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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 첫번째 재능기부 수업을 했다

시작이 반이라는 말이 있다. 이제 시작이다.

by 다하라


지역 돌봄센터와 같이 수업을 하기로 결정한지 한 달 만에 수업을 하게 됐다. 어떤 수업을 할지 계속 고민이 많았다. 무엇을 어떻게 만들어볼지, 시간은 얼마나 잡을지, 가죽은 뭘 사용할지… 실장님과 회의도 많이하고 샘플도 많이 만들어보며 결정했다.


중요하게 생각한 건 3가지다. 너무 어렵지도 너무 쉽지도 않게 난이도가 적당하게 있을 것. 남녀노소 사용할 수 있는 물건일 것. 마지막으로 너무 예산상 무리가 가지 않을 것. 그렇게 고민한 결과 가죽 자석 파우치를 만들어보기로 했다. 자석으로 여닫히는 작은 파우치다. 소재는 크롬 소가죽.


작은 가죽 파우치


별거 아닐지 모르겠지만 재능기부 수업을 처음 해보는 우리 입장에서는 열심히 준비한 결과다. 다행히 선생님들이 적극적으로 즐겁게 참여해주셨고, 모든 파우치가 멋지게 완성되었다.


돌봄센터 선생님 8분이 함께해주셨다

시간은 평일 5시 30분, 퇴근하시고 수업을 받기 위해 직장에 더 머무시는 셈이다. 그래서 되도록 지치지 않고 즐겁게 수업을 할 수 있도록 준비하려고 했다. 그게 무조건 가장 중요했다. 완성까지 지치지 않고 함께 만들 수 있는 수업이 되기를 바랐다.


수업하는 나


여분의 바늘을 놓고 오는 실수가 있었지만, 다행히 실장님의 도움과 선생님들의 협조로 순조롭게 수업이 진해되었다. 다시 생각해도 어떻게 여분의 바늘을 놓고 왔는지 모르겠다. 가끔은 정말로 믿기 힘든 실수나 누락이 있고는 하는데, 오늘만큼은 안된다고 생각할수록 타율이 올라간다.


함께 목타치기
완성을 위한 뒤집기


다음 달에는 발달 장애인분들을 대상으로 하는 재능기부 수업이 한 차례 남아있다. 벨트를 하기로 상의를 해서 그렇게 품목은 정해놓았기 때문에 구성하고 준비하면 된다. 구체적으로 어떻게 난이도를 조절할지, 어떤 장식을 달고 어떤 가죽을 쓸지 결정해야 한다.


뭐든지 처음이라 쉬운 일도 어렵게 하게 된다. 경험을 하면서 계속 성장하겠지만, 그렇다고 이번 한 번이 그저 미숙하고 부족하기만 하기를 바라지 않는다. 즐겁고 좋은 시간으로, 멋진 결과물로 남기를 바라며 준비한다.


완성된 8개의 파우치들

재능기부 수업이란 사실 내 만족으로 하는 일이다. 결국은 그렇다. 모든 이해관계의 시작은 나의 의지로부터다. 그렇기 때문에 더 책임감을 느끼고 더 잘하고 싶은 욕심이 든다. 계속 해내기 위해서는 스스로를 계속 설득하고 달래고 다그치기도 해야한다.


어쩌면 시작하지 않는 편이 공방 사정상 더 나았을지도 모른다. 하지만 단순히 돈으로 계산되지 않는 일이라는게 있다. 사람이라서 어리석게 하는 일이 있다. 나는 재능기부 수업을 시작했고, 꾸준히 하려고 한다. 다른 이유는 없다. 내가 하고 싶고, 마침 참여하고 싶은 사람도 있어주어서 가능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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