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우디, 금기의 빗장을 풀다.

아람코 캠프에서 술 판매 시작

by 인꽐라

11년 차 사우디 거주자가 직접 목격한 역사적 변화

지난 11월 15일, 사우디아라비아 동부지역에 위치한 Saudi Aramco 캠프에서 놀라운 공지가 떴다. 비무슬림 임직원들에게 합법적으로 술을 판매하겠다는 내용이었다.

처음 이 소식을 들었을 때 솔직히 눈을 의심했다. 이슬람의 심장부, 메카와 메디나를 품은 나라에서 술을 판다고?


포인트제로 운영되는 철저한 관리 시스템

사우디답게 그냥 마음껏 사라는 게 아니다. 월별 300포인트 한도가 정해져 있고, 포인트는 매월 리셋된다.

위스키류 1리터: 6포인트

와인 1리터: 3포인트

맥주 1리터: 1포인트

계산해 보면 한 달에 맥주 300리터를 살 수 있다는 건데… 솔직히 300포인트 다 채우면 알코올 중독 검사부터 받아야 하지 않을까.

반가움과 씁쓸함 사이

이 소식이 반갑냐고 묻는다면, 솔직히 복잡하다.

10년 넘게 이곳에서 살면서 “술 없는 삶”에 적응하기도 했고, 처음엔 불편했지만, 어느새 맑은 정신으로 주말을 보내는 것도 나쁘지 않다고 느꼈다. 한국 나가면 그동안 못 마신 것 보상받듯 마시는 재미도 있었고.

그런데 막상 살 수 있게 되니까 오히려 사우디의 정체성이 희미해지는 것 같아 아쉽다. 이상하게 들릴 수 있겠지만, 이 나라만의 독특함이 하나씩 사라지는 느낌이랄까.


사우디는 지금, 전속력으로 달리고 있다

2030 비전을 내세운 이후 사우디의 변화 속도는 그야말로 광속이다.

여성 운전 허용으로 시작해서, 영화관 개장, 콘서트와 스포츠 이벤트 개최, 관광 비자 발급

그리고 이제… 술 판매


불과 몇 년 전만 해도 상상할 수 없던 일들이 현실이 되고 있다.

사우디에서 11년을 살아온 사람으로서, 이 변화가 어디까지 갈지 지켜보는 것 자체가 흥미롭다. 다만 한 가지 확실한 건, 내가 처음 왔던 그 사우디는 더 이상 존재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이렇게 세상은 변해가고 나는 늙어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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