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즈음 남들은 어떻게 사는지 궁금하다. 자영업자가 된지 3년, 벌써 시간이 이렇게 흘렀다. 그동안 누군가는 취업을 하고 퇴사를 하고 또는 창업을 한다. 저마다 각자의 길을 가는데 나 혼자 어슬렁대고 있는 것만 같은 기분이다.
작가로 살기는 이제 1년차다. 막 시작해서 파릇하다 못해 잘 안보이는 작은 내 새싹. 나는 무엇으로 자랄까 벌써부터 궁금하다. 잘 자란 작가가 나무라면 사과 나무일지 배 나무일지 바나나 나무일지. (죄다 과일 나무로구나) 기왕이면 귀여운 과실이 열리는 나무였으면 좋겠다.
그렇게 공상을 하다보면 문득 길을 잃은 것 같다. 먼 미래를 상상하다보면 내가 지금 어디 있는지 희미하다. 어디든 갈 수 있을 것 같지만 한 편으로는 어디에도 가지 않은 것만 같다. 이렇게 길을 잃은 짐승 마냥 헤맬 때면 그림을 그린다.
아날로그로 그리는게 아직은 더 좋다
손에 잡히는 대로 무작정 연습하고 무작정 그려낸다. 손 끝에는 선명하게 그려지는 연필이나 붓을 쥔다. 종이와 가죽 위로는 무엇이든 그려낼 수 있다. 좋아하는 작가들의 좋아하는 작품을 떠올리며 그야말로 아무렇게나 그린다. 마치 길은 모르지만 자신만만하게 무작정 직진하는 여행가 같이.
어디로 가니?
목적지 따위는 정해지지 않았다. 정해졌다고 해서 거기까지 딱 도착해 멈출 여정이 없으니, 작가의 길이란 정말로 자유롭다. 어쩌면 그렇기에 평생 길을 잃은 채 그려야 하는지도 모른다. 그저 여정을 길 삼아 어슬렁대는 여행자.
작가를 왜 여행자에게 비유하는지 이제 잘 알겠다.
어차피 걷는다면 즐겁게 걷자. 다리가 아프고 까마득한 풍경에 압도되는 때도 있겠지만, 두 다리는 그 여정을 길로 만들것이다. 기왕이면 즐겁게. 기왕이면 좋아하는 마음으로. 이미 걷기 시작한 창작의 길에는 되돌아가는 길이 없다. 시작하면 다시는 시작하지 않았던 때로 작가들은, 우리들은 돌아가지 못한다. 시작되어서 오늘도 걷는 이 여정이란 피할 수 없는 탄환인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