 있는 30대 미혼남녀를 위한 드라마라는 생각이 들었다. 원작이 만화이고 한국에서 번역 출간이 되어 있기에 재밌게 본 만화였는데, 이렇게 드라마로 나오니 반가웠다.


타츠키 하야코는 34살 미혼의 평범한 초등학교 선생님이다.

 타츠키 하야코(마츠시타 나오)는 도쿄 근교 소도시의 평범한 초등학교 선생님이다. 특기는 안 똑같은 옛날 성대모사하기이고 윙크와 발을 교차하여 뛰는 스킵을 못하지만 그래도 학생들은 하야코를 잘 따른다. 하야코의 나이는 34세 그러나 남자 친구도 없는 미혼이다. 하야코(早子)라는 이름의 뜻이 '빠른 아이'라는 뜻인데도 불구하고 큰 나이 차이의 동생 푼코(카와에이 리나)에게 결혼과 임신 모두 밀리게 된다. 이름 그 자체가 하야코의 인생과는 상반된 것이다. 


하야코는 다소 4차원적인 모습을 보이기도 하지만 지극히 평범하다.

 하야코는 남들이 말하는 여성적인 매력은 그다지 있는 편이 아니다. 힘은 세고 키는 크다.(배우 마츠시타 나오는 실제로 174cm의 장신이라고 한다.) 백화점에 있는 마네킹에게 인사를 하거나 악수를 하는 등 4차원적인 모습도 보이지만 실제적인 성격은 조용하고 진중하며 평범하다. 이러한 점이 남자들에게는 제대로 된 매력을 느끼게 하지 못하는 것인지 실제적으로 연애도 별로 못해봤고 결혼도 하지 못했다. 사회에 처음 나왔을 때는 결혼에 대한 생각이 별로 없었던 것 같지만 나이가 차고 노쇠해가는 부모님을 보니 결혼에 대한 생각이 점점 커진 것 같다. 지금 하고 있는 일에 대해서 매우 만족하고 있지만 인근 강가에 가서 멍하고 있거나 출근하는 길에 출근하지 않고 먼길을 떠나고 싶은 충동이 일기도 한다.


하야코의 학교에는 여러가지 사유로 결혼을 하지 못하고 있는 선생님들이 많다.

 하야코가 일하고 있는 학교에는 하야코와 비슷한 처지의 선생님들이 꽤 있다. 매우 여성스럽고 새침하고 결혼에 대한 생각이 넘치지만 남자를 찾지 못하는 3학년 담임인 쿠가야마 미카(칸지야 시호리), 지난 인연과 끝났지만 끝나지 않은 상태로 질질 끌고 있는 음악교사 나리마스 우메코(사토 히토미), 학생들에게 놀림을 받을 정도로 성실하지만 여성들이 이끌리는 매력이 전혀 없는 6학년 담임 센다기 켄타로(야시마 노리토) 등이 나이는 찼지는 결혼을 하지 못하고 있는 것이다. 이 선생님들은 서로의 결혼에 도움을 주기로 하고 이른바 '결혼활동 동맹'을 결성하여 서로의 결혼을 돕게 된다.


결혼활동 동맹 일원들은 여러모로 자신이 맞는 대상을 찾기 위해 노력하지만 쉽지 않다.

 결혼활동 동맹 일원들은 자신들의 인연을 찾기 위해서 노력한다. 미팅이나 맞선을 주선한다거나 사소하게는 팔찌와 목걸이를 같이 착용하면 인연이 찾아온다는 속설에 팔찌와 목걸이를 선물하기도 한다. 하지만 그러한 노력들에도 불구하고 인연을 찾기란 쉽지 않다. 미카는 결혼에 대한 목적이 너무 강한 나머지 인연을 제대로 느끼기 힘들었고, 우메코는 새로운 인연을 맞이하기에 지나간 인연이 너무나 끈질겼다. 센다기는 성실하기는 하지만 어떻게 하더라도 사람들이 자신을 남자가 아니라 고민을 털어놓기 좋은 이웃이나 오빠로 보는 것을 보고 좌절에 빠진다. 자신에게 운명이 있다고 믿고는 싶지만 이러한 조건에서는 그러한 위로는 그냥 인사치레로 느낄 뿐, 제대로 된 위로가 될 수 없다.


하야코는 시간이 흐르는 동안 많은 남자들을 조금씩 만나본다.

