벌써 5월입니다
지난 한 달 동안 많은 일들이 연이어 일어났다.
기쁜 일도 있었지만, 힘든 일이 더 많았다. 연이어 일어난 사건들은 단조롭던 나의 일상을 침범하고, 방해하고, 무너뜨렸다.
첫 번째. 내가 코로나에 걸렸다. 일주일 간 재택치료와 자가격리에 들어갔다.
1일 차. 열이 확 오르고, 식은땀이 났다. 2~3일 차. 목소리가 맛이 갔다. 기침을 시작했고, 가래가 심해 숨쉬기가 힘들었다. 4~5일 차. 어지럼증과 두통, 현기증이 찾아왔고 그렇게 정점을 찍은 증상은 이 이후로 약해졌다. 일주일 더 재택근무를 하며 집에서 지내다 다시 출근했다.
한 달이 지난 지금까지도 잔기침과 가래가 남아있다. 백신을 3차까지 맞았는데도.
두 번째. 확진되어 골골대던 와중에 아빠가 무릎을 다쳤다. 길을 걷다 잠깐 발을 헛디뎌 바닥에 무릎을 찧었는데, 글쎄 금이 갔다고 했다. 완벽하게 노후준비가 되어있지 않은 상태로 은퇴를 하고, 수입이 없는 상태로 보험설계사 자격증 공부를 하며 새 시작을 하려던 참이었는데 그렇게 됐다. 절룩거리며 걸어가는 아빠의 뒷모습, 그 흰머리 많은 뒷모습을 보니 마음이 아팠다.
아빠는 결국 수술을 하고 이틀간 입원 후 금방 퇴원하여 회복 중이다. 현재 시험에 합격하여 설계사로 재취업을 하셨는데, 생각보다 녹록지 않은지 나를 비롯한 가족들에게 보험가입을 권유하고 있다. (가족들에게 권유하지 말라고...)
세 번째. 키우는 고양이가 아팠다.
둘째 고양이를 입양하면서부터 첫째의 잔병치레가 많이 생겼다. 방광염, 결막염, 피부염... 온갖 염증은 기본, 이번에는 소변을 집안 여기저기에 누는 바람에 온 가족의 이불빨래를 세 번이나 했다.
중성화한 수컷 고양이에게 자주 발생하는 특발성 방광염이라 별다른 치료나 수술 없이 약만 처방받고 집에서 케어해야 했는데, 여기저기 소변 누는 말 안 통하는 동물을 따라다니며 주말 내내 걸레질하고, 새벽에 잠을 못 자서 결국 아까운 연차를 써야만 했다. 물티슈도 세 통이나 쓰고.
다행히 고양이는 상태가 좋아졌다. 약을 먹이니 금방 화장실로 가서 볼일을 본다. 참으로 신기한 동물이다. 기본적인 환경을 개선해주기로 했다. 조금 더 시간을 내어 같이 있어주고, 사냥놀이 시간을 갖고, 좋은 습식 사료와 간식을 먹이고, 수직공간을 만들어 주기 위해 거금을 들여 원목 캣타워를 샀다.
네 번째. 코로나에 확진되는 바람에 한 달이나 할머니를 뵈러 가지 못했다. 안 그래도 면역력이 약한 고령자이기에, 혹시라도 나에게서 옮을까 봐, 잔기침하는 동안은 안부전화만 드렸다. 3주 뒤 완치되어 할머니랑 꽃구경이라도 갈까 했던 날. 전화를 드리는데 신호음만 가고 계속 받지를 않는 것이다.
쎄한 기분으로 할머니 댁 현관문을 벌컥 연 순간, 바닥에 두 손을 짚고 앉아계신 할머니를 보았다. 아래턱에 피멍이 들어 있었다. 너무 놀라서 무슨 일이냐고 여쭤보니 무릎이 아프다며, 움직이지 못하겠다고 하셨다. 일으켜달라 하셔서 우선 몸을 부축해 소파에 앉혀드렸다. 그 짧은 순간에도 고통에 얼굴을 찡그리는 할머니를 보니 어떻게 해야 할지 몰라 두 손이 벌벌 떨렸다.
우리 할머니는 치매다. 도대체 무슨 일이 일어난 건지 기억을 못 하신다. 추측하건대, 발을 헛디뎌 휘청이다 얼굴을 어딘가에 부딪혔고, 무릎을 땅에 찧으며 넘어진 것 같다. 대체 얼마나 그 바닥에 계셨던 건지, 소변도 앉은자리에서 보셔서 바지가 다 젖어있었다. 마음이 아프다 못해 찢어졌다. 마음이 찢어진다는 말이 이럴 때 쓰인다는 걸 알았다.
할머니도 다리수술을 하셨다. 지금은 잘 회복하셨고 목발을 짚고 걸어 다니신다.
그렇게 지옥 같던 일련의 사건들이 연이어 터지며 4월이 지나가고, 달이 바뀌었다. 나 살기도 바쁜데 가족이 아프니까 마음이 너무 괴로웠다. 마음이 힘드니까 시간이 어떻게 가는지도 몰랐다. 키우는 고양이와, 아빠와, 할머니를 돌보며 인생이란, 가족이란 대체 무엇일까 생각했다.
뭐 내가 이렇게 불행 서사를 나열한다고 해서 내내 힘들기만 했던 건 아니고, 즐거운 일들도 많았다. 지나간 일들이라 이렇게 쓸 수 있는 것이다. 그리고, 그 과정에서 조금씩 단단해져 가는 나를 느낀다.
5월은 가정의 달이니까. 나도 가족도 모두 힘들지 않았으면 좋겠다고 생각하며, 심심한 글을 마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