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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inspiration May 26. 2019

뒤샹의 샘

나에게 물음표를 던지다

누군가 내게 예술을 왜 좋아하냐고 묻는다면, 일단 그냥이다. 때론 진짜 마음이 가는 것들에는 이유없는 끌림이 있다.


그래도 생각해보자.
첫째, 작품은 일상에서는 느낄 수 없는 새로운 감각을 건드린다. 마치 평소엔 절대 손이 닿지 않는 가려운 곳을 긁는 느낌이라고나 할까.

둘째, 어떤 사물, 사람, 감정, 세상, 그 너머의 무엇을 바라보는 작가의 시선을 따라가 보는 재미가 있다. 내가 느끼지 못했던 것들을 느끼고 표현해낸 작업들을 보며 공감하고, 경외감을 느끼며 그의 미감의 세계에 빠져드는 것. 그게 미술의 가장 큰 매력이 아닐까.
 
그래서 작품보다 전시관 한편에서 보여주는 작가의 작업 영상과 이야기들이 더 기억에 남을 때가 있다. 예술가가 삶을 대하고 작업을 대하는 태도를 보면 작품이 달리 보인다. 작가가 보는 또 다른 세상을 구경하게 된다.



제한된 것이 너무나 많은 세상에서, 이 변기도 예술이 될 수 있다고 새로운 정의를 보여 준 뒤샹의 샘. 자유롭고 반항적이다. 이 사물은 나에게, 많은 사람들에게 의문을 내민다.

학교를 졸업하고 사회에 발을 들이며 세상엔 정답이라는 게 없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물론 수치화되는 일들이 있긴 하지만 내가 맞닥뜨렸던 중요한 일들엔 정답이 없었다. 인간관계, 사랑, 일, 살아갈 날에 대한 고민같은, 큼직한 것들.


하지만 정답이 없음에도 당연하게 여겨지는 것들도 있었다. 많은 사람들이 그렇게 하고 있어서 정답처럼 여겨지는 것들. 누구도 궁금해하지 않았고, 의문을 가지고 물음표를 던지면 특이한 사람이 되기도 했다.

처음에는 내 안에서 반기를 들기도 했고, 어디서부터 어디까지가 답일지 밤을 새며 고민하기도 했다. 그러나 어느샌가 나도 의문을 품기보다 누군가가 만들어놓은 답을 따라 으레 정답과 비슷한 것처럼 여기고 있었다. 

역시 나도 그저 그런 사람인건가. 쉽게 적응(포기)해버린 나의 모습에 스스로 실망할 때도 있었다.




뒤샹의 샘을 보면 물음표를 던지게 된다.


"왜 이 변기가 작품인가?
아니라면, 왜 이 변기는 작품이 아닌가?
작가가 이 변기에 그림을 그린 것도, 만든 것도 아닌데 이걸 작품이라고 할 수 있을까?
그렇다면, 작가가 꼭 그림을 그리고, 직접 빚어야 그것을 작품이라고 할 수 있다는 정의가 있는가?
설령 누군가가 정의했더라도, 그것은 정답인가? 꼭 따라야 하는 걸까?"

이런 질문들을 따라가다 보면,


"내가 당연하게 생각하던 것들이 과연 맞는 것인가? 

그저 세상이 만들어 놓은 정의들에 안주하고 있는 것은 아닌가?"라는 물음을 던지게 된다.



일상을 새롭게 보는 시선, 

당연하게 여겨지는 것들에 무뎌지지 말자는 생각, 

스스로 항상 물음표를 가지는 것. 

답은 내가 만들어 나가는 것이다.


중요하다는 것을 알면서도 놓치는 것들이 종종 생긴다. 그토록 의문을 던지던 환경에 흡수되어버린 내 모습에 깜짝 놀라기도 한다. 그렇다고 사회에서 물과 기름처럼 둥둥 떠다니자는 건 아니다. 반항아가 되자는 것도 아니다.


스스로 열심히 물어가며 대화하고 들여다보는 것을 멈추지 말자. 

누군가가 건네 준 해설지도 들여다 보고, 풀이과정을 따라가도 보며,

나만의 진짜 답을 끝까지 연구하며 살 것.




뒤샹의 샘을 보며 던진 물음표는 결국 나를 향한 질문이었다.

이것이 예술의 힘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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