 하야코는 다른 결혼 동맹 일원들과 함께 미팅을 하거나 맞선을 보고나 하는 식으로 공식적으로 결혼 활동에 매진한다. 친척 아주머니가 소개해 준 남자는 이상한 냄새를 풍기더니 이상한 방식으로 거절을 당했고 미팅에 어쩔 수 없이 나온 연하의 남자가 결혼하자는 말을 하지만 그것 역시 자신의 살아온 과정에서 비롯된 외로움을 채우기 위해서 그랬던 것으로 밝혀졌다. 그나마 컴퓨터 교사 연수를 통해서 우연히 만난 한 남자 선생님의 오지랖에 끌리기도 하지만 그것 역시 인연이 아님을 체감하며 마음을 접는다. 하야코가 다른 선생님들과 다른 점은 다른 선생님들은 자신의 처지에 대해서 실망하거나 슬퍼하지만 하야코는 굉장히 덤덤하다는 점이다. 주변의 모습에 휩쓸려 인연 찾기에 나서지만 아직까지도 하야코의 마음에 다가오는 인연은 없다는 것 그리고 아직까지 하야코가 결혼에 대한 마음이 없다는 것을 반증하고 있다.


'마음은 어디에 있는 것일까?'라는 학생들의 논쟁에 하야코는 많은 것을 깨닫는다.

 어느 날 자신이 가르치는 학생들이 "마음은 어디에 있는 것일까?"하는 논쟁을 벌이게 되는데, 하야코는 즉석에서 답변하지 못한다. 어찌 보면 당연한 질문이지만 그러한 것에 대해서 우리는 의외로 잘 생각하지 않기 때문이다. 하야코는 여러 만남 후에 학생들에게 "마음은 있다."라고 학생들에게 답해준다. 눈에 직접 보이지는 않지만 좋아하는 사람이 나타나거나 접근하면 떨리고 긴장하는 것은 마음으로 인해서 나타난다는 말을 한다. 결국 사랑이라는 것은 수학이나 과학처럼 이성적으로 나타날 수 있는 것이 아니라 마땅한 인연이 나타나면 감성 시계가 움직이는 것임을 학생들에게 알려주는 것이다. 결혼활동 동맹 구성원들의 일원들은 그 이후에 감성이 먼저 움직였던 사람을 찾기 시작한다. 


아무래도 내가 인기없는 남자다 보니 센다기의 모습이 많이 공감이 간다.

 사실 공감이 많이 되는 드라마 내용이었지만 그중에서 가장 공감이 많이 되는 인물은 센다기였다. 앞서 언급했다시피 센다기는 매우 성실하고 착한 사람이다. 하지만 이성이 끌릴 수 있는 매력이 없다는 점에서 매우 큰 약점을 가지고 있었다. 센다기 만큼 이상적으로 성실하거나 착하지는 않지만 그래도 어디 가서 민폐를 끼친 적도 없고 다른 사람들을 보듬어 주고자 많은 노력을 했다. 이렇게 하니까 많은 사람들은 나를 고민이 있을 때나 어떤 결정을 해야 할 때 나를 상당히 많이 찾는 편이다. 하지만 그 이상으로 넘어오기는 힘들다. 그저 상담역으로는 좋은 사람일 수는 있으나 이성으로는 매우 부족하다는 말이다. 즉 동네 아저씨나 오빠 또는 동료로는 볼 수 있어도 남자로는 볼 수 없다는 것이다.


 상담역으로써의 매력이 높지만 인간으로서의 매력이 너무나 없다는 점을 느끼는 것은 상당히 괴로운 일이다. 그러다 보니 센다기처럼 자연스럽게 나의 내면도 내 자신이 믿을 수 없게 되는 아이러니함이 생긴다. 동시에 어느것도 나은것이 없는 외모, 사회적 지위, 재력 등의 외면을 미워하기도 한다. 계속 이러한 모습이 지속되면 나에 대한 자존감과 자신감이 동시에 사라지는 효과를 얻을 수 있다. 주변에서 칭찬을 해줘도 그것을 곧이곧대로 들리지 않고, 호감을 느끼는 상대에게도 감성이 움직여서 좋아한다고 이야기 할 수가 없다. 그러다 보니 하야코처럼 출근하다가도 그대로 먼길을 떠나고 싶다고 느끼거나 아무런 생각도 하지 않은 채 멍하니 생각하는 시간도 늘어나는 것 같다.


하야코는 많은 인연들 가운데서 자신의 인연을 찾을 수 있을까?

 20대가 느낄 수 없고 기혼자가 느낄 수 없는 30대 초중반의 미혼자가 느낄 수 있는 현실을 이 드라마에서는 잘 반영하고 있고 그 점에서 하야코와 결혼활동 동맹 일원들에게 많은 공감이 간다. 사실 이 드라마의 결말과 '짚신에도 짝이 있다'고 말하는 듯한 이 드라마의 다른 면은 상당히 마음에 들지 않다. 하지만 아직도 결혼하지 못하거나 비혼을 선택한 이들이 뭔가 결격사유가 있는 사람들이라고 이야기 하는 많은 수의 드라마들 보다는 그들의 현실을 그대로 보여주면서 보듬어주고 있다는 점에서 충분히 훌륭한 작품인것 같다.

매거진의 이전글 먹는 것이 바뀌면 인생도 바뀐다.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