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다하라 Dec 20. 2021

(6) 누구를 위한 공방인가?

공방의 일이란 내 것이 아니라 누군가를 위해 만드는 일의 연속이다.




 가죽 공예를 처음 배우고 3개월, 샘솟던 설렘이 가시기도 전에 창업을 했다보니 만들 수 있는 재주보다 욕심이 컸다. 처음에는 샘플로 만드는 카드지갑 하나, 키링 하나 만듦새 있게 만들기 어려웠다. 어설프게 완성된 제품은 팔기에는 완성도가 떨어지고 버리자니 아쉬워서 들고 다녔다. 재주가 늘어도 잘 만든 제품은 팔고 조금 못난 제품을 들고다니게 되었다. 공방장은 자기가 만든 물건은 작은 것이라도 가장 예쁜 제품을 들고 다녀야 한다는데, 아까워서 직접 들지 못하는 것을 보면 아직 재주가 덜 늘은 것이다.


 가죽 공예가 취미가 아니라 일이다보니 내 것보다는 팔기 위한 제품을 더 열심히 만들어야 한다. 꾸준히 갈고 닦은 내 재주란 제품을 주문해주는 고객을 위한 것이다. 좋아하는 일을 직업으로 삼는다는게 그렇다. 공방의 일이란 내 것보다는 누군가를 위한 제품을 만드는 일의 연속이다.


하남청소년수련원에서 진행한 온라인 수업키트의 완성품 샘플


 제품이란 보통 목적이 있기 마련이다. 선물이라거나, 판매라거나, 또는 직접 사용하기 위함이라거나. 목적에 따라 원하는 내용도 다르다. 이니셜 각인을 잘 보이는 위치에 해달라거나, 케이스라면 원하는 사이즈나 사용의 편의를 위한 설계가 필요할 때도 있다. 고객이 구체적이고 정확하게 무엇을 원하는지 단번에 캐치하기란 어렵다. 원하는 요구사항과 설계(패턴)을 직접 잘 정리해 보내주신다면 감사한 일이지만 쉽지 않은 일이다. 경험이 쌓이면 저절로 맞춰주게 되지만 처음 만드는 제품은 항상 어렵다.


 방역을 위해 비대면으로 상담을 진행하다보니 더 어려워졌다. 문자로 사진이나 영상을 주고 받을 수 있다는 것은 아주 편리하지만, 그것만으로는 만족스러운 샘플이 나오지 않을 때가 있다. 고객과의 커뮤니케이션도 공방의 일이다.


각인의 종류를 설명하고 결정하는 일도 중요 코스 중 하나, 화이트박으로 진행된 코스터


 내 것을 만드는 일과 누군가를 위해 만드는 일은 다를 수밖에 없다. 한정된 시간과 자원으로 만족할만한 제품을 만들 수 있느냐가 공방의 역량이다. 공방은 누군가를 위한 공방일 때 유지되고 성장한다. 누구나 나만의 공방을 꿈꿀 수 있지만 직접 꾸리는 것은 이래서 다르다. 공방인 이상 나만의 공방일 수 없기 때문에.




매거진의 이전글 (5) 왜 창업이어야만 하는가?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