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방의 일이란 내 것이 아니라 누군가를 위해 만드는 일의 연속이다.
가죽 공예를 처음 배우고 3개월, 샘솟던 설렘이 가시기도 전에 창업을 했다보니 만들 수 있는 재주보다 욕심이 컸다. 처음에는 샘플로 만드는 카드지갑 하나, 키링 하나 만듦새 있게 만들기 어려웠다. 어설프게 완성된 제품은 팔기에는 완성도가 떨어지고 버리자니 아쉬워서 들고 다녔다. 재주가 늘어도 잘 만든 제품은 팔고 조금 못난 제품을 들고다니게 되었다. 공방장은 자기가 만든 물건은 작은 것이라도 가장 예쁜 제품을 들고 다녀야 한다는데, 아까워서 직접 들지 못하는 것을 보면 아직 재주가 덜 늘은 것이다.
가죽 공예가 취미가 아니라 일이다보니 내 것보다는 팔기 위한 제품을 더 열심히 만들어야 한다. 꾸준히 갈고 닦은 내 재주란 제품을 주문해주는 고객을 위한 것이다. 좋아하는 일을 직업으로 삼는다는게 그렇다. 공방의 일이란 내 것보다는 누군가를 위한 제품을 만드는 일의 연속이다.
제품이란 보통 목적이 있기 마련이다. 선물이라거나, 판매라거나, 또는 직접 사용하기 위함이라거나. 목적에 따라 원하는 내용도 다르다. 이니셜 각인을 잘 보이는 위치에 해달라거나, 케이스라면 원하는 사이즈나 사용의 편의를 위한 설계가 필요할 때도 있다. 고객이 구체적이고 정확하게 무엇을 원하는지 단번에 캐치하기란 어렵다. 원하는 요구사항과 설계(패턴)을 직접 잘 정리해 보내주신다면 감사한 일이지만 쉽지 않은 일이다. 경험이 쌓이면 저절로 맞춰주게 되지만 처음 만드는 제품은 항상 어렵다.
방역을 위해 비대면으로 상담을 진행하다보니 더 어려워졌다. 문자로 사진이나 영상을 주고 받을 수 있다는 것은 아주 편리하지만, 그것만으로는 만족스러운 샘플이 나오지 않을 때가 있다. 고객과의 커뮤니케이션도 공방의 일이다.
내 것을 만드는 일과 누군가를 위해 만드는 일은 다를 수밖에 없다. 한정된 시간과 자원으로 만족할만한 제품을 만들 수 있느냐가 공방의 역량이다. 공방은 누군가를 위한 공방일 때 유지되고 성장한다. 누구나 나만의 공방을 꿈꿀 수 있지만 직접 꾸리는 것은 이래서 다르다. 공방인 이상 나만의 공방일 수 없기 때문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