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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인규 Dec 10. 2020

부탄 - 프롤로그

스완나품 공항, 20190929

# 히말라야를 향해


이번 연휴는 어무이와 함께 모험을 떠나기로 했다. 행선지는 히말라야! 그 중에서 가장 안전하고 아늑해 보이는 부탄으로 향하기로 했다. 검색해서 여행기가 잘 나오지 않는 것을 보니 이곳이다 싶었다. 단 한가지 걸리는 것은 이 곳은 자유여행이 현실적으로 불가능하다는 것이다. 나는 가이드, 여행사와 같은 서비스를 구매하는 것을 별로 좋아하지 않지만, 이 곳은 정부 정책상 정해진 여행사를 통해서만 갈 수 있다. 기왕 어무이와 함께 가는 것, 지금 아니면 언제 가보겠는가! 눈 딱 감고 여행사를 찾아보기로 했다. 그나마 남들이 많이 가보지 않았는지, 인터넷에 여행기가 별로 나오지 않는 것이 위안이 되었다. 아무래도 생소하고 무엇보다 비싸기 때문일 것이다.


부탄 정부에서 지정한 업체가 잔뜩 있는데 여기서 한 군데를 골라야 한다.

 나는 잘 모르고 귀찮으니 그냥 로고와 이름이 예쁜 곳을 고르기로 했다. 이왕 여행사에 맡기는 것,


1. 아무런 조사도 하지 않는다. 계획은 알아서 짜 주십시오

2. 체력은 남아도니 좋은 숙소 대신 어느정도 고생을 해도 좋다. (어무이 죄송합니다..)

3. 여행 경비는 무지막지하게 비싸기 때문에 여기서 웬만하면 더 쓰지 않는다.


는 세 가지 전제로 업체와 컨택을 했다. 이것저것 하다보니 두 달이 훌쩍 지나가버렸다. 여행사에서 방콕에서 파로로 가는 왕복편을 끊어주었고, 우리는 인천에서 방콕으로 가는 표를 따로 끊었다.


서울도 참 오랜만이다.

어무이는 공항에서 길을 잃을 수 있으므로 서울에 와서 하루 묵은 뒤 함께 출발하기로 했다. 이왕 한국에 온 것, 머리도 깎고 옷도 좀 사야겠다. 새로 산 바지가 좀 낑기는 느낌이 있지만 입다보면 늘어난다고 하니 그냥 그러려니 하기로 했다. 하지만 이것은 후에 커다란 화근이 된다.


인천에서 비행기를 타고 방콕으로 우선 날아갔다.


# 방콕, 스완나품 공항 (BKK)


이곳이 태국인가!

더운걸 정말 싫어해서 남쪽으로는 잘 오지 않는데, 그러고보니 태국은 처음이다. 공항 이름들이 죄다 어려워서 외우기가 정말 힘든데, 스완나품 공항이라고 한다. 그냥 탑승권에 적혀있는 IATA 코드인 BKK로 기억하기로 했다. 부탄으로 가는 항공편은 하루에 하나 뿐이니 이제 여기서 12시간을 기다려야 한다. 마냥 기다릴 수 없으니 15불 주고 숙소를 하루 예약해 두었는데 공항 출구 문을 열고 밖으로 나가려 하니 밖은 어마어마한 찜통이었다. 역시 에어컨 버프는 굉장한 것이었구나. 태국 화폐가 없고 말도 안 통하니 택시를 탈 수도 없고 1시간동안 걸어갈 수도 없는 노릇이어서 10초만에 포기하고 공항문을 다시 닫고 안에서 버티기로 했다. 새벽쯤 되니 사람들이 빠지고 빈 의자가 하나둘 생기길래 호다닥 자리를 잡았다.

스완나품 공항
첫날부터 불효는 시작되었다.

# 다음날 아침


나는 착한 아들이기 때문에 잠을 자지 않고 짐을 지켰다. 동생이 항상 얘기하는 효불효란 바로 이런것이었나보다.


대충 끼니를 때웠다.
밖은 진짜 덥다. 10초만에 다시 들어왔다.
아침이 되니 다시 사람들이 북적이기 시작했다.

부탄으로 가는 유일한 항공사인 드룩에어는 자체 부스도 없고 특정 시간에만 열린다. 아침이 되니 드디어 부스가 열렸고, 드디어 탑승권을 발행할 수 있게 되었다. 우리는 수하물이 없기 때문에 대충 발권을 하고 드디어 국제선 탑승구에 진입했다.

이것이 그 위대한 항공권이다!
그러고보니 태국도 불교 국가였다.
드디어 탑승 대기구에 진입했다. 참 힘든 여정이었다.
양보석에 '승려' 도 앉을 수 있다!
용 문양이 상당히 멋있다. 안녕, 태국!

드디어 탑승구를 확보했다. 대기를 위해 앉아있으려는데, 양보석에 승려도 앉을 수 있게 돼 있는 것이 놀라웠다. 간단히 면세점에서 쇼핑을 하고 커피를 마신 뒤, 드디어.. 드디어 탑승을 했다. 공항에서 열 두시간을 대기하느라 둘다 체력이 바닥났지만 그래도 히말라야 상공을 향해 날아오른다는 것은 다시 우리를 설레게 했다. 두 사람 모두 창가쪽 자리를 맡아두었기 때문에 이제 창 밖을 보면서 두시간만 날아가면 드디어 부탄을 만나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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