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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인규 Oct 30. 2017

이즈마일로브스키 시장

2014.09.07, 모스크바#3

우주박물관에 다녀와버렸으니 이제 뭘 할지 딱히 아무런 계획이 없다. 숙소에서 아침식사가 제공되기 때문에 이걸 먹고 다시 들어가 자려다가 Y라고 불리는 투숙객 형님에게 붙잡혔다. 형님은 시장에는 꼭 가봐야 한다며 나를 붙잡고 나섰다. 가는 길에 다시 한번 느꼈지만 모스크바의 지하철은 정말 과격하게 움직여서 순식간에 잠이 달아난다. 


# 파르티잔스카야


이즈마일로브스카야(Измайловская) 역이 다음 정거장이어서 헷갈리지만 한참 걷지 않으려면 파르티잔스카야(Партизанская) 역에서 내려야한다.  역 이름에서 뭔가 빨치산의 기운이 나는 것 같지만 넘어가기로 했다. Y형님은 ATM을 쓰기 위해 역 근처 쇼핑몰에 들르자고 했다. 생각해보니 환전 두번 하는것보다 ATM에서 찾는게 더 싸지 않을까? 하지만 난 월급을 모두 환전해 왔으니 그딴 생각은 가슴만 찢어지게 할 뿐이다. 여기저기 인형 가게가 많길래 잠깐 구경을 했다.

가정용 맥주 기계인 것 같다. 정말로 갖고싶었다.
인형가게가 정말 많다.
왠지 부유층이 살 것 같은 아파트가 있다.

# 만물 시장


밖에 나와서 담배를 한대 피운 뒤 시장으로 향했다. 시장은 멀리서도 보이도록 화려하게 꾸며놓았다. 뭔가 방치된 게 많아서 촌동네 유원지 같은 기분이 살짝 들기도 했다. 입구에서는 돈을 받는다. 10루블, 한 삼백원쯤 하는 것 같은데 도무지 왜 받는 건지 모르겠다.

이곳이 이즈마일로브스키 시장이다.
대부분이 기념품 가게다.
항공 시계 판매점인 것 같다. 조종사들은 저런 시계를 쓰나?
마트료시카는 왠지 꿈에 나타날 것 같다.

아기자기한 기념품이 많다. 시내보다는 훨씬 싸지만 그래도 괜찮은 것들은 가격이 어마어마하다. 그 중 가장 눈길을 끌었던 것은 러시안 체스였다. 모든 세트마다 말이 다르게 생겨서 유니크함을 자랑한다. 다만 슬프게도 맘에 들 수록 가격은 기하급수적으로 올라간다.

그리고 러시안 체스도 많이 보인다. 꽤 귀엽다.
뱃지라든지 온간 희한한 기념품을 다 판다.
그리고 메텔 모자도 있다. 토끼털과 여우털 버전이 있다고 한다.
돈 받던 사람이 사라졌다.

잠시 담배를 피우러 시장 밖으로 나갔다 왔다. 그동안 돈 받던 사람이 사라져서 그냥 다녀왔다. 아직도 입장료를 왜 받는지 이해할 수 없다. 시장 안에는 상당히 멋진 범선이 한 척 있는데, 왜 여기에 있는지는 모르겠다. 뭔가 유령선처럼 그냥 방치돼 있었다. 이것 말고도 러시아에는 정체를 알 수 없는 건축물이 꽤 많다.

공사중인건지, 공사를 하다가 만 건지, 아니면 원래 이렇게 디자인된 것인지 모르겠다.

여기저기서 맛있는 냄새가 진동을 한다! 하지만 한 끼를 굶어 기념품을 더 사자는 생각으로 버티기로 했다. 이 곳에는 없는게 없다. 박제 여우나 곰 가죽, 소련군 방독면같은 별의 별 것을 다 판다. 정말 없는게 없다. 심지어 총도 있다. 정말 당황스럽다. 참고로 총은 점원이 사진을 못 찍게 한다.  

맛있는 냄새가 많이 났지만 예산이 너무 부족했다.
왠지 밀덕들을 위한 제품이 많다. 방독면이라니
도대체 없는게 무엇인가?
불쌍한 불곰..
화석도 있다.
저걸 들고 있으면 왠지 마법을 쓸 수 있을 것 같다.
저 헬멧 왠지 탐난다.

결국 러시안 체스와 크리스마스 장식을 몇 개 사기로 했다. 아저씨와 아주머니가 직접 깎았다며 자세한 설명을 해 주었다. 

체스 깎는 아저씨 
크리스마스 장식 만드는 아주머니


# 전리품


집에 와서 기념품을 정리해보자. 미친듯이 비싼 이 동네 물가 치고는 정말 맘에 든다. 특히 체스와 크리스마스 장식은 세상에 하나뿐인 디자인이다. 뭔가 기분이 좋다. 

선전용 포스터 엽서와 크리스마스 장식과 체스말
체스판. 너무 맘에 든다.
그냥 시계는 너무 비싸서 스톱워치를 샀다.


# 맥주 한 잔


아무리 절약모드라지만 인간적으로 맥주 한 잔 정도는 마셔야 할 것 같다. 아르바트 거리로 나와 호프집을 찾았다. 걸어가는 동안 처음보는 누군가와 합석을 해 보는 것도 나쁘지 않겠다고 생각했는데 막상 도착해 보니 다들 혼자 마시고 있다. 그래서 나도 그냥 혼자 마시기로 했다.

맥주는 비싸서 그런지 맛있게 먹어야 한다.
절반 이상의 분들이 혼자 맥주를 즐기고 계셨다.
보름달이 떴구나
부족한 배는 보드카와 도시락으로 마무리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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